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난에 시달리던 시절 우리의 아파트는 ‘성냥갑 아파트’로 불렸다. 사람이 살 수만 있으면 외관과 환경은 무시하고 네모난 틀에 콘크리트를 갖다 붓는 식이었다.
그러던 한국 건설이 수백년 동안 군림해 오던 선진국 건설사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2008년 GS건설은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독일의 ‘iF’와 ‘레드 닷’ 그리고 미국의 ‘IDEA’에 출품해 세계의 디자인 명가들과 경쟁해 3대 공모전 모두를 휩쓰는 ‘디자인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이듬해인 2009년에도 주택 구조물을 들고 나가 ‘iF’와 ‘레드 닷’ 어워드를 또 다시 수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 2008년 디자인 그랜드 슬램에 이어 2009년 6개 품목 수상
◆ 청라자이 태양광 넝쿨 열주
이들 3대 디자인 공모전은 MS에 밀려 위기에 처한 애플을 디자인 하나로 다시 살려낸 iPod, 오륜기를 연상시키며 전세계를 아우르는 Google의 로고처럼 세계 상업 디자인의 트렌드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작품들을 배출했다.
대부분이 전자, IT, 자동차 등 전통적으로 디자인요소가 강한 산업의 작품들이다.
GS건설의 디자인 그랜드 슬램이 더욱 빛이 나는 것은 수상작이 건설관련 제품이라는 것이다.
◆ 큐브벤치 미디어 파고라
전자나 자동차산업처럼 이미 수많은 디자인 명장과 명품을 갖고 있는 산업과 달리 건설은 상대적으로 기능과 안전 요소가 강해 디자인에 한계가 많은 만큼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GS건설은 2008년 그랜드 슬램에 이어 2009년에도 6개의 건설 디자인 제품을 갖고 iF와 레드닷에 도전했다.
그리고 도전은 iF 어워드에서 5개 제품, 레드닷에서 3개 작품에 수상해 GS건설의 디자인 능력을 전세계에 확인시켜 주었다.
■ “Xi Cool & Soft”... 지성과 감성을 담은 자이
◆ (위) 공덕자이 옥탑 (아래 왼쪽) NC소프트 R&D센터,
울산자원회수 시설
GS건설이 이렇게 세계적인 디자인의 명가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디자인 가치에 높은 비중을 두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GS건설만의 디자인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GS건설 디자인 담당자는 “과거 주거공간은 이성적 욕구에 초점을 맞춰 기술적 측면을 중시했다”며 “이제는 디자인을 통해 고객의 정서와 취향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디자인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GS건설은 자체 고객을 넘어 외부의 일반인들에 대한 배려까지 디자인의 범위를 넓힌다.
◆ 자이 조명시스템, 내부 활동에 따라
활동에 적합한 조명을 제공한다.
즉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외관으로 외부인들에게도 보는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게 GS건설의 디자인 철학이다.
이런 디자인 철학은 옥상구조물이 하늘을 향해 열린 창처럼 형상화된 옥탑디자인을 탄생시켰고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 많은 건축물을 만들어내 BIM 등 국내외 수많은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GS건설 주택기술담당 원종일 상무는 "감성을 담은 지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철학은 기술과 기능 등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사용자 중심의 사고로의 전환을 뜻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탁월한 디자인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진정으로 가치있는 특별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Xi의 디자인은 베트남 주택단지의 표준
세계 디자인 명가로 우뚝선 GS건설의 디자인 역량은 공모전 수상이나 국내 주택건설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 곳곳에 건설하는 건축물에 실제 적용돼 세계 건축문화를 새롭게 바꿔 놓고 있다.
◆ 자이 디자인 개념도
GS건설의 디자인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베트남 최고 부자들이 몰려 있는 호치민 남쪽 푸미흥 신도시다.
1991년 대만 부동산 개발회사가 개발한 이 지역은 고층아파트와 고급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외국인과 호치민 부자들이 모여있어 ‘호치민의 강남’이라 불린다.
GS건설은 지난 20년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던 푸미흥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주춤할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GS건설이 이곳에서 5Km 떨어진 곳에 한국형 도시인 ‘나베신도시’를 건설하기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 자이 각종 표지판 컨셉
베트남 정부는 신도시 개발자 선정에 앞서 개발의사를 밝힌 세계 유수 건설사들의 계획서와 설계도면을 검토했다.
그리고 GS건설의 예술성 높은 도시 디자인과 표지판 등 각종 설치물 그리고 한국형 유비쿼터스 인프라에 베트남 관료들과 호치민 인민위원회 위원들이 온통 마음을 뺏겨 GS건설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베신도시는 2만여 가구에 7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계획돼있는데 베트남 정부가 단일 건설업체에 이처럼 대규모사업을 통째로 맡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 호치민 '리버뷰 팰리스 자이' 전경
GS건설은 나베신도시에 앞서 호치민 타오디엔 안푸 강변을 따라 형성된 고급빌라촌에 ‘리버뷰 팰리스 자이’를 건축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이곳에 자리를 잡아 세계의 고급주택 디자인이 모여 있는 이곳의 주택들은 베트남 주택 건설사들이 디자인과 설계를 베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GS건설은 단지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고급빌라촌에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 ‘Xi’를 옮겨 놨다.
‘리버뷰 팰리스 자이’는 27층 3개동 270가구로 구성돼 있는데 ‘자이’의 디자인과 인테리어, 단지내 시설이 입소문을 타 일대에서 가장 높은 분양가에도 건물을 짓기도 전에 절반 이상 팔려나가는 인기몰이를 해 베트남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이 디자인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은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기나긴 시간동안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들의 핵심 가치는 바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이었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냥갑 아파트를 짓던 한국건설이 이제는 예술적인 디자인을 통해 세계인에게 감동을 지어주는 명장으로 훌쩍 자라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