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주영진의 생각…"예산정책처를 말하다"

지난 2011년 3월 제4대 국회예산정책처장으로 부임한 주영진 처장(사진)은 2003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 출범 당시, 기관설립 실무준비단장과 초대 기획관리관으로 일하며 조직 발전의 튼실한 기초를 닦은 국회예산정책처 역사의 '산증인'이다.   

주 처장은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법만 통과되었을 뿐 사무실도, 직원도, 예산도 없었다"며 "당시 사무실 마련과 인재채용 및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때가 지금도 주마등처럼 떠오른다"고 회고했다.

9년이 지난 지금, 주 처장이 닦아놓은 기초들 위로 차곡차곡 지식의 벽돌이 쌓아지면서 현재의 국회예산정책처가 만들어졌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그 시간 동안 주 처장은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고 국회예산정책처와 함께 했다.

주 처장은 "지난해 100권의 보고서를 발간, 국회의원들에게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의정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한 점이 가장 보람 있었다"며 "또한 나라살림 대토론회를 개최,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각계각층의 이해가 반영된 조화로운 예산을 제시함으로써 재정통제권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전문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국회의 예·결산 심사지원 기능을 강화해 재정의 낭비요인을 제거하겠다"며 "아울러 경제전망과 경제정책분석기능을 고도화,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겠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및 투명성 제고를 통해 재정민주주의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국회 예산분야에서 20여년의 시간을 보낸, '예산베테랑' 주영진 처장을 만나 국회예산정책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비전을 들어봤다.

(대담 : 이동석 조세일보 편집국장, 정리 : 최종건 정치팀장·이희정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이동석 조세일보 편집국장(사진 오른쪽, 이하 이동석) = 국회예산정책처라는 기관이 일반 국민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하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A] 주영진 처장(사진 왼쪽, 이하 주영진) =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의 국가 예·결산 심의를 지원하고,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강화함에 있어서 비당파적이고 중립적으로 연구·분석을 할 수 있도록 2003년 10월에 설립된 입법부 소속의 재정전문기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의 파수꾼으로서 정부가 국민이 어렵게 낸 세금을 한 푼이라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국민과 헌법이 부여해 준 재정통제권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나라살림 지킴이, 나라정책 길잡이'로서의 중요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Q] 이동석 = 예산정책처를 설립한 주역으로서, 예산정책처를 설립하는 과정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신다면.

[A] 주영진 = 지난 2003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 출범 당시, 국회예산정책처 기관형성 임무를 맡고 실무준비단장과 초대 기획관리관으로 조직의 조기정착에 열과 성을 다했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법만 통과되었을 뿐 단 한 평의 사무실도, 한 명의 직원도, 한 푼의 예산도 없었다. 정부로부터 22억원 예비금을 배정 받아 사무실을 마련하고, 미래를 함께 할 인재를 채용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때가 지금도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Q] 이동석 = 현재 재정의 기능은 '시장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소극적인 부분에 치중돼 있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해소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와 함께 바람직한 재정의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주영진 = 예나 지금이나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정부의 역할, 재정의 기능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공평한 소득 분배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국가 재정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원천으로 하기 때문에 한 푼의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국가 재정운용에 대한 평가도 효율성, 투명성, 건전성의 기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재정운용은 낭비적인 요소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모든 국민이 자신이 낸 세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까지 지속가능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Q] 이동석 = 국회예산정책처의 최대 연중행사라고 볼 수 있는 '나라살림 대토론회'는 어떤 행사인가.

[A] 주영진 =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는 데 있어 납세자인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재정민주주의 확립의 출발점인데, 실제 예산안 편성에는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나라살림 대토론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예산안을 심사·의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여 예산안 편성에 국민의 요구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번에 있었던 대토론회는 국민패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와 복지 등 주요 분야의 재정이슈 및 예산편성방향에 대한 분과토론회로 진행되었는데 약 2000여명의 국민, 전문가,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였으며, 국회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토론회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정리하여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예산안 편성에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본다.  

