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아버지의 암테크에 성공해 갑자기 큰 돈이 생겼다. 가족력이 있는 점을 감안해 만일을 대비해 여러 개 들어놨던 암보험이 A씨 대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다행히 아버지의 암은 초기여서 완치됐다. 여기에 재미를 본 A씨는 자신의 암테크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이처럼 암보험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암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이 이처럼 보험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있어 보험업의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보험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은 최소의 비용으로 보험사고 발생 시 필요한 고액의 비용을 충당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암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은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방어적인 수단이지 공격적인 재테크 수단이 될수 없는 상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잘못된 소비활동이 뿌리깊게 내려있다.
보험은 '재테크'의 개념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처럼 보험에 대한 인식부터 어긋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니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자리 잡힐 리 없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이들이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는 것도 보험을 돈 버는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를 재테크 방법으로 인식하다 보니 '범죄'라는 생각 보다는 보험사로 부터 '본전'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인식으로 비롯된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무려 총 2868억5400만원에 달했다. 생명보험에서 365억원(2570명), 손해보험에서 2503억5400만원(3만8144명)이 적발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을 이용한 과잉진료로 인해 자기부담금이 오르게 된 사례도 본전에 목숨걸다가 입는 부작용"이라며 "자동차보험처럼 본인의 과오가 본인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직접적인 불이익으로 돌아가면 덜한데 일반보험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비용'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화재·암·종신·건강(의료)보험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받으며, 그렇지 않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보장성 보험"이라며 "보험료는 안심료(비용)이지 투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업계는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해 보험을 가입하는 비중이 높아 보장성 보험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고 있는게 문제다.
보험가입자의 상당수가 모집인과의 인간관계를 고려해 보험에 들기 때문에 만기에 원금을 회수하는 저축성이 가미된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순수 보장성 보험 가입을 기피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중도에 생존급부를 지급하거나 만기에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환급하는 형태의 저축성을 가미해 판매하고 있다.
만기환급형 보험의 경우는 순수보장성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고 중도 해지 시 손해도 크다. 따라서 저축성 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있다면 그 돈으로 저축성 보험이 아닌 보장성 보험과 다른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소비자들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박힌 보험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불완전판매와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사기자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제재하던가 징벌적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