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국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었다. 4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 시간을, 18대 국회는 수 많은 크고 작은 일들로 채색됐다. 비록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는 지워지겠지만, 역사는 세대와 세대를 거치면서도 남는다. 훗날 18대 국회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어떤 문장으로 채워질까.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영욕의 4년을 보내고 저물어 가는 18대 국회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 봤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다사다난(多事多難), 18대 국회가 쓴 '정치드라마' ②18대 국회, 어떤 법 만들어졌나…경제·조세법 ③8부 능선 넘지 못한 '민생법안'들의 운명은 '폐기' ④'인물(人物)'로 보는 18대 국회(上) ⑤'인물(人物)'로 보는 18대 국회(下) |
거대 여당과 여당의 앞을 가로막은 야당의 치열한 대치로 역대 최다 법안 날치기와 몸싸움을 기록한 18대 국회는 그야말로 대립의 절정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바로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 불리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지난해 한·미 FTA 날치기 과정에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고 2008년도에는 여당 의원들의 의해 굳게 잠긴 외통위원장실을 열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전기톱과 해머를 들고 나타났다.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이유로 현직 국회의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검찰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18대 국회가 아주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 때면 으레 증인으로 신청되는 재벌 회장님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관계로 출석하지 않았지만,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를 불러온 조남호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18대 국회를 통틀어 소신을 갖고 나름의 역할을 다한 의원, 각종 사건사고로 국회를 불명예로 점철되게 만든 의원을 각각 3인씩 선정했다.
□ '재벌 회장님' 국회로 불러들인 정동영 = 18대 국회에 있었던 청문회 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재벌 회장님이 출석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였다.
그동안 여야는 재벌 회장님들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해도 번번이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2010년도에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 천신일 회장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지만 불참했다.
2011년도에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공청회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불참하는 등 대기업 회장님들의 콧대는 너무나도 높았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여야가 증인으로 확정하는데만 몇 달이 걸렸고 지난해 6월 청문회에는 아예 불참했다. 하지만 야당의 끈질긴 요구 끝에 조 회장은 두달 뒤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선봉장에 선 것은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 당시 조 회장을 두둔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청문회장에서 희망버스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의 전화연결을 시도, 조 회장의 고개를 떨구게 만들었다.
정 의원은 한·미 FTA 날치기 과정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현 새누리당 김종훈 당선자에게 "매국노"라고 공격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소신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매국노라 지칭했던 김 당선자에게 패배하면서 꺾이고 말았다.
□ '소신 반대표' 황영철, 당론에 굴하지 않아 = 한·미 FTA 날치기 정국에서 빛났던 의원은 또 있었다. 당론에 반했음에도 소신있게 한·미 FTA 비준안에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었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은 의원총회를 빌미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모든 의원을 소집해 찬성표를 강요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원 홍청·횡성을 지역구로 둔 황 의원은 한·미 FTA가 농민과 축산농들이 대부분인 지역주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새누리당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대변인을 맡고 있었던 황 의원은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대변인 사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황 원내대표는 황 의원의 소신을 인정하고 대변인직에 그대로 머물게 했다.
□ '한국판 버핏세' 생모(生母), 이정희(?) =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거대 여당과 야당에 치여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뛴 의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연말 통과된 버핏세다. 이 의원이 버핏세의 근간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 의원은 2010년 말 소득세 과표구간 1억2000만원 초과에 40% 세율 적용이라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등쌀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버핏세를 주장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이 버핏세의 원조이자 고유브랜드인냥 부자증세를 하겠다며 2억원 초과·세율 38%를 주장했다.
이 의원이 먼저 발의했던 주식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안도 버핏세와 같은 운명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복지 재원과 재벌개혁이라는 브랜드의 한 방법으로 주식양도차익을 완화해 차용함으로써 버핏세와 주식양도차익과세는 낳아준 생모 대신 양부모 밑에서 크는 형국이 됐다.
기획취재팀 : 최종건 정치팀장, 김기린·이희정·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