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모두 4·11 총선에서의 주요전술로 복지를 택했다. 그만큼 정치권의 복지 논쟁은 뜨겁다. 이에 덩달아 조세제도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복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조세제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격전을 예고하고 있는 여야의 복지 재원마련 공약 중 '조세 분야'를 중심으로 4회(양당 전문가 인터뷰 포함)에 걸쳐 심층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 편집자 주- [기사 연재 순서] ■ [上] 복지·조세 전쟁 발발, 국민들은 행복할까? ■ [中] 전쟁자금, 어떻게 마련하나 ■ [下] 여야, 공(公)수표인가, 공(空)수표인가 ■ [인터뷰] 새누리당·민주통합당 전문가 |
이번 4·11 총선의 최대 이슈는 다름 아닌 '복지'다. 사회 양극화 현상, 청년 실업 급증, 저출산문제 등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각각 생애맞춤형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꺼내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비정규직 철폐 등 여야가 앞다퉈 제시하는 복지공약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에 충분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재원 확보가 선행되지 않으면 여야의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텅 빈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세일보에서는 새누리당 김상규 수석전문위원(사진)에게 직접 당의 복지재원 조달 방안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김 수석위원은 "17조8000억원의 연간 복지비용 중 세출절감을 통해 약 10조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연간 7조8000억원의 추가 비용만 확보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국가 예산의 30~40%를 차지하는 순수재량지출에서 세출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한 김 수석위원은 "향후 국책사업의 종료로 불용 지출이 늘어나게 되는 점도 세수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김 수석위원은 연간 32조 9480억의 복지비용으로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등 '보편적 복지 3+3' 정책을 일구겠다는 민주통합당에 대해 "야당이기 때문에 공세적 공약을 펼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수권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공약을 펼친다"고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23일 오후 2시 국회 정책사무처에서 김상규 수석을 직접 만났다.
다음은 김 수석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복지가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각 당에서 각종 복지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인가?
= 새누리당은 교육, 복지 등의 영역에서 5년간 약 75조원 정도를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복지 재원 조달에 있어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자본소득 과세, 세출 절감 등의 방안이 재원 조달 방법으로 미미한 듯 보일 수 있으나, 정부 재량지출의 6.4% 정도를 절감하면 연간 약 9~10조를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모이면 5년 동안 약 48조라는 큰 재원이 된다.
이는 노력하면 가능한 숫자다. 또한 연도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책사업의 종료로 3조~7조 정도 세출불용이 생긴다. 여기에 이미 지난해 연말 세법개정을 통해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한 만큼 3조원 정도의 재원증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재원 확보에 대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Q. 과세와 세출절감만 가지고 재원조달이 가능한가?
=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세출 중 법정지출이 약 40% 정도를 차지하는데, 그건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다. 그 외 30~40% 정도를 차지하는 순수재량지출에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책사업의 완료로 인한 세수 확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4대강처럼 완료 예정인 국책 사업도 있고, 평창올림픽처럼 앞으로 예산을 지출해야 할 사업도 있다.
Q.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연간 복지비용은 각각 17조8000억원과 32조 9480억으로 큰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민주당의 경우 무상의료를 제시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굉장히 클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무상의료의 구체적 실시 범위와 내용 등에 대해 여러 번 내용을 바꿨다. 연간 40조 이상을 투입한다 해도 제반 복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판단되는데 5년간 165조를 투입해도 모자랄 것 같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아마 국민에 대한 과도한 세금부과로 재정이 파탄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병월급 인상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야당이기 때문에 공세적인 공약을 펼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수권 정당으로서 현실성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Q. 새누리당 정책에 대해 말만 뻔지르르하고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
= 민주당의 공약처럼 화끈하지가 않으니, 어떻게 보면 조금 싱거워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말을 잘한다고 해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행동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수권정당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우리의 정책은 일자리, 보육, 일반생활에 대한 고통 분담에 중점을 뒀다.
Q. 애초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재도입, 순환출자 금지 반대 등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 우리는 책임정당으로서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다. 내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출총제 제한은 실효성이 없어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가 폐기됐을 당시에도 야당과 여당이 대립하지 않았겠나. 그걸 지금에 와서 다시 도입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Q. 새누리당에 재벌 개혁의지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 '개혁'보다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중소기업이 자기 몫을 차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공정거래 제도를 좀 더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새누리당의 공약에 정기적으로 기업의 거래내용을 조사하는 방안이 있는데 그걸 제도로 안착시켜 보면 어떨까 싶다.
법인세에 관한 부분은 지난해 많이 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 추가적으로 손을 대는 건 좀 과하지 않나 생각한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미국도 경제력 감퇴를 우려해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하더라.
Q. 비과세 감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 농어민, 소상공인 등 이런 분들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는 없다. 가급적 과학기술 등과 같은 성장잠재력을 해소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과세 감면을 시행해야 한다. 민주당은 비과세를 10% 정도 줄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부족하다. 그걸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농어민, 소상공인, 중소기업지원 등 관련된 영역이 많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대기가 어렵다.
Q. 종합해보자면 새누리당은 안정적으로 재원확보 방안을 세웠기에 우려할 게 없다는 뜻인가?
= 국민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살기가 어려운데, 세금 폭탄을 투여하는 것이 무슨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정당인가. 우리는 세금부과를 하지 않는 대신 있는 것을 아끼고 활용하자는 주의다. 우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우리 재정이 300조 이상으로 커가고 있는데, 국채가 400조 정도라고 한다. 조세회피 등 실질적으로 세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할 때이다.
Q.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유권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다. 공약만 살펴봐도 그것이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단순한 포퓰리즘인지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