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 맡겨 '돈' 벌던 시대는 이제 끝
"우리 경제 역동성 저하시킬 수 있어"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자 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속속들이 내리면서 은행의 예금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겨 재산을 불리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2월 예금은행의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연 2.04%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3월 기준금리 하락 여파가 반영된 이후에는 수신금리가 더 내려갔다. 1%대 예·적금 상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금리 하락을 반영하듯 예금 규모도 줄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최근 예금 규모를 보면 예금주별예금(말잔) 총 예금은 지난해말 1080조5430억원에서 올해 1월말 기준 1069조3180억원으로 11조2250억원 줄었다.
예금은행 총수신(말잔)의 경우도 지난해말 1401조6100억원에서 1월말 1391조470억원으로 10조5630억원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가 인하된 것이 예금금리 인하로 이어져 예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의 감소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고객들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중요하다"며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게 되면 은행은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객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빼 투자를 할 것인지, 소비를 할 것인지, 아예 투자와 소비 모두 안할 것인지에 따라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지는 만큼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예금 이탈과 관련해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자본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이탈 자본이 고액권으로 잠자고 있지만 않다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폐의 유통속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예금도 우리 경제활동의 한 과정인데 예금이 계속 이탈한다는 것은 저축력과 소비력을 모두 저하시켜 우리 경제의 역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