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전파한 세무사제도

세무사회 회장이 된 후 나는 한국의 세무사회가 세계 여러 나라들과 국제적으로 교류하며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세무사 업무는 독일이 역사가 깊고 가장 잘 발달돼 왔다. 한국도 이 독일식 세무사 업무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정착됐다.

그러나 요즈음엔 영국에서 발달해 미국으로 넘어간 영미(英美)식 세무사제도가 더 합리적이고 배울 것이 많다고들 한다. 어느 쪽이 100%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것을 우리 현실에 맞게 응용,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세무업무란 납세의 질을 높여 납세수준을 높이는 것에 최종목적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도록 나는 후배들에게 강조하곤 한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세무사협회(AOTCA)’라는 조직이 있다. 2012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되며 30여 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2012년이 한국 세무사회가 업무를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나는 2012년에 대륙별로 세무사회장들을 초청하는 ‘세계세무사대회’를 한국에서 여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난 2010년 11월 호주에서 개최하였던 AOTCA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2012년 이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유치했다.

이 대회는 각 나라가 세무사의 역할과 효과적인 납세서비스 업무를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되도록 했다.

또 지난 2011년 3월에는 몽골의 밧바야르 밧자갈 국회 환경식품농업위원장과 세무사협회 회장단 일행이 방한했다. 그런데 그들이 한국세무사회장인 나를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했다.

“조용근 회장님! 1960년 1인당 소득이 88불 수준이었던 한국이 어떻게 오늘날 2만 불이 넘게 됐는지 놀랍습니다. 우리 몽골도 이런 한국을 본받고 싶습니다. 그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그들은 나를 만나자 대뜸 한국의 경제성장 비결부터 물어왔다.

“정부가 지도력을 갖고 경제발전을 이끌어야 하는데 결국 그 지도력은 재정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세금징수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1966년에 국세청을 만들었는데 그 이전인 1962년부터 세무사법을 제정하여 세금을 내는 국민과 국세청 간의 가교역할을 잘했지요. 세금신고를 성실하게 하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인데 이것이 정부의 조세제도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거두어들인 이 세금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몽골도 세무사 전문자격제도를 빨리 도입해서 적극 활용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알고 보니 몽골은 세무사법이 아예 없었다. 나는 밧바야르 의원에게 한국세무사회의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세무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더니 귀국하는 즉시 나를 몽골에 초청할 테니 와서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런 내용의 강의를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민간외교의 사명을 갖고 시간을 쪼개 몽골로 날아가게 됐다. 그리고 70여 명의 국회의원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몽골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지하자원의 수출이나 외국자본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재정 확보를 통한 사회 및 산업인프라 조성이 시급합니다. 이러한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선진화된 조세제도와 세무행정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민주적 세무행정 절차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납세자를 도와주는 세법 회계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세무전문가를 양성하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세무사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주장했다. 그리고 몽골 국세청장과 토론회도 개최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나는 틈을 내 몽골 울란바토르 대학에 가서도 ‘몽골의 경제발전을 위한 재정창출 방안’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역설한 것이 주효했던지 결국 몽골의회에서 세무사법을 입법화하기로 결론을 내고 준비 중이라고 하면서 내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해외에 가서도 한국의 조세제도를 설명하고 도움을 주는 것도 작은 외교가 아닐 수 없다.

몽골은 아직 저소득 국가이지만 우리나라 국토의 20배가 되는 땅을 가진 나라로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이런 나라가 잘 살도록 많은 부분 협력하고 지원해 주는 것도 국제화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여겨진다. 모쪼록 몽골세무사제도가 발전해 몽골의 경제발전의 한 축을 감당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