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현재 0%대인 미국 금리가 오를 경우 국제 채권시장의 자금이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상당수 국가가 금리 인상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의 경우 1000조원 이상의 '가계 부채'가 경제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금리 인상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한국, 시간 여유 있을까 = 박진호 한국은행 국제종합팀 차장은 "명목금리가 제로(0) 수준까지 하락해도 저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실질금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수요 진작을 위한 통화정책이 한계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미국 경제의 주요 이슈 점검 및 2015년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올해 중반 이후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시장의 신호를 빌려, 6월 또는 9월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리 피셔(Stanley Fischer)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부의장은 "최초 정책금리 인상을 언제, 어떻게 할 지가 연준의 관심사"라고 언급했다. 더들리(Dudley) 뉴욕 연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2015년 중반 금리 인상 예상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미국이 금융시장 혼란 등 금융 안정의 위험을 고려해 금리 인상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추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 외국인 자금의 이탈 위험은 높지 않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한국에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금리정책을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는 동시에 금리 인상 방향에 무게를 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 변동금리 가계 대출 '70%', 금리 인상 두려움에 '벌벌' = 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489조원. 이 중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74%, 금액으로 364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갑작스럽게 인상될 경우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의 이자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저금리정책의 혜택을 노리고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금리 인상 시 꼼짝없이 더 많은 빚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김윤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만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고정금리로 대출 받은 사람들은 큰 타격이 없지만,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경우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금리가 인상되면 변동금리부 가계 부채, 특히 취약계층의 변동금리부 가계 부채가 부실화되는 비율이 오르고 결국 금융 부실을 증가시킬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한국이 함께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의 사정에 맞춰 통화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고 올릴 필요가 있을 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은 있지만, 가계 부실화와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나 인상이 계층과 상황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산가에게는 플러스가 되겠지만 빚을 많이 진 사람들, 특히 그 빚이 변동금리부 대출이라면 당장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