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8부 능선 넘지 못한, '민생법안'들의 운명은 '폐기'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2일. 18대 국회는 일명 '몸싸움방지법'으로 통칭되는 국회선진화법을 비롯해 60여건의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이전투구만 거듭하던 18대 국회가 '밥값'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18대 국회가 밥값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일 본회의를 끝으로 폐기될 운명을 맞게 된 법안은 무려 6500여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여야가 4·11 총선 공약으로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주장하던 반값등록금, 전월세 상한제, 무상급식 등의 민생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총선 직후 들고 나온 다주택자 양도중과세 폐지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았고 자본시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법안도 그대로 '사장'될 운명을 맞게 됐다.

□ 공약(公約)은 역시나 '공약(空約)'…씁쓸한 민생법안 = 반값등록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너도나도 시행하겠다며 들고 나온 정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들고 나왔던 반값등록금 정책은 지난해 황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의 경쟁으로 불이 붙었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여야에게 대학생과 그 부모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였던 반값등록금은 1년 내내 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의됐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개정안 등이 발의됐으며 국회 내에서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반값등록금을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반값등록금 관련 법안은 18대 국회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무상급식과 전월세 상한제도 마찬가지. 지난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시장직 사퇴와 보궐선거를 불러왔던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학교급식법, 초중등교육법, 학교무상급식기금법 개정안 등도 논의되지 않았다.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하고 임대차 계약기간 갱신을 1회에 한해 최대 4년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전월세 상한제도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광우병 젖소 발생으로 국회 농식품위에서 미국산 쇠고기 검역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음에도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18대 국회에 밥값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는, 과분한 평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 경제법안들도 우수수 '폐기' = 민생법안 뿐만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법안들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정치권은 연일 '민생경제 파탄'을 외쳤지만 정작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들의 처리는 외면한 채 18대 국회와 함께 이 법안들을 묻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무위에 계류돼 법사위에는 올라가지도 못했지만 18대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꼽혔다.

정부가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통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꾀하겠다고 발의한 이 법안은 ▲자기 자본 3조원 이상 증액 시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등 신규 투자은행 업무 허용 ▲ATS(대체거래시스템)·거래소 허가제 도입 ▲장외파생상품 등 장외거래 중앙청산소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통과를 예상하고 준비했던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빨간불'이 켜졌다. 자기 자본 3조원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일자리 창출을 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18대 국회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과 더불어 기획재정부 장관과 민간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황 원내대표가 총선 직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꺼내들었던 다주택자 양도중과세 폐지는 변죽만 잔뜩 울린 채 결국 19대 국회로 공이 넘어가고 말았다.

기획취재팀 : 최종건 정치팀장, 김기린·이희정·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