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LH 보금자리주택, 벤츠 BMW 탄 가짜 서민에 분양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보금자리주택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 중이고 지난 13일 국토해양부도 향후 보금자리주택을 임대주택위주로 공급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은 도입취지에 맞지 않는 입주자 선정기준으로 무자격 짝퉁서민이 당첨되는가 하면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값싼 주택을 공급하는 바람에 민영주택 분양에 타격을 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일부 사업지구에서는 높은 분양가로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기도 했다.

LH로선 재무역량을 초과한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재무구조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걱정되고 있다. 

▉ 도입취지 벗어난 청약자격... 가짜서민의 재테크 놀이터?

보금자리주택사업 가운데 공공분양은 출발부터 입주자 선정기준에 문제가 있었다.

보금자리주택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무주택 저소득 가구의 주거안정과 내집마련의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사업으로 출발했다. 소득 10분위 기준 5분위 이하의 무주택 서민들에게 장기임대주택 80만호와 전용면적 85㎡이하의 분양주택 70만호를 2018년까지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약자격요건을 보면 허점투성이다.

60㎡를 초과하는 공공임대와 분양주택에는 소득과 자산에 대한 제한기준이 없다. 주택청약저축 등에 가입한 무주택 세대주라면 소득수준이나 보유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청약이 가능한 것이다.

이외에도 소득과 자산기준을 적용받는 60㎡이하 주택의 입주자격조건도 문제다. LH 홈페이지에 게시된 입주자격조건을 보면 가구원수별 소득수준과 보유중인 부동산, 자동차에 대한 제한기준은 있지만 보유 예금, 유가증권 등의 자산에 대한 기준은 없다. 따라서 고액의 예금, 주식, 채권 등을 보유한 자도 분양받을 수 있다.

2011년 9월 국토해양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제1~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자의 자가용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자가용 소유자 1만7943명 가운데 221명이 벤츠, BMW등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당초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보금자리를 공급하겠다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허술한 입주자 선정기준과 관리로 가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국회예산처의 보금자리주택사업 평가보고서도 전용면적 60㎡초과 주택의 경우 소득 분위와 상관없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초의 도입취지를 벗어나 운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 고분양가로 서민에겐 ‘그림의 떡’, 건설업계 “불공평한 경쟁”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더 이상 무주택 서민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2011년 11월 서울 송파 위례지구 A1-8블록의 평당분양가는 1400만원이 넘는다. 30평형대의 분양가가 4억 ~ 4.5억원 수준이다. 또 지난해 12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경기도 하남 미사 A2블록의 경우도 3.2억원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서민들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그림의 떡’인 셈이다. 결국 보금자리주택이 정부 지원없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와함께 민간건설업체가 공급하는 민영주택 구매계층을 잠식하는 상황이 벌어져 민간건설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보금자리주택은 수도권의 양호한 기반시설과 근접한 입지조건이 좋은 그린벨트를 택지로 조성해 싼값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적 기반을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땅을 매입해 짓는 민간 건설업체와 가격경쟁의 출발선이 불공평한 것이다.

건설업체 한 임원은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LH보다 열세인 민간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사태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가격이 싼 보금자리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이 민영주택의 구입을 미루는 등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안태훈 평가관도 “민간주택을 구입 또는 임대할 수 있는 소득과 자산보유 계층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면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 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사업방식은 민간주택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H의 보금자리주택은 분양 물량을 크게 축소하고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최근 2~3년 부채증가 주도, 2020년엔 부채 245조원 예상

보금자리주택사업은 최근 LH의 부채증가를 주도하고 있으며 향후 사업이 진행될수록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보금자리사업의 부채는 2010년 대비 7.4조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부채 증가금액 12.1조원의 61.2%를 차지했다. 64.5%를 차지한 주택임대사업과 함께 총부채증가를 견인했다.

최근 시점인 2011년말과 비교해 보면 보금자리 관련 부채증가 비중이 압도적이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총부채가 3.1조원 늘었고 이중 보금자리부채는 2.2조원이 늘어나 총부채 증가금액의 70%를 차지했다.

지난 13일 국토해양부는 앞으로 보금자리주택을 매년 15만호(분양3만, 임대12만호)씩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LH의 현 재무상태로 과연 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민주통합당 변재일의원의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LH의 ‘재무전망 시나리오’에서 보금자리주택(10만호 승인, 6만호 착공 가정)사업을 지속할 경우 2020년엔 부채가 24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현행대로 끌고 갈 경우 LH의 경영정상화에 더욱 부담을 주고 결국은 국가재정에 손을 벌리게 돼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사업은 LH는 물론 도시공사들도 수행하고 있다”며 “총괄적인 관리는 국토부 소관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