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세무법인, 법무법인 간 상생협력을 위한 발걸음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 조세일보 2층 강의장에서 진행된 제2차 회계법인 세무법인 CEO 상생협력토론회에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 율촌 등 4대 주요 로펌의 조세분야 대표 변호사들이 참석해 3개 주요 단체의 상생·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 김의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앤장의 김의환 변호사는 "협업은 못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고, 상생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것"이라며, "서로 자주 만나고 신뢰를 쌓아서 협업을 하다보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 회계법인과 세무법인 대표님들께서 많이 참석하셨는데, 많이 듣고 배워서 사무실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태평양의 유철형 변호사는 "97년 태평양에 들어와서 회사가 작을 때부터 커질 때까지 함께 해 오면서 느끼는 것이 금융, 조세, 송무 등이 점점 커지면서 한 분야의 사람이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라며, "조세소송 등에 각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고, M&A도 각 직역별로 전문가가 참여해 해결해야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앞으로 조세 업무 관련해서도 세무법인, 회계법인의 세무사, 회계사 등이 같이 협력해서 공동대리로 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자 잘하는 부분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손병준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이어 광장의 손병준 변호사는 "다솔의 안수남 대표님과 신축 건물 양도세 특례 적용에 관한 사건에서 대법원 승소를 이끌어 냈는데, 소가만 몇 천억원 되는 큰 사건이었고, 그 사건에서 각자가 갖는 장점을 끌어내 서로 도움을 준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광장도 세무, 회계법인과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협력해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김동수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율촌의 김동수 변호사는 "율촌에서도 세무사, 회계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각각 특징과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각자 자격을 갖춘 부분에서 도움을 주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을 사무실에서 절감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사무실 인적 자원은 한계가 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베스트 전문가를 잘 꾸려서 서비스를 받고 싶은데, 저희 사무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보니 각 회계법인 등과 힘을 합치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상생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
이날 토론회 진행을 맡은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는 "세무, 회계법인에서도 기왕이면 실력 있는 로펌들과 일하고 싶은데, 로펌에서 세무, 회계법인을 배제하고 로펌의 의도대로 끌고가겠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세무분야, 회계분야의 전문가로서 세무사와 회계사를 존중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특히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 세무조사 권한을 발동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법에 맞지 않은 과세를 하여 법원에서 패소한 사례가 있다"면서 "3개 단체가 여러 가지 협력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세무법인 대표들의 의견 발표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상생 협력 방안들이 제시됐다.
■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이사
세무법인 다솔의 안수남 대표는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그룹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광장의 손병준 변호사가 얘기한 것처럼 신축주택 감면규정과 관련해 당시 국세청의 과세 대상 건수가 1만9000건이었고, 당시 추정 감면세액이 약 2조원이었는데 그 때 세무공무원 한 사람이 유권해석을 잘못해 과세가 이뤄졌고, 결국 대법원에서 뒤집었다"고 소개했다.
안 대표는 "이 사건에서도 당시 신속하게 서울지방세무사회의 도움을 받아서 세무사협회 세무사 100여명이 참여해 집단소송을 했는데, 특히 양도소득세 분야의 전문가 13명을 모아서 광장과 협업을 통해 승소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당시 현장에서 나간 디테일한 자료들, 보도자료로 나간 것들, 국세청에서 나간 공문들, 행정서류들을 다 참고했어야 하는데 변호사들만 일을 하다보면 이게 가능하지 않다"며 "이런 경우 사실 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데, 이는 협업을 통해 가능하며 이게 문제해결의 핵심"이라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황정호 세무법인 두리 대표
세무법인 두리의 황정호 대표는 "대기업은 책임 문제 때문에 바로 큰 법인으로 가고, 일반 중소기업들이 우리 법인의 주요 고객인데, 큰 로펌들과 협업이 이뤄졌을 때 우리에게는 조세부분에 있어서 경력이 적은 변호사들이 오면 불안감이 생긴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협업 할 때 로펌에서 고려해 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 김상철 서울지방세무사회 회장
이어서 서울지방세무사회 김상철 회장은 "세무, 회계, 법률 분야가 같은 뿌리이면서 각자의 가지로 갈라지고 충돌이 되고 있는데 서로 상생을 위해 큰 틀이 만들어지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자주 만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세무사회, 변호사회, 회계사회가 큰 틀에서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3개 단체가 서로 '윈 윈' 하는 결과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김완일 세무사회 부회장
세무사회 김완일 부회장 역시 "상증세 포괄과세가 2004년 도입된 이후 파생되는 법이 많이 생겼다"며 "이러한 파생 법에 대해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일반 납세자들은 더욱 이해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협업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이규섭 세무법인 하나 CEO
이규섭 세무법인 하나 CEO는 최근 업계 환경에 대해 이미 10여년 전부터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의 영역 자체가 무너졌다고 진단하면서 "세무사도 변호사의 업무를 침범할 수 있고, 변호사도 세무조정을 가지고 논의하고 있는데 모든 업무를 경쟁 관계보다는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협업의 중요성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진 회계법인 대표들 역시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 각 법인들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또한 구체적인 협력 실현 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가동이 필요하다는 방안도 내 놓았다.
