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사도 끝이 없는 사치 욕심…. 여대생 A씨는 고가의 화장품을 사기 위해 엄마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300만원짜리 화장품을 구입한 그는 결국 대금을 갚지 못해 연체했고, 카드를 발급해준 S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A씨의 어머니에게 결제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 사실을 까마득히 알지 못한 A씨의 어머니는 결제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S사는 명의 도용을 한 A씨를 형법상 사기죄로 고소했고, 그의 어머니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A씨의 어머니는 "카드 부정 사용에 대한 대금을 카드사가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 명의를 도용해 카드를 사용한 채무자와 가입자 확인을 제대로 못한 카드사. 이 중 더 잘못을 한 쪽은 누구일까.
결과적으로 명의 도용의 피해자는 채무자와 카드사 양측 모두이다. 그러나 명의 도용을 한 당사자가 가족일 경우 잘잘못을 따지기가 매우 어렵다.
카드 발급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A씨는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 통장 계좌 번호, 인터넷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알아야 한다. 또 가족이 명의 도용을 한 경우에는 카드를 수령하거나 결제금이 청구된 때에도 발각되기 쉽다.
이때 명의자 본인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연체했을 경우에는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분쟁 조정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통화 내역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
지난 2011년 4월에 분쟁 조정이 신청된 이 사건에서 금감원은 A씨 어머니의 의견을 받아들여, S사에 일부의 책임을 부담하라고 권고했다. 가입자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는 만큼 연체 금액의 절반인 150만원을 감면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S사는 판매자(가맹점)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은 50만원 초과 결제 시 사용자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데, 본인 확인을 미흡하게 한 잘못이 둘 다에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부분의 가맹점들은 관행상 50만원 초과 결제에 대해서도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지만, 만일 분쟁 조정에 연루될 경우 이는 위법 사항이 된다.
김영기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아무리 가족 관계라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처벌 받을 만한 일이며, 가맹점주 역시 본인 확인을 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