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KT, 민영화 10년의 실망스런 성적표

■ 10년간 대차대조표 늘어난 건 3조6천억원의 '빚’밖에 없어

KT가 민영화된 지난 10년간 국내 통신산업은 폭발적 성장을 했다. KT 역시 이 기간중 매출이 크게 늘었고 영업이익도 꾸준히 올렸는데 왠일인지 자기자본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KT의 지난 10년간 대차대조표를 비교해 보면 자산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소폭 증가에 그쳤고, 부채만 3조6620억원 불어났다. 이로 인해 자본은 감소하는 실망스런 경영성적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지난 10년간 고객들의 이익과 재무구조개선에는 소홀하고 고율배당 등 주주의 권익을 중시하는 바람에 회사의 역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저버리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KT 민영화 10년 재무구조 변화

                                                                    (단위 : 십억원, %)

KT는 2002년 5월 민간의 경영기법을 도입해 경영효율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민영화 됐다. 당시 정부는 통신사간 경쟁을 촉진시켜 질 높은 통신서비스 및 값싼 통신요금을 제공할 수 있다며 민영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의 이 같은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KT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기초체력인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 10년 동안 KT의 자산은 15.8%(3조6040억원)증가하고 부채는 33.1%(3조6620억원) 불어나 자기자본이 0.5%(590억원) 감소했다.

더욱이 2009년 6월 KTF와의 합병 (2009년 5월말 기준 KTF의 자산 8조4천억원, 부채 3조9천억원, 자기자본 4조5천억원)을 감안하면 자산이 약 5조원정도 준 것으로 추산된다.

■ 매출성장에도 불구 잉여금 5조원 가량 사라져
 
지난 10년 사이 매출은 2009년 6월 KTF와의 합병효과 등으로 75% 증가했으나, 순이익률은 10.8%에서 7.1%로 3.7%포인트 감소했다.

경영성과가 누적된 결과인 이익잉여금은 630억원 감소했다. 이는 자기자본 4조원이었던 KTF를 합병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5조원 가까운 잉여금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KT 민영화 10년 영업성과

                                                                                  (단위 : 십억원) 

                                                                                                                  
■ 통신3사와 비교해보니... 자본축적은 ‘낙제점’

조세일보가 분석한 결과 민영화 10년 경영실적은 경쟁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조했다.

KT의 매출액은 민영화전인 2001년 말 11조5180억원에서 작년 말 20조1660억원으로 75.1% 성장했다.

이에 비해 경쟁업체인 SK텔레콤(이하 SKT)은 매출이 6조2270억원에서 12조5750억원으로 101.9%, LG유플러스(이하 LG U+)는 2조1210억원에서 9조2510억원으로 336.1% 성장했다. KT가 3사중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인터넷전화,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경쟁업체의 유선통신부문 잠식으로 유선통신 매출이 매년 3 ~ 4천억원씩 감소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률은 3사 모두 떨어졌다. 이는 국내통신시장이 포화상태로 진입해 회사 간 경쟁격화에 따른 요금할인 등 가입자당 수익(ARPU)이 감소한 결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은 KT가 2.6%포인트 감소했고, SKT, LG U+는 각각 18.9%포인트, 14.1%포인트씩 감소했다. 감소폭이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작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산 및 자본축적은 3개사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자산은 15.7% 증가하는데 그쳐 꼴찌다. 게다가 자기자본(자본총계)은 오히려 10년 전 보다 590억원이 감소하여 맞수인 SKT가 110.5% 증가 했고 LG U+가 373.1%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신3사의 지난 10년 경영실적 비교

                                                                                            (단위: 십억원) 

              자료: 각 사별 사업보고서(실적비교의 용이성을 위해 별도재무제표를 활용)

KT의 총자산이 10년간 15.7% 증가에 그친 것은 이 기간 중 통계청 발표 명목 물가상승률의 단순 합계인 36%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는 민영화 이전 국민들의 혈세로 구축해 놓은 소중한 자산을 실질적으로 까먹은 것을 의미한다.

KT는 부채(차입금 등)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소홀했다. 부채비율은 2001년말 94%에서 125%로 3개사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 반면에 SKT는 87%에서 71%로, LG U+도 240%에서 186%로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증권사 및 신용평가기관들은 KT의 올 해 영업전망을 그리 밝게 보지 않고 있다. 유선통신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한발 늦게 진출한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열세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KT의 LTE서비스가 경쟁사 보다 늦어졌다”며 “LTE 전국망을 4월말에 확보함에 따라 2분기 이후 LTE마케팅에 적극 나설 것이며 관련 비용이 늘어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KT는 ‘이익의 주주환원’이라는 경영원칙으로 매년 당기순이익의 50% 배당을 천명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도 최소 주당 2000원 이상 배당할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높은 요금을 부담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이러한 고배당 잔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며 앓는 소리하면서도 어느 업종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 민영화 10년의 경영실적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 통신산업과 사회에 대한 공헌도 등을 살펴보면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지 알 수 없다” 혹평했다.

이 같은 평가는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민영화 초기에 6만6800원으로 정점을 찍은 주가는 장기 하락하여 3만3천원대로 주저앉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평가는 더욱 가혹해 목표주가를 3만원대로 낮춰 잡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KT 민영화는 실패작으로 끝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