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회예산정책처 김춘순 예산분석실장
국회예산정책처의 핵심부서 중 하나인 예산분석실을 이끌고 있는 김춘순 예산분석실장(사진)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를 통해 "열심히 일한다고 우리에게 추가적인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이 국가에 보탬이 된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예산분석실은 경제예산분석과, 산업예산분석과, 사회예산분석과, 행정예산분석과, 법안비용추계1과와 2과 등 총 6개과 34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예산안의 예·결산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한 해 수 백건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의 조사의뢰를 처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명감'이 없다면 해낼 수 없는 일들이다.
김 실장은 "수 많은 보고서와 예결산 숫자를 맞추려면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거의 출근해야 한다"며 "특히 전면이 유리인 국회예산정책처 건물이 많이 덥다. 저녁 7시가 넘으면 에어컨을 끄는데 야근하는 직원들이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김 실장이 예산분석실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확도'. 그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한 분석보고서가 300명의 의원 전원에게 제공되고 의원들이 우리의 자료를 가지고 장관들에게 질문을 한다"며 "정확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분석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더 정확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산분석실은 분석관들이 보고서 초안을 쓰면 과장 이상급이 모여 포럼을 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검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과정에서 보완이 된 보고서는 부처로 보내 논리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 다음에 발표한다.
이중, 삼중의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우리 보고서의 신뢰도가 꽤 높다"며 "우리 보고서가 발간되면 거의 모든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고, 의원들의 질문도 우리 보고서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최종건 정치팀장, 정리 : 김기린·이희정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 예산분석실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 경제·산업·사회·행정 등 4개 예산분석과 및 2개 법안비용추계과 등 6개 과로 구성됐으며 총 34명의 예산분석관들이 일하고 있다. 예산분석실은 국회가 전문성이 부족해 예산과 결산, 정부의 사업 타당성 등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해서 생겨났다.
모든 정보를 행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거기에 끌려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국회는 예산정책처와 우리 실을 설립해 예산과 결산을 연구, 분석하도록 했다. 우리는 325조원의 재정과 8800여개에 이르는 각 부처의 사업을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법안비용추계 업무도 담당한다. 2005년 150여건에 불과하던 추계서 작성 건수는 작년의 경우 총 585건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또 최초의 확정예산 분석서인 '대한민국 재정', 재정 관련 법률의 입법 과제를 분석한 '재정법률 개선과제' 등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다양한 보고서들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 예산을 분석하고 심사하는 일을 하면 자연스레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할텐데,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나.
= 우선 이것부터 얘기해야겠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직접 짜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지만 정부는 재원을 어디서 가져오겠다는 얘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다들 예산을 달라고 하지 어디서 예산을 가져오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재정부와 다른 부처와의 차이점이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각 상임위는 정부 부처 같고 예결위는 재정부 같다. 상임위는 예산을 늘리고 봐야 한다면 예결위는 깎는다.
우리도 재정부와 비슷한 입장이다.
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되고 국민들이 잘 살고 있느냐를 봐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이다. 예산을 늘려주자는 얘기를 거의 안한다. 있는 예산을 제대로 활용하는지 본다. 정부에서 새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있으면 그 타당성을 살펴본다. 기존 사업은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그 규모가 적정한가를 보는 것이다.
또 우리는 3월부터 7월까지 전년도 결산을 한다.
2011년 예산을 잘 썼는가를 각 부처별로 결산서를 받아 분석한다. 하지만 자료가 부족하다. 정부에서 자료를 잘 주지 않는다. 그래서 51개 부처와 날짜를 정해 업무협의를 한다. 협의할 때 분석관들이 질의를 하고 답변을 통해 확인한다.
부처들이 자료를 잘 주지 않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자료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가 쓰는 보고서와 직결되고 분석관의 능력과도 관계가 있다. 분석관이 예리하다면 부처에서 자료를 더 준다. 빨리 협조하고 설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분석관들에게 "자료를 받아내는 능력부터 길러라"라고 말한다.
□ 업무를 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 정확도다.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한 분석보고서가 300명의 의원 전원에게 제공되고 의원들이 우리의 자료를 가지고 장관들에게 질문을 한다. 정확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분석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더 정확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분석관들이 보고서 초안을 쓰면 과장 이상급이 모여 포럼을 하는 방식으로 검증한다. 논문심사를 받듯이 분석관이 우리 앞에 보고를 하고 과장들이 그걸 보면서 논리가 틀렸다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한다. 논리가 설익으면 안 된다.
논리가 약하면 공격대상이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초안이 확신이 든다 싶으면 부처가 이것을 보도록 한다. 부처가 아니라고 한 부분이 타당하면 수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보고서의 신뢰도가 꽤 높다. 우리 보고서가 발간되면 거의 모든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고, 의원들의 질문도 우리 보고서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 추세다.
□ 다른 실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산분석실 역시 하는 일에 비해 인력이 너무 적다. 일하면서 힘들지 않은가.
= 우린 거의 주말에도 출근한다. 평일에도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보고서와 예·결산 숫자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또 예산정책처 건물이 많이 덥다. 저녁 7시가 넘으면 에어컨을 꺼버리는데 이 부분을 직원들이 힘들어한다.
□ 힘들어도 보고서가 잘 반영되면 뿌듯함도 있을텐데, 예산분석실의 지적사항이 잘 반영되는 것 같은가.
= 국회 재정위가 우리의 지적사항 반영률이 가장 높다. 다른 상임위는 열심히 안 해주면 우리의 보고서가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의원들의 테이블에 자료를 올려주는 것까지다.
□ 법안비용추계도 예산분석실의 업무다. 그런데 의원 발의 법안을 보면 비용추계서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이 제도는 초기 단계다. 의원이 비용추계를 하게 되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법을 시행하는데 3조원이 든다고 하면 그 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 돼 버린다. 이 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법에 드는 소요비용과 더불어 어떤 사업에서 예산을 깎고 어떤 세원을 통해 재원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같이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어 한계가 있다.
□ 앞으로 예산분석실을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 일을 하려면 끝이 없다. 국가 살림 전체를 들여다봐야 하고 기획도 잘 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하다 보면 나라에 보탬이 돼 예산정책처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국민들이 알아준다고 말한다. 이 말에 직원들이 공감을 하는 편이다.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다.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우리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