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의 모럴헤저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LH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국민의 혈세가 매년 투입되고 있고 임대주택 등 정책사업으로 발생한 손실도 세금으로 보전해주기로 법까지 개정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LH는 성과급 등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
LH는 전형적인 부실기업형 재무상태이다. 그런데도 최근 4년간 약 3354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또 지난해 11월엔 공사비만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초호화 신사옥을 착공했다.
▉ 비정규직 70% 감소, 무늬뿐인 인력 구조조정
LH는 합병과 함께 경영정상화를 위한 인력구조조정에 나섰다. 그 결과 직원 수가 1176명 줄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인건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내막을 들여다보니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무늬만 구조조정이었다.
LH의 전체 임직원수는 2009년 기준 정규직 6826명, 비정규직 1232명에서 지난해 말 정규직 6520명 비정규직 362명으로 총인원은 14.6% 감소했다. 정규직은 4.5% 감소한 반면에 비정규직은 무려 70.6%나 감소해 인건비 감축효과가 작은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과 2011년도 손익계산서를 비교해 보면 인력조정에 따른 퇴직금, 해고급여를 제외한 급여성인건비(급여+복리후생비)가 인원감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258.7억원이 증가했다. 인력감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구조조정 전문가는 “실질적 비용절감이 수반되지 않은 단순히 숫자만 줄인 무늬뿐인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 빚을 내 빚 갚는 회사에서 경영 성과급? 납득 안돼...
LH는 총부채 133.6조원(부채비율 454%)에 하루이자 110억원, 영업해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지출이 더 많아 현금흐름이 매년 적자인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1년도 성과급 지급내용을 보면 사장의 경우 연봉 1억100만원보다 더 많은 1억2100만원, 직원들은 평균연봉 5천200만원의 25%정도 되는 1285만원씩을 받았다. 성과급과 월급을 합친 직원평균 급여는 6천500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 연봉은 2011년 기준 현대차그룹 7068만원, 삼성그룹 6448만원에 버금가는 고액연봉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공기업의 종사자가 국내 최고 대기업 수준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LH의 연도별 경영성과급 지급내역을 보면 2009년도엔 667억원, 2010년 1052억원, 2011년 834억원, 지난해 7월까지 799억원 등 총 3354억이 지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직원 복지차원에서 급여와 별도로 지원되는 저리의 주택자금, 본인 및 자녀 학자금, 피복비, 교육훈련비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 중 최고수준이다. LH의 모럴헤저드는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이에 대해 공기업에서 근무했던 김모(55세, 경기도 안산시 거주)씨는 “정부의 경영평가등급에 연동돼 지급되는 성과급은 실제로는 급여성격으로 정부정책만 잘 따라가도 받을 수 있다”며 “일반 기업이나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 빚더미 기업이 1인당 사무공간 3억짜리 초호화 사옥
빚을 내 빚을 갚고 있는 LH가 진주혁신도시에 4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신사옥을 건립하는 것도 도덕적 해이 사례로 지적됐다.
LH공사 신사옥은 연면적 4만2136평에 지상 20층(지하 2층)규모로 태양광 발전·지열 냉난방 시스템·고효율 LED 조명기구를 갖춘 업무시설 외에 헬스장과 수영장, 체육관 등의 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심각한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호화 청사를 건립하는 LH의 방만한 경영을 질타했다.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직원 1400여명이 사용할 LH 진주 신사옥 건설비용이 공사비, 설계비,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총 417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1인당 사무공간 건설비가 3억원에 가까운 것이다.
조 의원은 직원 1만여명이 사용하는 서울시 신청사 공사비용 2350억원과 호화청사 논란을 일으켰던 성남시청의 1540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으로 빚을 내 새 사옥을 건립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LH는 본사 및 지방소재 사옥의 매각을 통해 건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여건 상 당분간 사옥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결국 빚으로 청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지난주 본사 사옥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 결과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LH관계자는 "신사옥이 친환경 에너지절감형으로 건설돼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계와 예산 등은 정부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LH측이 주도적으로 호화 사옥건립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LH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빚을 내서라도 호화사옥을 짓겠다는 것은 국민을 볼모로 삼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