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인수, 대한생명·푸르덴셜 2파전
KB금융, ING생명에 연이은 '러브콜'
농협·현대차, 보험업계 본격 '진출'…경쟁 '가열'
올해 보험산업의 업계 구도에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중형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이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것에 이어 외자계 생명보험사 1위인 ING생명 역시 제3자 매각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일 출범한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 역시 민영보험사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고,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녹십자생명도 새로운 회계연도와 함께 새로운 간판과 전략을 들고 시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동양+대한=2위 '굳히기' vs 동양+푸르덴셜=4위 '도약' = 올해 보험업계에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킬 이슈는 역시 동양생명과 ING생명의 인수합병.
동양생명의 경우 일찍이 한화그룹 계열의 대한생명과 미국 푸르덴셜생명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최근에는 대한생명이 "ING생명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생명이 동양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교보생명과의 불안하던 2위 경쟁을 종식시키고 확고한 2위로 올라서게 된다. 2011년 11월 기준 현재 대한생명의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은 13.2%로 교보생명의 12.4%에 비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러한 대한생명이 시장점유율 4.4%인 동양생명을 인수할 경우 10%대 후반대인 17.6%로 올라서게 돼 삼성생명(시장점유율 26.1%)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건히 다지게 된다.
이는 대한생명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ING생명의 시장점유율은 4.9%로 대한생명과 합쳐지면 시장점유율 18.1%로 확대된다.
미국 푸르덴셜이 동양생명을 인수할 경우에도 업계의 판도 변화는 크다. 현재 한국 푸르덴셜생명의 시장점유율은 1.8%로 업계 13위지만 동양생명과의 조합이 이뤄지면 수입보험료 합산이 3조4680억원으로 6.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 단번에 업계 4위로 올라서게 된다.
빅3로 불리는 삼성, 대한, 교보생명 다음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합병 후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11월 현재 3조대의 수입보험료(3조 1575억원)를 기록하고 있는 미래에셋생명과 4위 다툼을 벌이게 된다.
또한 푸르덴셜과 동양생명의 결합은 외국계 1위를 자부하던 ING생명의 자리를 푸르덴셜생명이 차지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즉, 생보업계 4위권 다툼이 외국계인 푸르덴셜생명과 국내사인 미래에셋생명과의 2파전으로 좁혀지게 되는 셈이다.
■ KB, ING 품고 방카 전문 한계 극복(?) = ING생명 매각 향방도 뜨거운 관심사다.
최근 ING생명에 연이은 러브콜을 보내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곳은 KB금융그룹. 이미시장에서도 ING생명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KB금융의 어윤대 회장은 수차례 ING생명 인수에 대해 적극적인 언행을 보여왔다.
어 회장은 또 최근 ING생명 한국 법인은 KB금융지주가 나머지 해외 법인은 삼성생명이 갖는 콘소시엄 형태의 인수합병을 제안하기도 해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ING그룹과 KB금융그룹과의 지분 관계 및 협력 관계도 주목을 받았다.
ING그룹은 현재 KB금융지주의 지분 5.02%를 갖고 있으며 KB생명의 지분은 49%나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ING그룹과 KB금융그룹은 사업파트너로서 오랫동안 교류를 해왔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2002년 12월, ING 그룹과 전략적 제휴 약정을 체결 ▲2004년 8월, ING그룹과 KB생명보험㈜ 합작투자계약 체결 ▲2008년 8월, ING Group과 업무협력을 위한 MOU 체결 등의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KB생명은 2004년 5월 KB-ING 간 공동 사업계획 확정한 후 이듬해인 2005년 1월 지분 49% 참여로 지배주주가 되기도 했다.
KB금융그룹이 ING생명을 인수해 ING생명과 KB생명이 결합되면 KB생명은 현재 생보업계 15위에서 단번에 4위로 떠오르게 된다. 두 회사 합산 수입보험료(지난해 11월 기준)는 3조 6085억원으로 시장점유율 6.4%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KB생명과 ING생명의 결합은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인 KB생명과 설계사 조직 이외의 채널 비중이 미미한 ING생명 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신한금융 역시 아직까지는 (신한생명) 자체 성장을 내세우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외국계 보험사들도 거론되긴 하지만 그동안에도 이름만 올려 정보만 빼가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참여가 있기 전에는 후보군을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 농협·현대차, 보험시장 진출…영업조직 경쟁 '치열' = 지난 2일 출범한 농협보험의 파장이 기존 보험업계 판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농협보험(생명·손해보험 합계)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기준 총자산 36조원, 수입보험료 9.5조원, 당기순이익 160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농협보험은 단번에 보험업계 상위권 경쟁에 돌입할 수 있는 규모도 규모지만 전국에 걸쳐 거미줄처럼 짜여 있는 네트워크 점포의 힘에 보험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농협보험의 영업 조직은 조합의 4437개 금융점포의 임직원 약 5만6000명을 필두로 중앙회 1170개 금융점포의 약 1만7000명의 임직원 등 총 7만3000명의 네트워크 영업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농협보험 판매의 96.7%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보험은 다음 달 초 올해의 사업계획을 발표와 함께 보험업계에 출사표를 던질예정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녹십자생명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녹십자생명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새로운 대표이사로 최진환 현대캐피탈 전무를 선임한 후 새로운 회계연도의 기점인 4월에 맞춰 새로운 사명과 사업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라는 배경은 영업 영역 자체가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현대차 측에서도 기존 녹십자생명의 영업조직을 대폭 늘릴 것으로 안다"며 "농협보험의 출범과 함께 보험사 영업조직의 양적 질적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