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우유 對中 수출 재개…남아도는 原乳 수급에 '단비'

흰 우유의 중국 수출길이 14개월만에 열려 잉여원유의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22일 낙농가와 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월 원유가격연동제 시행으로 촉발된 원유수급 불균형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원유재고량이 최근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가공업체들이 남아도는 원유 처리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가공업체와 식음료기업들이 ‘1+1 가격할인 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우유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 등 우유 소비 촉진에 적극 나서고, 한편으론 장기 보관이 가능한 분유 가공을 늘리는 등 잉여원유 처리에 안간힘을 쏟아 왔지만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지난해 5월 이후 중단됐던 흰 우유의 대중국 수출이 14개월 만에 재개됨으로써 약 2년여 꽉 막혔던 원유수급 문제 해결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원유생산량 급증에 소비부진 겹쳐 수급불균형 심화 

최근까지 국내 원유 수급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통계상으로 확연하게 드러난다.

 
낙농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분유재고량을 원유로 환산한 원유 재고량은 지난 5월말 현재 27만2198톤에 이른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가격을 인상했던 2013년 8월의 9만2018t에 비해 무려 195.8%나 증가했다.

이처럼 2013년 12월을 기점으로 원유재고가 급증한 것은 예년보다 따뜻했던 겨울 날씨가 계속이어지면서 젖소의 집유량(생산량)이 큰 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우유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부진과 방학 등 학교급식 수요마저 감소하면서 수급이 꼬여 재고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원유생산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8월에서 12월까지 일평균 5400~5700톤 수준에서 지난해 1월 5867톤, 2월 6073톤, 3월엔 6269톤으로 급증하더니 이후 지난 5월까지 평균 6200여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1인당 소비량은 백색 시유가 2013년 27.7kg에서 26.9kg으로, 가공 우유의 경우도 5.8kg에서 5.6kg으로 모두 감소세를 보여 수급불균형 상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한·중 정부 협의 결실…“잉여원유 근본 해결책은 못되지만 단비 될 것”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21일부터 국내산 흰우유(살균유) 제품의 중국 수출이 재개 된다고 밝혀 관련 업계에 희망의 불씨를 던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 흰우유 수출은 한·중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지난 6월 2일자로 국내 유제품 생산업체(매일유업, 서울우유, 연세우유)의 흰우유(살균유) 품목이 중국 정부에 등록됨에 따라 성사됐다.

첫 수출제품은 매일유업에서 생산한 흰우유(5톤)로 21일 수출돼 중국 내 통관절차를 거친 후 중국 산동성, 상하이 및 북경 등 지역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5월 ‘해외 유제품 생산업체(품목) 등록제’ 시행으로 국내 흰우유의 대중국 수출이 중단된 이래 1년 2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전 살균우유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 2013년 957만4천달러(4941톤)에서 2014년 4월말 누적 529만6천달러(2618톤)로 약 44.7%(47.0%)나 급감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는 수출이 전혀 없었다.

이번에 첫 수출을 담당하게될 매일유업은 지난 21일 전북 고창군 소재 상하공장에서 ‘한국산 흰우유 중국 수출기념식’을 갖고 중국수출을 위한 흰우유(살균유) 생산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이준원 식품산업정책실장,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김광호 청장 등 관계기관과 정수용 한국유가공협회장,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장,매일유업 김선희 대표 등 업계관계자 60여명이 참석했다.

매일유업이 중국에 수출하는 흰 우유 제품은 180ml, 750ml 2종으로, 올해 말까지 600톤(80만불 수준)을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오는 2016년엔 3000톤 이상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의 흰우유는 첫 수출 지역으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특급도시를 중심시장으로 집중 공급되며 1선 도시 등지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서울우유, 연세우유 등도 수출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수출을 재개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중국에 흰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을 계속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및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 활성화를 위해 업계와 협력, 중국 현지 홍보·판촉 등 다양한 지원을 할 것"이라며 "수출 지침 마련·수출업체 대상 설명회 개최 등 최선의 검역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중국의 모든 요구사항에 부합된 제품을 수출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우유생산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업계를 위해 앞으로 중국 살균유 수출규모를 확대해 한국 유가공 산업발전에 적극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흰 우유의 대중국 수출 재개는 그동안 꽉 막혀있었던 원유수급 불균형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숨통을 풀어주는 단비가 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