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2000만원을 받았다. 한 달 이자는 약 9만8000원. 지난 1년 사이 정부의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기준금리는 0.25%씩 두 차례 내렸지만 A씨의 이자는 약 670원, 0.04%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O씨는 결혼 준비를 하며 새마을금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지난 한 해 동안 금리 인하가 계속되면서 O씨가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약 41만원에서 어느새 37만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의 가능성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면 마음이 불안하다.
지난해 3분기 가계 신용 규모는 1060조원. 가계 신용은 대출을 포함한 신용카드, 할부금융 등 신용거래를 뜻한다. 가계 신용 규모는 3개월 사이 22조원, 약 2.1%가 증가했다.
반면 가계 수신 규모는 529조4110억원에 불과하다. 부채가 저축의 2배를 뛰어넘는 것이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 신청을 한 후 6년 동안 한국은행은 총 16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2008년 8월 연 5.25%에서 현행 2.0%까지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내렸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을 꺼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 수신의 경우는 절대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재형저축 등 정부의 세제 혜택 상품은 과거와 달리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제는 저축이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새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성장, 낮은 금리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맞춰 예금자와 투자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금리정책이 계속되면 이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야 하나 반대로 가계 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끊임없이 지목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 직후 "가계 부채가 늘어난 원인에 금리 인하가 작용했다 지적이 있는데 주택 거래에 관한 규제 완화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도 가계 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정책은 가계 부채만 놓고 볼 수 없고 경기와 국제적인 자금 흐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1000조원 빚을 진 가계의 어깨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만일 금리 인하가 멈추거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낮은 이자를 기회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빚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나라에 동일하게 부채를 늘리고 저축률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 측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대출금리 형태를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가지 요소가 있으나 특히 이자율 정책이 미친 영향력이 크다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장기간의 저금리는 은퇴자 등의 이자소득을 축소시키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위험투자를 유발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