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소실됐다 1920년 다시 지어진 창덕궁 희정당. 서울의 고궁은 조선왕조의 역사가 녹아있는 건축물이다.
가슴으로 느끼는 조선왕조 600년…서울 고궁의 매력
흔히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라고 한다. 발 가는대로 무작정 떠나는 것도 괜찮지만 모르고 놓친 다음 후회하는 일이 없으려면 미리 목적지 정보를 파악하는 게 현명하다.
이는 조선왕조 600년 도읍의 역사가 깃든 서울 여행에도 적용된다. 서울 역사의 신비한 숨결은 고궁에 온전히 머물러 있다.
시련을 이겨내고 우뚝 선 조선 제일의 경복궁
◆…종로와 경복궁의 상징인 광화문. 해가 진 뒤 발현되는 아름다움은 지나가던 이들의 발길도 멈추게 한다.
조선 건국 초기 수도가 된 한양에서 가장 먼저 축조된 경복궁은 태조의 명을 받은 개국공신 정도전이 큰 복을 누린다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이후 경복궁은 태종이 경회루를 세우고 세종이 집현전을 짓는 등 왕조 제일 법궁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은 모두 소실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흥선대원군에 의해 다시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곳곳이 해체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60년대 말부터 시작된 복원사업으로 90년대 원래 모습을 회복했으며 2010년 광화문까지 정비되면서 조선왕조의 기상을 완전히 되찾았다.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는 경복궁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사진 서울시>
경복궁은 국보 제223호 긍정전을 비롯한 여러 건물이 우뚝 선 채 최고 왕궁의 자태를 뽐내고 있어 조선 왕실 문화의 진수를 느끼려면 꼭 돌아봐야 한다. 광화문부터 교태전을 잇는 중심부는 대칭을 이루고 그 외 건축물은 비대칭적으로 배치돼있다.
주로 연회를 열던 경회루는 간결하면서도 호화로운 조선 후기 건축의 독특한 특징을 담아내 그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룬다. 흥례문 앞에서 매일 재현되는 수문장 교대의식은 영국 벙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 못지않은 위용을 보여준다.
◆…궁궐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경복궁 경회루.<사진 문화재청>
근정전과 경회루 외에도 자경전, 아미산 굴뚝, 풍기대 등 다양한 보물을 품고 있는 경복궁은 야간개방을 이용하면 낮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야간개방은 예매가 시작될 때마다 10여분 만에 매진되므로 순발력이 요구된다.
세계가 인정한 창덕궁의 아름다움
종묘에 이어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적 제122호 창덕궁은 주요 건물이 대칭을 이룬 경복궁과 달리 산자락을 따라 지어져 비정형적 조형미를 뽐낸다.
조선 궁궐 중 원형 보존이 가장 잘 돼 있으며 울창한 숲과 연못, 다양한 정자 등 자연경관을 살린 채 만들어진 후원까지 품고 있어 역사·건축학적 가치가 높다.
유네스코는 "비정형적 조형미를 간직한 동아시아의 대표적 궁이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월하다"고 세계문화유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은 인자한 정치를 펼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랜기간 조선왕조의 법전 역할을 맡은 건물로 웅장한 자태를 뽐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별궁의 역할을 하기 위해 조선시대 두 번째로 지어진 창덕궁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오랫동안 임금들이 머물던 법궁으로 활용됐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경복궁과 창덕궁이 모두 불에 탔으나 경복궁은 터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방치된 까닭에 광해군 때 재건된 창덕궁이 300년 가까이 법궁의 역할을 했다.
고종의 즉위와 마지막 황제 순종 승하 등 조선 최후를 지켜본 창덕궁은 90년대 대규모 복원사업을 거쳐 2010년 자유 관람이 가능해졌다. 다만 유네스코가 극찬한 후원은 안내원과 동행하는 제한관람만 가능하다.
생태계 보존 상태가 워낙 뛰어나 곳곳에 비경을 숨겨놓은 후원이기에 꼭 들어가 보길 권한다. 단 창덕궁 후원 관람은 예약이 필수다.
◆…숲이 어우러진 궁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창덕궁 후원은 사전에 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
또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달빛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야간개방은 창덕궁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야간개방 예매 걱정 뚝…매력 '폴폴' 덕수궁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경복궁 못지않은 늠름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순식간에 매진되는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야간개방 예매를 번번이 놓쳐 아쉽다면 덕수궁으로 눈을 돌려보자. 덕수궁 야간개방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고 예매도 필요 없다. 그저 관람시간(마지막 입장 오후 8시·퇴장 오후 9시)만 잘 지키면 된다.
◆…해가 지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낸 덕수궁 석조전.
덕수궁의 본래 이름은 경운궁으로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고종이 머물게 되면서 장수를 빈다는 의미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덕수궁 자리는 원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집터였으나 임진왜란 뒤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가 불에 탄 궁궐을 대신해 사용하면서 궁의 기능이 시작됐다.
이후 인조반정, 아관파천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개막 전 콘서트가 열려 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덕수궁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자주 열려 고궁 속 특별한 문화 관람이 가능하다.
특히 덕수궁은 우리의 전통목조건축과 첫 서양식 선축물인 석조전의 조화가 일품이다. 지금의 석조전에서는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며 해가 진 뒤 드러나는 독특한 풍광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거행되는 수문장 교대식도 관광객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볼거리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