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宗中)은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위한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니어서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은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세금 감면 규정의 취지는 불특정 다수인의 이익을 위한 다중의 보편적 문화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종중이 봉행하는 공동선조의 제사는 주된 기능과 역할이 특정한 범위의 후손들을 위한 것에 그치므로 종중은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는 종교 및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하여는 재산세 등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 A 종중은 과세관청이 종중 소유 건물과 토지에 재산세 등을 부과처분하자 '종교 및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한해 재산세를 면제한다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규정을 근거로 과세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종중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2심은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종중이 포함된다고 보아 서로 엇갈린 판단을 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종중이 봉행하는 공동선조의 제사는 조상숭배의 사상에 바탕을 둔 우리의 특유한 관습으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문화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불특정 다수인의 이익을 위한 다중의 보편적 문화를 지원하는 것이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세금 감면 규정의 취지라는 점을 주목하였다.
대법원은 종중이 봉행하는 공동선조의 제사는 특정한 범위의 후손들을 위한 것에 그치는 점, 종중은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제사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종중은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종교'와 '제사'를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종교는 본질적으로 보편성을 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역시 불특정 다수인에게 개방된 종교와 유사한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제사는 조상숭배의 사상에 바탕을 둔 관습으로서 종중 외에 제사를 봉행하는 다른 단체의 존재 여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즉,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른다면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단체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의문은 법 조문에서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규정한 입법의도가 무의미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납세의무자는 세금감면 기회를 상실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향교의 경우 향교재산법에서 문묘의 유지를 향교재단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고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대상으로 종교단체와 함께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의하여도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대법원 2016.2.18.선고 2015두40958 판결
장홍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