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예고 통지를 누락한 과세처분은 위법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하기 전에 납세자에게 세법에서 정한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않아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면, 그 이유만으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법에서 과세예고 통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거나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납세자는 과세처분에 불복하려는 경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거나 국세청장,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하여야 하고, 심판청구나 심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행정소송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세법은 이러한 사후적 구제제도와는 별도로 과세처분 이전의 사전적 구제제도로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두고 있다.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과세처분을 하기 전에 처분할 내용을 미리 통지하여 납세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줌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처분할 내용의 통지는 세무조사에 따라 과세하는 경우에는 세무조사 결과 통지로, 그 밖의 경우에는 과세예고 통지로 이루어진다.

납세자는 세무조사 결과 통지 또는 과세예고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에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려면 세무조사 결과 통지 또는 과세예고 통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하려면 언제나 과세예고 통지 등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세법은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나 '부과제척기간의 만료일이 3개월 이내로 임박한 경우' 등 일정한 경우를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이 경우에는 과세예고 통지 누락이 문제될 수 없다.

그런데 국세청의 내부규정인 '과세전적부심사 사무처리규정'은 세법에서 정한 사유 외에 '감사원 감사결과 처분지시 또는 시정요구에 따라 고지하는 경우'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과세관청이 감사원의 감사결과 시정요구에 따라 과세를 하면서 위 사무처리규정에 의하여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법령의 근거 없이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과세처분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고등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과세처분의 필수적 전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사후적 구제절차로서 심사∙심판청구나 행정소송 등이 남아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가 원고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정도로 중대한 절차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가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처분의 사전통지로서의 성질을 갖고, 심사∙심판청구나 행정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점 등에 주목하였다. 이에 따라 법령에서 예외사유로 정한 경우가 아닌 한 과세관청은 과세처분에 앞서 과세예고 통지를 필수적으로 하여야 하고, 이처럼 필수적으로 행하여야 할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아니하여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이는 중대한 절차 위반이므로 과세처분이 위법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함에 있어서 절차적 적법성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판결을 계속하여 선고하고 있다. 동일 사업연도, 동일 세목에 대한 재조사라면 당초 세무조사가 일부 항목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 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는 판결이나, 납세고지서에 가산세의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하여 기재하지 않은 경우 그 가산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 등이 그것이다. 다만 절차위반을 이유로 과세처분이 취소된 경우 다시 절차를 보완하여 재처분할 수 있느냐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위 가산세 사건의 경우 과세관청은 미비점을 보완하여 다시 처분을 한 바 있다.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남아 있는 한 과세예고 통지를 하고 재처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로 보인다.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대상판결은 그러한 흐름이 반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과세예고 통지를 누락한 경우까지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봄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이 더 두텁게 보호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2016.4.15.선고 2015두5232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