[Q] 이동석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공기업 등의 예산낭비 사례가 문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주영진 = 예산정책처 125명 전 직원이 지난 한해 동안 전문성, 중립성, 적시성의 원칙하에 2012년 예산안 심사에서 총 1조 7800억원의 감액의견을 반영, 2010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서는 320건의 시정요구사항이 채택되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2012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저희가 예산안 과다 편성 등의 문제를 지적하여 삭감된 규모가 1.8조원에 달하고 있다.

또한 예·결산 심의 외의 재정 점검이 필요한 경우, 즉 최근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 문제 같은 현안에 대하여는 T/F 구성 등을 통해 적시성 있는 분석 및 보고서 발간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문제의 경우도 이를 전담하는 공공기관평가과를 신설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Q] 이동석 = 예산정책처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향 설정을 하는 일들이 많을텐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거나 뿌듯했던 일이 있다면.

[A] 주영진 = 2011년도 국회예산정책처의 주요 활동내역을 살펴보면 예산·결산 분석, 경제 전망, 주요사업 평가 등 100권의 보고서를 발간하여 국회의원에게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국회의원에게 의정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했다. 

무엇보다 2011년도에는 예·결산 심의활동 지원 결과 총 437건이 반영되었는데, 2010년 결산시정요구 채택 320건, 2012년 예산안에 107건(1.8조원 감액, 0.3조원 증액), 2011년 세법개정안에 고용창출 세액공제 및 근로장려세제(EITC) 등 10건이 반영되는 실적을 거두었다. 

또한, 국민과 함께하는 '나라살림 대토론회'를 개최하여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각계각층의 이해가 반영된 조화로운 예산을 국회예산정책처가 큰 틀에서 제시함으로써, 정부의 예산안 편성과 국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 반영되어 국회의 재정통제권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2010~2060년 장기 재정전망 및 분석'을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발간하였으며, '예산정책연구'(학술지)를 창간하기도 했다. 또한, 안정적인 연구분위기 조성을 위해 계약직 채용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우수한 계약직 공무원들을 연구직으로 전환했다.

[Q] 이동석 = 모든 정부정책이 예산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사명감도 클텐데 어떤 각오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

[A] 주영진 =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정부의 예산집행의 적절성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 각 재정사업을 사업계획, 관리, 성과, 환류의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3~4개의 세부 체크리스트를 설정하여 분석·평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성과 시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기도 하고 감사원의 감사결과나 언론보도 등을 참고하여 정부예산 집행을 효과적으로 점검·평가하고 있다.

또 정책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산·결산 분석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Q] 이동석 = 앞으로 예산정책처가 나아갈 방향은? 또 어떤 일들을 추진할 계획인지.

[A] 주영진 = 지난 5월30일 제19대 국회가 개원하였고, 내년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해로서 정치권에서는 어느 해보다도 재정을 수반하는 다양한 정책, 즉 복지정책들이 제안되고 논의될 텐데, 재정전문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먼저 국회가 국가재정을 심의함에 있어 전체적인 재정규모와 분야별 예산배분을 할 수 있도록 거시적인 측면에서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분석을 지원할 것이다.

이어 국회가 개별 사업을 심의함에 있어 예산 중복 및 낭비 요소를 밝혀 예산이 누수 되는 부분이 없도록 하고, 같은 예산으로도 보다 높은 국민 편익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가재정법 등 재정법률의 개선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예산절감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객관적이고 적시성 있는 조사분석 및 법안 비용추계 회답을 제공함으로써 정책국회구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분석과 지원활동 등을 통해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및 투명성이 제고되고, 궁극적으로 재정민주주의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동석 = 국민들에게 예산정책처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주영진 =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의 예산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고 국민에게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예산지출 측면과 조세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예산지출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재정의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재정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관리될 때 정부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적재적소에 투입되고 있는지를 국민이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국민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조세 측면에서는 우선 예산을 조성하는 세금을 형평성 있고, 효율적으로 징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정책처에서는 조세정책에 관한 전문성 있는 검토를 수행하면서 조세형평과 효율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관례적으로 연장되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최근 낮아진 가계저축률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법인의 사내유보금과 관련한 분리과세 방안 등 중장기적인 세제 개편의 방향을 제시를 하는 데에 연구역량을 투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