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18대 국회, 어떤 법 만들어졌나…경제·조세법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18대 국회의 임무는 상당히 막중했다. 18대 국회 회기 초반인 2008년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가 경제를 위협했고 이후 여진이 계속되며 중산 시민들의 삶을 버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18대 국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출발부터 '정쟁'에 휘말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근 한 달이나 늦은 2008년 7월10일 개원한 18대 국회는 비록 지난 2일 쌓여 있던 민생·경제법안들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키는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회기 내내 민생과 경제보다는 정쟁에 시간을 허비한 국회로 기록될 만 하다.

실제로 지난 2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18대 국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미처 처리되지 못한 6000여건의 법안들은 무더기로 폐기될 운명을 맞게 됐다.

□ 18대 국회, 감세와 증세의 아슬아슬한 '곡예' = 18대 국회 전반에 걸쳐 가장 논란이 됐던 경제법안은 단연 조세와 관련된 법안들이었다. 정권 초반,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밀고밀리는 줄다리기를 벌였다.

2008년 12월, 감세법안들이 대거 국회를 통과하면서 MB노믹스의 핵심 조각이 맞춰졌다.

당시 통과된 감세법안은 법인세와 소득세가 핵심이었다. 법인세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고, 법인세 최고세율 또한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추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소득세율 또한 각 구간별로 2%p씩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후 '부자감세' 논란의 불을 지핀, 1세대2주택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연장,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축소 등 감세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이 줄지어 국회를 통과, 시행됐다.

하지만 2009년 4월 재보선, 같은 해 10월 재보선, 2010년 지방선거 패배 등 연이은 선거 패배로 방향전환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지한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내부에서 감세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갑작스럽게 국면이 전환됐다.

2010년 말부터 시작된 '증세논란'은 상당기간 동안 계속됐고 결국 2011년 말 한국판 버핏세라는 부산물을 남겼다. 이를 통해 현행 소득세 과표구간 중 최고세율 38%가 적용되는 3억원 초과구간이 만들어졌다. 

아울러 당초 2012년부터 작동될 예정이었던 법인세 인하 또한 방향이 전환되면서 세율 인하 없이 새로운 과표구간(2억원 초과∼200억원 미만 구간)이 신설되는 것으로 귀결, 감세를 기본 골격으로 삼았던 MB노믹스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 '친(親)기업' 정책 봇물 = 18대 국회를 통과한 주요 경제법안들 중 눈에 띄는 부분들은 친(親)기업적 성격의 개선안들이다.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기업 친화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다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비준안 단독 강행처리는 깊은 상처를 남겼고 지난 3월15일 한·미 FTA가 발효됐지만 19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도 이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 계속될 만큼 그 여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09년 3월 국회를 통과한 출자총액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친기업적 성격이 강한 법안들.

출자총액제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자산 10조원 이상인 기업이 자산 2조원 이상인 계열사에 대한 출자한도를 순자산 40%로 제한하는 제도다. 2001년 출총제 부활 이후 그동안 대기업들의 과다한 확장을 막는 데는 기여했으나, 기업 퇴출과 기업 투자를 경직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전격 폐지됐다.

이는 집권 초반 기업 프랜들리 정책을 기조로 삼은 MB노믹스의 영향이 상당했다.

2009년 4월 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의 분리를 완화하는 금산분리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이 은행지주회사 주식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9%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 규제를 상당폭 낮춘 것으로 법개정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그 밖에, 주목할 만한 조세.경제 법안들은? = 이밖에도 18대 국회에서는 영세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우선 적용하는 여신금융전문업법도 통과됐다.

이와 함께 부실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추궁 및 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장에게 금융거래정보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을 2년 연장하는 예금자보호법 등이 통과됐다.

세무사법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제도가 전격 폐지된 것이다. 십 수 년간 이 문제를 놓고 이어져 온 세무사 업계와 회계사 업계의 대립은, 세무사 업계의 판정승으로 역사에 남았다.

아울러 한·EU FTA발효에 따라 외국세무사 및 외국세무회계법인도 국내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법개정도 18대 국회를 통과했다.

기획취재팀 : 최종건 정치팀장, 김기린·이희정·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