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모두 4·11 총선에서의 주요전술로 복지를 택했다. 그만큼 정치권의 복지 논쟁은 뜨겁다. 이에 덩달아 조세제도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복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조세제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격전을 예고하고 있는 여야의 복지 재원마련 공약 중 '조세 분야'를 중심으로 4회(양당 전문가 인터뷰 포함)에 걸쳐 심층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 편집자 주- [기사 연재 순서] ■ [上] 복지·조세 전쟁 발발, 국민들은 행복할까? ■ [中] 전쟁자금, 어떻게 마련하나 ■ [下] 여야, 공(公)수표인가, 공(空)수표인가 ■ [인터뷰] 새누리당·민주통합당 전문가 |
◆ 여야, 공(公)수표인가, 공(空)수표인가 이제 국민들이 선택할 때가 왔다.
어느 당의 복지 정책이 마음에 드는지, 어느 당의 자금 마련 계획이 실효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가 온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양당이 내놓은 것은 계획일 뿐이지 나중에 저 계획대로 복지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지는 닥쳐봐야 아는 것이다. 지금은 계획만 가지고 표를 던져주는 수밖에 없다.
□ 준비부족한 새누리(?) = 일단 준비성만으로 본다면 새누리당보다는 낙제점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8월 재원조달 방안을 발표했지만 새누리당은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계획을 발표했다. 그만큼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다. 국민 입장에선 성의가 없어 보인다.
비과세감면 부문만 하더라도 어떤 부분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말이 없다. 건강보험 개편 문제도 그렇다. 약제비 절감 문제는 이미 건강보험 재정 문제의 가장 큰 숙제다. 어떻게 절감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기존에 있었던 문제를 언급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미 지난해 연말 통과된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3억원 초과·세율 38%와 법인세 과표구간 중간에 2억~200억원·세율 20%를 끼워넣은 것을 세수증가분으로 포함시켰다.
몇천억원에 불과한 미미한 세수 효과를 89조원의 전쟁자금 마련이라는 계획에 포함시킨 것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증세 없이 기존에 있던 돈을 효율적으로 잘 굴려 5년 동안 89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연 300조원에 달하는 국가 재정을 잘만 운영하면 연 17조원의 복지재정이 생긴다니, 이 말을 뒤집으면 현 정부가 방만하게 예산을 집행한다는 말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 대결에만 집착한 민주통합(?) = 새누리당보다 철저하게 준비한 민주통합당은 어떨까?
우선 99% 국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1% 슈퍼부자 증세, 금융소득종합과세,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조정 등의 실탄을 내놨다.
이런 정책은 세수 확보라는 면에도 기여하지만 1% 부자와 99% 서민과의 대결구도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긁어주기도 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이라는 말이 가진게 없는 사람에게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99%의 국민은 따지지도 묻지도 않은 채 민주통합당의 정책은 '1% 부자 혹은 재벌 때리기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문은 민주통합당보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안이 더 파격적이다. 민주통합당은 현행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2000만원으로 내리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공평 과세'를 주장하며 1%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민주통합당의 구호는 사실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4800만원에서 84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그렇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범한 심각한 오류는 수직적 공평성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재벌 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와의 공평성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8400만원이 아니라 그보다 더 금액이 높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같은 소득수준의 국민이라면 어떨까?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자영업자의 세금탈루다. 월급쟁이는 유리지갑이라고 할 정도로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지만 자영업자는 소득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데 자영업자의 편의는 봐주면서 같은 소득의 월급쟁이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한다면 수평적 공평성을 침해하는 일이 아닌가. 8500만원을 버는 사람이 간이과세 적용을 받기 위해 8300만원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것쯤은 쉬운 일일 테니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민주통합당이 들고나온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대책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전자세금계산서 확대, 역외거래에 대한 세금탈루 조사 강화, 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현금자료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성 확대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은 준비가 덜 된 새누리당인지, 대결구도에 초점을 맞춘 민주통합당 혹은 야권단일후보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