"회사가 원천징수한 세금도 개인이 경정청구 가능"

원천납세의무자는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라 추가로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 전부에 대하여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환급은 자신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하여만 청구할 수 있고 원천징수의무자 명의로 납부된 세액은 원천징수의무자가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익이 누락되거나 비용이 과다 계상되면 이를 법인의 소득으로 가산하여 법인세를 부과하면서, 그 누락된 소득이 법인에서 주주나 임직원과 같은 개인들에게 배당이나 상여 등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는 이른바 소득처분을 하게 된다.  이 때는 일반적으로 법인에 대하여 누구에게 소득이 귀속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고, 개인이 낼 소득세에 대하여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한다.

그런데 이러한 소득세 원천징수 절차가 위법한 것이라면 어떻게 다투어야 할까? 만약 법인이 자신이 받은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다툰다면, 이 불복절차에서 개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처분의 적법성 여부도 함께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법인이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다투지 않고 세금은 모두 납부한 뒤 개인에게 구상을 청구하면 개인은 소득세 과세가 위법함을 어떻게 다투어야 할까?

종래는 이에 대하여 원천징수제도의 틀 아래 주로 민사소송으로 다투었다. 법인이 대신 납부한 세금을 개인에게 구상하는 민사소송에서 납부할 필요가 없는 세금을 법인이 잘못 낸 것이므로 이를 자신에게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다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쟁해결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정작 잘못 징수된 세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국가인데 법인과 개인 간에 서로 세금을 누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다투게 되는 것이다.

최근 법원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안은 경영권 양수도 이후 실시된 세무조사에서 구 경영진이 공사원가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사유로 소득세가 부과된 사안이었다. 구 경영진은 비자금 조성이나 자금 횡령을 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인은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다투지 않고 세금을 납부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였다.

구 경영진이던 원고는 일단 소득세를 수정신고한 뒤 국가에 대하여 다시 소득세 감액 경정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조세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인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로 개인의 소득이 변동한 경우 개인은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달의 다음다음달 말일까지 소득세를 추가신고∙납부하여야 한다.

추가신고 대상 소득세에 대하여는 추가신고기한 다음날부터 과다하게 납부한 세액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의 기한이 새로 기산되므로, 그에 대한 경정을 청구하면서 법인이 납부한 세금까지 한번에 다투는 묘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직접 납부하지도 않은 세금에 대하여 다투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인이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하였는지와 무관하게 개인은 자신이 추가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 전부에 대하여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로써 법인이 원천징수한 세금에 대하여도 개인이 직접 국가를 상대로 한 조세소송을 통하여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개인이 모든 세액에 대하여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법인이 대신 납부한 세금까지 개인이 환급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세액의 환급청구권은 법인이 원천징수하여 납부한 부분은 법인이, 개인이 자신 명의로 납부한 부분은 개인이 각각 가지게 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천징수의무는 원래 개인이 납부할 세금을 징수의 편의상 법인이 대신 걷어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른 조세 부담은 결국 개인이 부담하게 됨에도, 이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법인만이 다툴 수 있도록 하는 종래의 원천징수의 법리의 한계를 수정신고 후 경정청구라는 다른 틀로서 구제방법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판결로 개인이 직접 조세소송에서 국가를 상대로 원천징수의 적법 여부를 다투는 방법이 열렸고, 이로써 분쟁의 실질적 당사자 사이에서 사건을 보다 간명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판결이다. 대법원 2016.7.14.선고 2014두4524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