■ 박승두 지평회계법인 대표
박승두 지평회계법인 대표는 "2006년부터 중국 회계사를 준비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쪽 전문가는 많지만, 중국 전문가는 부족하다며 거의 10년에 거쳐서 중국 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중국에 많은 기업이 나가있는데 전문가들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고객들 중에 중국 관련 세무 회계쪽의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장점이라며 협력할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임종환 회계법인 정동 대표
임종환 회계법인 정동 대표는 "두 번의 토론회를 거치면서 서로의 상생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아웃라인은 어느 정도 결정된 것 같다"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태스크포스팀을 준비해야 할 것 같고, 만약 그 팀에서 결정한다면 저희는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FTA 관련 업무을 많이 하고 있는데, 특히 국제조세에서 강정이 있는 저희 법인으로서는 세무법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그 부분에서 협력해 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 김창권 현대회계법인 대표
김창권 현대회계법인 대표는 세무법인과 회계법인의 1:1 협약은 리스크가 많아 상대적으로 집단협약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김 대표는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협약을 맺기보다는 집단적으로 협약을 맺어 서로 조금씩 알아가고 구체적인 업무를 통해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한다고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 문병무 미래회계법인 대표
문병무 미래회계법인 대표는 "요즘엔 고객들이 정보가 더 빨라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문가가 전문가가 아닌 시대가 됐다"고 말하면서 "결국 전문가가 전문가다우려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보를 자기만 알고 있는 것처럼 숨기려 하는데, 이것이 네트워크 형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또 "고객들은 아주 치열한 경쟁속에 있는데, 우리는 '그 고객은 항상 내 고객'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며 "우리가 이런 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홍보하고 우리끼리 네트워크를 통해 절차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문길모 회계법인 원 대표
회계법인 원의 문길모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상생 문제를 바라봤는데,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상생과 협력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표는 고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최적의 전문가를 규합해서 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전문가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데 가장 합리적으로 일을 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전문가들을 엮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대표
마지막으로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대표는 '세무자문관련 세무사·회계사·변호사의 상생협력과 경쟁관계'라는 발제문을 통해 '가격 요율체계의 법정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3자격사가 서로 협조해서 지속적으로 '가격 요율체계의 법정화' 필요성을 주장해야 한다"면서 "이해관계자가 단 2명에 불과한 중개수수료와 감정평가수수료 등의 가격도 법정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광장의 손병준 변호사는 "공인중개사의 중개수수료의 경우 액수가 비교적 정해져 있는 반면, 회계감사보수나 세무조정, 세무대리보수의 경우 액수가 천차만별인데다 고액인 경우가 많아서 법정화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
한편, 황춘섭 대표는 "서로 명함을 주고받고 상생협력의지를 확인하셨으니 앞으로 개별적으로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이다보면 자연스럽게 개별적 협약이든, 집단별 협약이든 가능할 것"이라며 "상생협력이 가시화 될 때까지 조세일보가 최대한 돕겠다. 다음 모임에서는 보다 진전된 방식으로 상생협력을 논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4시부터 6시 30분까지 이어졌으며, 이후 저녁 식사 시간까지 계속해서 상생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