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전자공시
이자율 지나치게 낮아 '국제조세조정법' 악용 논란 여지
하이네켄코리아가 직접 소유관계도 없는 할아버지 회사 Heineken N.V.에 지난 2008년부터 저리로 거액의 자금을 꾸준히 빌려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네켄코리아가 네덜란드에 있는 Heineken N.V.에 대여한 금액을 보면 2008년 60억원, 2009년 45억원, 2010년 60억원, 2011년과 2012년 70억원, 그리고 2013년과 지난해 각각 90억원 등이다.
지난해 대여금 90억원은 회사가 내부에 유보하고 있다고 밝힌 유보금 141억원의 64%에 해당하는 것으로 영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을 제외한 대부분을 네덜란드의 관계회사에 빌려 준 셈이다.
보유현금 거의 대부분을 네덜란드로 빼돌린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낮은 이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 또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대여가 시작된 2008년에는 60억원을 빌려주고 미수이자 (장차 받을 이자)로 1500만원만 계상했다. 연간 이자율로 환산할 경우 0.25%의 초저금리에 해당한다.
그 이후 기간 동안의 환산 이자율은 2009년 2.8%, 2010년 2.35%, 2011년 1.71%, 2012년 2.14%, 2013년 1.46%, 2014년 1.64%로 7년 평균 1.77%에 불과해 일반 국민의 금리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관계회사에 대한 낮은 금리를 적용한 회계처리가 국외 특수 관계자에 대한 대여금 이자 처리 방법을 정하고 있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⑦항을 기술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령은 ‘국내 거주자와 국외 특수 관계인의 국제거래에서 적용되는 자금거래의 정상이자율은 특수 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통상적인 자금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이자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거주자와 국외 특수 관계인의 자금거래는 통상적인 회수기간 및 지급기간이 지난 채권의 회수 및 채무의 지급 등 사실상의 자금거래를 포함한다’고만 돼있다.
시행령에서 정상이자율을 구하는 방법이나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상식적 저금리를 적용할 여지를 남겼고 하이네켄코리아가 이를 이용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편 국내기업의 경우 특수관계자 간의 대여금 이율 적용에 대해서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의 ③항에서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시가로 하되 이를 적용하기 불가능한 경우는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가중평균 차입이자율이란 해당 법인이 특수 관계가 아닌 자로부터 차입한 금액과 적용된 이율을 가중 평균하여 산출된 이자율을 말하고 이를 적용하기 불가능한 경우란 해당 법인이 다른 차입이 없어 비교를 할 수 없을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내 세법을 적용할 경우 하이네켄코리아는 이자를 부담하는 차입금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 아닌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세법에 의한 당좌대출 이율은 2008년 이전에는 10.0%, 2009년부터 2012년2월12일까지 8.5%, 이후에는 6.9%로 정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특별히 영업적으로 관계가 없음에도 단지 할아버지 회사라는 이유로 거액의 자금을 빌려줬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특히 국내 사정에 맞지 않는 낮은 이자율 적용은 정밀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부분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출신 O세무사 또한 “회사의 회계처리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일부 기업들이 법의 다소 모호한 이자율 개념을 이용해 실제 적용해야할 금리보다 훨씬 낮게 적용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에 있는 관계회사와의 자금거래에 국제금융기관 사이에서 돈을 빌리는데 이용되는 리보(Libor)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국내의 재산이 해외로 빼돌려지는 경우도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