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전문가들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부류는 은퇴를 앞둔 ‘하우스 푸어’들이라고 한다.
부동산 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집을 담보로 빌어 쓴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의 고통이 이만 저만 아니다.
그래도 나이가 젊어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버틸 힘이라도 있다. 하지만 은퇴를 앞뒀거나 노후를 대비해야 할 상황인 경우는 ‘대재앙’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값이 떨어질 때는 헐값에라도 팔리기만 해도 다행이다.
게다가 대학졸업 후에도 부모에 얹혀서 사는 ‘캥거루 족’ 자녀까지 있다면 노후 생활은 더욱 팍팍해진다. 늙어서 돈 없는(老後無錢) 것 만큼 큰 서러움이 없다고 했는데, 자산을 지나치게 부동산에 의존하여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소홀한 경우에는 낭패를 볼 수 있다.
■ 토막 나는 자산들…자산디플레 공포 엄습
집값은 이자비용 감안 시 2006년 최고점대비 거의 반 토막 났다. 골프장 회원권 값은 아예 1/3이 되었다. 콘도회원권,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 미술품 등도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인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약 80%로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게 문제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및 노후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이와 동시에 부채 디플레이션(DD, debt-deflation)의 공포도 함께 겪어야 한다.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채무부담이 커지면 빚을 갚기 위해 담보로 맡긴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것이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신용의 축소로 인해 자금의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자금이 안전한 곳으로만 몰리게 되고, 그래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시장 참여자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매각함으로써 자산가치의 하락을 부추기게 된다.
■ 50대부터 금융자산이 급감하는 불안정한 자산구조
문제는 한국인의 자산구조가 나이가 들수록 불안정해진다는데 있다.
보험연구원의 2011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50대부터 금융자산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금융자산규모가 가장 크고, 60대의 금융자산규모가 가장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40대에 금융자산이 피크를 기록한 뒤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퇴직 등으로 수입이 줄어든 반면 자녀교육비 및 결혼비용 등 지출은 증가함에 따라 금융자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됨에 따라 노후생활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 노후생활에 있어서 가장 불안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건강(47.8%)과 함께 경제적 위험(45.3%)를 꼽았다. 경제적인 위험에 대한 불안은 연령과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2년 3월 발표한 국민노후보장패널 부가조사 분석보고서도 중고령층의 경제적 걱정거리 중 가장 큰 것은 생활자금 마련(48.7%)이며, 그 다음은 의료비 부담(31.8%)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노후생활자금 마련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LIMRA의 조사에서도 70%의 사람들이 은퇴 후 생활비에 대해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9%는 의료비를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은퇴 후 생활비는 월 177만원 정도 있어야
위 설문 조사 결과 비은퇴자들은 은퇴 후 생활비가 월 177만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중 식비가 39.9%, 의료비가 18.4%를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은퇴 후에는 식비와 의료비, 주거비, 경조사비의 비중이 늘어나는 반면 사회활동 감소와 자녀교육 종료로 인해 교육비, 교통비, 통신비, 오락· 문화비 등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의 83.4%가 경조사비 지출이 부담된다고 대답하였으며,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된다고 인식하는 비중이 높았다. 노후 소득이 부족할 경우라도 43%는 경조사비를 현재와 같이 계속 지출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 ‘은퇴 후 중산층’의 월 생활비는 310만원
하지만 은퇴 후에도 어느 정도 품위를 지키며 여유있게 살 수 있는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려면 사정이 달라진다.
삼성생명이 FP센터 방문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초생활비, 경조사비, 여행비, 차량유지비 등 310만원의 생활비가 있어야 삶의 질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은퇴 후 중산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중산층 보유자산의 83%가 부동산… 유동성 부족
은퇴 후에는 생활비 충당에 부족한 국민연금 이외에도 매월 일정하게 들어오는 금융수입이 절실하다. 따라서 매달 수입이 들어오는 수익성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중산층은 전체자산의 83%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66%나 일본의 74%보다 과다한 수준이다. 부동산은 유동성이 부족하여 불경기 등 대세 하락기에는 매매가 불가하게 되는 등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많다.
그나마 매월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부동산을 빚을 안고 보유한 경우에는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으로 경매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또한 부동산 활황기에 신설된 종합부동산세 및 과표 현실화에 따라 인상된 재산세도 은퇴 후에는 버겁다.
이와 같이 은퇴 후에는 현금, 연금 등 유동자산이 부족할 경우 생활자금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은퇴를 앞두고 부동산에 자산이 편중되어 있다면 유동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 자산소득에서 이자소득으로
노후를 대비한 최고의 재테크는 역시 매달 꼬박꼬박 안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도록 자산을 굴리는 것이다. 수익성 부동산도 매달 임대료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경기에 민감하고 임차인을 관리하는 것도 여간 성가시지 않다. 그래서 노후에는 이자소득을 제일로 꼽는다.
이자소득은 획득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이자소득(Income)은 ‘이자 및 배당수입’ 즉, 자산을 보유하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
이것은 이것을 얻으려고 매매 등 별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고 대부분의 경우 원금이 안전하게 보장되어 좋다. 이자소득은 클수록, 확정적일수록, 길수록 그리고 비과세일수록 좋다.
또한 이자소득은 예측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가져오기 때문에 자산소득 같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위험하고 수고로운 별도의 노력이 불필요하여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기에 좋다.
또한 노후에는 목돈보다는 현금흐름이 더 중요하다. 나이가 많아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칫 치매나 뇌졸중 등에 걸릴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목돈을 가지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빌려달라고 하거나 투자를 제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탁이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섣부른 창업으로 그동안 어렵게 모은 은퇴자산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은퇴자금은 목돈과 같은 자산이 아닌 현금흐름 즉 연금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은퇴 후에 필요한 연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이른 바 ‘3층 노후보장체계’를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 변액연금보험 주택연금도 효자 상품
올들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단체의 비판을 받았던 변액연금보험도 잘 알고 활용하면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
변액연금보험은 주식·국공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성과를 계약자에게 나누어 주는 실적 배당형 보험 상품이다.
따라서 운용실적이 좋을 때는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투자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보험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먼저 떼어내기 때문에 가입초기에는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므로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가입 후에도 시장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펀드운용 및 변경에 대해 자문하고 도와줄 수 있는 성실하고 장기 근속하는 설계사를 고르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펀드운용사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므로 가입 시 보험사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예금자보호법의 대상이 아니며 사업비 및 위험보험료 공제에 따라 수익률이 저하됨도 알아 두어야 한다. 보험계약을 10년 이상 유지 후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것이 장점이다.
주택연금은 노후에 자산을 유동화하는데 가장 유용한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만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동안 연금방식으로 매월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국가가 보증하는 금융상품(역모기지론, reverse mortgage loan) 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연금 가입자를 위해 은행에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은 공사의 보증서에 의해 가입자에게 주택연금을 지급하며 나중에 부부 모두 사망 후 주택을 처분해서 정산한다.
연금수령액 등이 집값을 초과하여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으며, 반대로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1세대 1주택 소유자만 자격이 있고 대상 주택은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 및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노인복지주택이어야 한다.
저당권 설정시 등록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국민주택채권 매입의무가 면제되며 주택연금 대상 주택은 재산세가 25% 감면 (5억원 초과주택은 5억원에 해당하는 만큼 감면)되며, 이자비용은 연금소득공제(200만원 한도) 대상이다.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