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듣는다] "재정안정 없이 복지는 없다"

지난해부터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 '증세없는 복지'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재정개혁, 복지개혁, 조세개혁만으로 충분히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5년 간 89조원의 예산으로 복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민주통합당의 조세 전문가인 신두식 수석전문위원은 "재정안정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기조하에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복지에 대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수석전문위원은 "세출면에서 정부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자구노력과 재정지출 및 복지개혁을 선행할 것"이라며 "세입면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혁신하고 왜곡된 조세체계를 정상화해 세입을 확보함으로써 중산서민들의 부담 증가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원마련 방법의 하나로 '1% 슈퍼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우리 당의 조세개혁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가진 계층이 세금을 조금 더 부담하자는 것"이라며 "조금 더 가진 계층이 조금 더 부담함으로써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이과세 적용금액을 4800만원에서 840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소득양성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세원 투명성 확보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골목상점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영업 축소로 생계파탄 지경에 몰리고 있다"며 "때문에 부담을 경감하고 납세 편의를 도모하는 고육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신 수석 전문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민주통합당의 복지 정책과 재원마련 정책은 무엇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는가.

= 세계 최저의 출산율,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율, 날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고용없는 성장 등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제들은 지금까지의 선택적 복지정책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제 그 해답을 보편적 복지에서 찾아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인적·사회적 자본'에 대한 최고의 투자로서 성장 정책이고 일자리 정책이며 사회통합 정책이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은 저출산 문제 해결과 우수 인력의 확보, 무상의료는 중산서민들의 빈곤층 전락과 노후불안 해소를 일자리 복지와 주거 복지는 경제성장과 국민행복 지수를 동시에 높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정 안정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기조하에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복지투자를 할 것이다. 우선 세출면에서 정부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자구노력과 재정지출 및 복지개혁을 선행하는 한편, 세입면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혁신하고 왜곡된 조세체계를 정상화해 세입을 확보함으로써 중산서민들의 부담 증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Q. 민주통합당은 보편적 복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 복지개혁, 조세개혁 세 가지 안을 내놨는데 증세 없이 복지 재원 마련이 가능한가.

= 서민들의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재정개혁과 복지개혁, 조세개혁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정개혁을 통해 MB정부 들어 크게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면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것으로 소비성·중복성·선심성 예산과 4대강 사업 등 시급성이 떨어진 예산을 삭감할 것이다. 

또한 현행 9개 부처에서 28개 복지급여가 지급되는 복지전달체계를 혁신해서, 중복되고 낭비되는 복지 예산을 절감하면 최소 8600억원이 절감 가능하다.

조세개혁을 통해선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도 못하면서 저출산·고령화·양극화에 따른 재정수요 충족을 어렵게 하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는 현행 세제를 정상화 시킬 것이다.

Q. 새누리당의 복지 정책과 복지 재원마련 방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또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소요 재원이 5년 간, 각각 89조원과 164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민주통합당의 정책기조는 적정부담·적정복지인데 반해, 새누리당은 저부담·저복지 기조다. 민주통합당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자신의 권리로서 보편적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시혜적인 차원에서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인식과 정책 철학의 차이가 소요재원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Q. 민주통합당은 증세없이 보편적 복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지난해 연말 1% 슈퍼부자 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것은 사실상 증세인데 왜 이런 입장이 나온 것인가.

= 민주통합당의 조세개혁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적자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거나 세율을 크게 올리자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가진 계층이 세금을 조금 더 부담하자는 것이 근본취지다. 민주통합당은 중산층 붕괴, 빈곤층 확대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조금 더 가진 계층이 조금 더 부담함으로써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Q. 민주통합당은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추고 세율을 높이는 방안과 근로소득 1억5000만원 초과인 경우 소득공제를 하지 않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렇게 두 가지를 한번에 추진하면 실효세율이 갑자기 높아져 충격이 크지 않나.

= 소득세 과표 1억5000만원은 실제소득으로 추산하면 연간 2억원 수준으로 전체 소득자의 0.74%인 14만명이 이에 해당된다. 또 근로소득이 1억5000만원 초과 해당자도 약 10만명 정도로서 두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소득세율이나 근로소득공제 모두 초과누진 체계에 의해 적용되므로 최고 세율의 인상이나 1억5000만원 초과 급여분에 대해 공제를 하지 않게 되더라도 소득세 증가분은 크지 않아 실효세율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Q. 조세개혁 방안 중 음성탈루소득을 양성화하는 방안은 이미 시행됐다는 지적과 간이과세 적용 금액을 높이는 것은 소득양성화라는 측면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음성탈루소득을 양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이미 시행 중이지만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와 일부 대기업의 역외거래를 이용한 세금탈루는 여전하다. 전자세금계산서 등 세원투명성을 높이는 과세자료 양성화 인프라를 확대하고 역외거래에 대한 세금탈루 조사 강화 등을 통해 세금탈루를 줄여나갈 것이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높이는 조치가 세원 투명성 확보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서민을 고객으로 하는 골목상점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영업 축소로 생계파탄 지경에 몰리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을 확대해 부가가치세 부담을 경감하고 납세 편의를 도모하는 고육책이 불가피하다.

Q.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해달라.

= 민주통합당의 조세개혁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크게 올리자는 것이 아니며 조금 더 가진 계층이 세금을 조금 더 부담하자는 내용으로서 국민들의 조세부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복지투자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이고 그 투자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 인터뷰 당사자의 요청으로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