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경제분석실장 직무대리 조의섭 조세분석심의관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의 조의섭 조세분석심의관. 현재 공석인 경제분석실장 자리를 대신해 경제분석실을 이끌고 있는 조 심의관(사진)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곳에 비해 경제전망이 정확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경제분석실은 경제정책분석과, 거시경제분석과, 재정정책분석과, 세제분석과, 세수추계과 등 5개과 29명으로 이뤄진 작은 조직이지만 수 십, 심지어 100명에 가까운 연구인력들을 보유한 국내 연구기관 등에 비해 더 정확한 경제 및 재정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조 심의관은 "국세수입만 보더라도 지난해 결산한 것을 보면 우리가 전망한 것과 1000억원 차이가 났다"며 "재정부는 전망치와 4000억원 차이가 났다. 지난해 재정지출은 전망치와 1000억원도 아니고 딱 맞았다"고 강조했다.
경제분석실이 내놓은 보고서 중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은 보고서들도 즐비하다.
조 심의관은 "지난 2008년 감세정책을 실시할 당시 정부는 5년간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다시 보니 90.2조원이었다"며 "감세 정책의 세수효과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 지는 데에 우리 실이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심의관과의 일문일답.
(대담 : 최종건 정치팀장, 정리 : 이희정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경제분석실은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가.
[A] 경제분석실은 경제전망과 재정분석, 세제분석, 세수추계, 경제정책 분석을 하는 곳이다. 때문에 주로 경제학 석·박사들이 대부분으로 29명이 함께 근무한다.
우리는 다른 경제관련 기관들에 비해 경제전망과 재정전망을 정확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세수입만 보더라도 지난해 결산한 것을 보면 우리가 전망한 것과 1000억원 차이가 났다. 기획재정부는 전망치와 4000억원 차이가 났다. 지난해 재정지출은 전망치와 1000억원도 아니고 딱 맞았다.
[Q]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저기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가계부채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 2005년이다. 그동안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와 관련하여 여러 전문가들의 우려와 많은 지적이 있어 왔지만 정부의 대책은 그 심각성에 비추어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출버블이다. 버블은 한번 꺼지기 시작하면 매우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기업 대출이 문제가 생겼을 때는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어느정도 자산에 대한 정리가 가능하겠지만 가계부채는 그게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므로 사전에 더욱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대기업이 수출 실적도 좋고 영업이익도 괜찮지만 그것이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이 나빠서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기업이 부를 창출하면 가정으로 흘러 들어가고 가정은 저축을 해서 기업이 굴러가게 만들어 선순환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자금순환을 보면 창출된 부가 주로 대기업에만 머물러 있다.
투자를 하지 않고 돈만 쌓아두면 내수가 부진하고 가계소득이 정체되니까 가계부채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도 그렇다. 청년실업이 많아지고 중소기업이 힘든 그 기저에는 돈이 안 흐른다는 것이 있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Q] 경제분석실에서 가장 주목받은 보고서는 무엇인가.
[A]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국회 출입기자는 대부분 정치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와 관련된 일을 하는데 아무래도 정치부 기자들이 출입하다보니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나마 잘 알려진 것이 2008년에 감세를 할 때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줄어드는 세수 추정치를 우리가 수정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5년간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보니까 90.2조였다. 기획재정부 계산방식은 첫 해에 5.5조원 감세를 해주면 그 다음해는 5.5조원은 이미 감세한 것으로 보니 추가 세수감소는 없는 것으로 표시해 놓았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초년도 감세분도 이후에 계속 감세효과가 발생하므로 5년간 세수 감소가 90.2조원에 이른다고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기획재정부는 전년도 대비방식을 쓰고,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준선 대비방식으로 사용하므로 더욱 정확했던 것이다. 미국 CBO나 JCT에서도 국회예산정책처 처럼 기준선 대비방식을 사용한다.
또한 최근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 역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Q] 일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을텐데, 어떤 점이 힘든가.
[A] 가장 큰 어려움은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국세청과의 자료협조가 쉽지않다. 우리 처는 '국세기본법'에 따른 자료요청 권한이 있으며, 국세청은 자료요청에 응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IMF 외환위기 시기 주식시장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장기 보유주식에 대한 세제혜택제도가 있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주식을 장기보유하면 이득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막상 우리가 분석해보니까 혜택은 최상위 1%에 집중돼 있었다. 이것은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 이러한 분석은 세밀한 데이터를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며 국세청의 보다 적극적인 자료협조가 필요한 이유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말하고 싶은 것이라기 보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경제분석실의 인력이 다소 늘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관련분야의 정부와 연구기관에 비해 인력이 너무 적다. 경제분석실에 세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세제분석과와 세수추계과이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재정부의 세제실 80명을 상대한다.
거시경제과는 6명이 한국은행, KDI를 다 상대하니까 수적으로 너무 열세다. 더구나 감세를 했었던 2009년과 2010년에는 국회의원의 조사분석 요청이 700건이나 됐다. 이렇게 많은 조사분석 요청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는 인원을 지금보다는 다소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