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올해 해외매출 비중을 30%로 끌어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연결기준 4조7600억원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서만 1조5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국내SI(시스템 통합)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은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시스템을 그대로 들고 나가 현지화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커다란 추가비용 없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기대되는 분야다.
하지만 해외시장에 나가면 IBM EDS 후지쯔 HP 액센츄어 등 글로벌 강자들이 버티고 있어 넘어야할 고비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해외로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공공부문 입찰제한에다 그룹계열사 일감을 따오는 것도 눈치를 봐야할 처지여서 국내 영업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SDS의 해외시장 공략 3가지 兵器
삼성SDS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우수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하는데 집중 투자해 왔다. 이와 함께 개발조직을 재정비하고 글로벌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노하우를 축적해온 전자정부시스템 사업과 융복합형 디지털 복합공간(Digital Space Convergence)사업, 융합형 SIE(Smart Infrastructure Engineering)사업이 3대 핵심분야"라고 강조했다.
중동, 중국, 미국, 중남미 시장이 집중 공략할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대부분 현지법인을 두고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디지털 복합 공간(DSC)사업은 해외시장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도서관, 전시관, 박물관, 복합쇼핑몰의 공간을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공간과 정보기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마트한 공간을 만들어 건물의 가치를 높여주는 신 성장사업이다.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도입하여 삶의 질을 높여주면서 정보화를 이루는 말 그대로 미래형 사업인 것.
SDS는 이미 연세대, 성균관대, 명지대 등의 학술정보관을 IT기술과 디자인감성을 결합해 스마트 라이브러리로 변신시켜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바 있다.
이 같은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 최근 세계 최대 석유생산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가 다란(Dhahran)에 건설 중인 세계문화센터 DSC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사업은 아람코사가 창립 75주년을 기념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랜드마크 및 중동지역의 문화허브로 삼을 목적으로 추진 중인 야심찬 프로젝트여서 주목 받고 있다.
이곳에는 도서관, 박물관, 전시관, 공연장, 영화관, 미디어라운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초대형 사업인 만큼 사업자를 건축, IT, 전시의 3개 부문으로 나눠 선정했으며 삼성SDS는 IT분야에 참여한다.
사우디 아람코 세계문화센터 DSC사업 조감도
삼성은 이 프로젝트에서 국내외 유수의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수주함으로써 앞으로 국내외에서 DSC사업을 추가 수주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정부시스템 분야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베트남과 코스타리카, 스리랑카 등에서 인정받은 전자정부시스템구축 사업도 전략 수출품목이다.
SDS는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과 정부통합전산센터시스템 등 국내 전자정부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달청 등 정부기관과 민-관 협력으로 베트남, 몽골에 이어 지난 2010년 총 952만 달러에 수주한 코스타리카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사업도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코스타리카 전자조달시스템은 국제연합(UN)에서도 국제표준으로 선정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010년에는 930만 달러 규모의 '스리랑카국세청 조세전산망 구축사업'의 계약을 체결, 조세분야의 전산화 기반 시설을 구축했다. 이어 튀니지 전자조달시스템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의 전자정부시스템은 UN평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정상급이다. 삼성SDS의 강점이자 오랜 기간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에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까지 힘입어 전자정부사업의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SIE)부문도 해외시장에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융합형 SIE사업은 교통, 건설 등 사회기반시설에 지능화된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여 운영 효율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생활수준 및 편의성을 높이는 성장형 서비스 사업이다.
대표적인 분야로는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자동요금징수시스템(AFC), 스마트카드 등이다. SIE사업의 경우 부산광역시 ITS구축사업과 대구광역시 신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운영 노하우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케이스다.
중국 광저우시를 비롯하여 베이징, 우한, 텐진 등에서 AFC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것도 국내시장에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덕분이다.
삼성 SDS가 중국 광저우 지하철에 구축한 AFC(자동요금징수시스템) - 삼성SDS제공
2011년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시 AFC사업 및 에콰도르 전자통관시스템을 수주했다. 앞으로 동남아, 중동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여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 해외사업의 난관과 리스크....순탄치만은 않을 듯
삼성SDS 고순동 대표는 최근 "해외에 자주 나가지만 해외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각 나라마다 언어, 문화, 관습 및 법체계가 달라 국내에 적용한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을 언급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한 "IBM, HP, 오라클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T서비스 기업들은 물론 해당국가 안의 IT 기업들과의 치열한 수주경쟁도 어려운 점"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공공부문 입찰을 제한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해외사업을 확장해나가는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의 경우 사업수행실적이 없으면 수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SI업계 관계자들은 "공공부문의 실적을 쌓지 않으면 해외 전자정부 분야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전자정부시스템도 점차 고도화될 텐데 관련기술을 국내시장에서 축적해 나갈 기회가 줄어든다면 관련 노하우를 활용한 해외시장 개척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융복합형 DSC와 SIE사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기업도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신 성장 분야여서 거는 기대는 크다.
삼성SDS의 강점이자 오랜 기간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전자정부사업과 신성장분야인 융복합형 DSC, SIE사업의 성공적 구축경험은 해외시장에서 IT '한류'를 일으킬 가능성은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