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은행들이 사전에 채무를 조정해주는 프리워크아웃(pre-workout) 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변동 금리 대신 고정 금리 대출을 늘리고 장기간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대출 받아 집을 산 하우스푸어(house poor)의 빚 부담은 쉬게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 및 소득인정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대출 한도를 늘려 가계 빚 문제를 오히려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이 가계 부채 문제를 더 키울 위험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1955~1963년 사이 출생한 베이비부머(baby boomer)의 빚도 가계 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은퇴자들이 자영업으로 쏠리면서 연체율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집계된 베이비부머는 약 714만명, 인구 전체의 14.6%를 차지한다.
이 중 근로자에서 자영업으로 전환한 차주의 연체율은 4.37%로 높게 나타났다.
자영업에서 무직으로 전환했거나(4.34%) 근로자에서 무직으로 전환한 경우(3.48%)보다 더 높은 것. 지난 8월 은행권 전체 연체율(1.13%)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가계 부채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운영 중인 저소득층의 채무 감면 제도 '국민행복기금' 역시 이번 국감에서 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행복기금은 소득에 관계없이 6개월 이상 연체한, 50만원~1억원의 빚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 채무 감면 비율은 연령, 급여, 부양가족, 연체 기간 등을 심사해 정해진다.
문제는 이 제도가 새 정부 이후 실시되면서 일부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형평성 논란을 야기시키고 반대로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 채무 조정을 신청하는 도덕적 해이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이다.
민간 연구 기관의 한 금융전문가는 "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지키기 위해 빚을 감면해주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금융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