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금융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기술금융 정책이 은행 위주로 수행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 김용진 기자
벤처·엔젤투자자 등 모험자본 영역에서 담당해야
정부가 기술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위험 투자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은행에 기술금융지원을 떠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3일 조세일보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은행규제개혁 어디까지 왔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인호 교수는 이 자리에서 "국민의 예금을 모아 관리하는 은행은 위험 가능성을 낮추려는 보수성이 있기 때문에 고위험의 기술금융을 담당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술 혁신은 중소기업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중소기업은 평판이나 담보가 적어 투자금 상환 불이행의 위험이 크다"며 "은행이 고위험 투자관리의 능력을 가지지 않은 금융기관으로서 인위적인 규제를 해 기술금융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전시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집단을 양성하고, 위험을 감수하고도 투자할 수 있는 엔젤투자자나 벤처투자자와 같은 집단이 기술금융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토론회 참석자들도 기술금융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시중은행이 이를 주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주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역은 "기술금융은 특수성 때문에 모험자본의 영역에서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술금융을 은행에서 전부 담당할 수는 없지만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부분이 몇백조로 막대하다"고 전제하고 "은행들이 기업의 담보나 신용 외에 기술도 봐야한다는 의미"라며 기술금융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술금융은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에 금융기관이 담보없이 대출해주는 것으로 정부가 창조금융의 중요한 과제로 지원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후 금융권에서는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인호 서울대학교 교수가 '금융규제와 경쟁'을 주제로 발표했다. 패널로는 이윤수 금융위 은행과장, 최성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민성기 전국은행연합회 상무이사, 김주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역,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