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이탈자금 MMF·CMA로…증시 대기자금화"
기준금리가 '설마 더 내리겠냐'고 생각할 즈음, 다시 1.75%로 떨어졌다. 은행 1년 정기 예금금리도 덩달아 1% 후반대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예·적금 수익률은 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주별예금(말잔) 총 예금은 지난해 말 1080조5430억원에서 올해 1월 말 기준 1069조3180억원으로 11조2250억원 감소했다. 예금은행 총수신(말잔)의 경우도 지난해 말 1401조6100억원에서 1월 말 1391조470억원으로 10조5630억원 감소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예·적금 잔고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이탈한 자금이 어디로 향할까. 전문가들은 예·적금 등 안전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저위험 투자자는 주식·파생상품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예·적금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이다.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의 선두주자는 지수연동형 상품이다. 이런 유형의 상품은 고위험 상품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투자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어 예·적금 가입자들이 선호할 상품으로 지목되고 있다.
□ 은행 예금에 주가 반영한 ELD(주가지수연동예금)= 은행에서 판매하는 예금이지만 수익이 주가지수 변동에 의해 결정된다. 고객이 투자한 원금은 정기예금에 넣어놓고 발생하는 이자를 투자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투자할 수 있는 파생상품에는 제한이 없고 중도해지를 할 경우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원금 보장과 예금자 보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이며, 투자 전에 상하한선을 정하기 때문에 3%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전년도의 2배 판매 ELS(주가연계증권)= 증권사의 지수연동 상품이다. 투자금의 70~90%는 안정적인 국고채에 투자해 이자 등을 고려해 원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만들고, 남은 투자금을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손실을 볼 확률이 있지만 리스크가 제한되고,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ELD보다 높은 수준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10조2978억원으로 지난해 3월 4조9609억원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수요가 집중되면서 10조4561억원이 몰린 것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중 99.36%인 10조2318억원이 지수형 ELS에 몰렸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ELS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자리잡은 데다 최근 모집금액 증가는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고유의 특성이 가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복잡한 수익 구조는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ELS의 대표적인 수익구조는 녹아웃형, 볼스프레이형, 디지털형, 리버스컨버터블형, 양방향 녹아웃형, 스텝다운형 등이 있다. 최근에 증권사들이 내놓는 ELS는 스텝다운형과 녹아웃형이 대부분이다.
□ 원금보장 여부 선택 가능한 ELF(주가연계펀드)= ELS 상품을 펀드에 편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원금보장형 펀드를 구성해 판매하는 형태의 상품으로 수익 구조는 ELS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펀드 투자금이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원금을 확보하고 나머지 투자금액은 펀드 수익률이 주가에 연동되도록 한다.
'코스피지수가 A% 상승하면, 연 최대 수익을 B% 지급'하는 식이다. 원금보장형은 원금을 보장하고 주가의 상승률 또는 하락률의 일정 비율로 이자를 지급한다.
ELD, ELS, ELF 등 지수연동형 금융상품은 모두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이 있기 때문에 가입 시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원금비보장형의 경우 손실 위험도가 높지만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고, 원금보장형을 선택하면 원금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지만 수익 구조를 잘못 선택해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 단기 자금 피난처 MMF, CMA=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과 단기자금인 MMF, CMA 규모도 대폭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8조3625억원으로 2월 말 대비 1조6242억원이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의 CMA 잔액은 40조6351억원으로 같은기간 3336억원 늘었고, MMF에 투자한 개인자금도 7929억원 늘어난 24조8640억원을 기록했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은행예금에서 이탈되는 자금이 늘어날수록 주식 같은 고위험·고수익 추구 상품으로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아직 시기를 보는 투자자들이 MMF나 CMA 등 단기자금 피난처에 투자금을 예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