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헤지펀드 출범했지만…규제 많아 성장 '걸림돌'
실적레코드 없어 '부담'…투자자 관심 여전히 '저조'
한국형헤지펀드가 출범한 지 2개월여가 됐지만 당초 업계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부진한 모습이다.
성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해외 헤지펀드에 비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보호장치(규제)가 많아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개인투자자는 5억원 이상만 투자할 수 있고, 운용사는 펀드자산의 4배까지만 차입할 수 있다. 운용사의 경우 자신이 운용하는 특정 헤지펀드에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해서 투자할 수 없고, 운용사가 운용하는 전체 헤지펀드에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해 투자할 수 없게 했다.
토종헤지펀드는 이 같은 규제를 딛고 증권업계 판도를 뒤집는 '거물'로 성장할 수 있을까?
■ 누적실적 없어 투자자 '싸늘' = 한국형헤지펀드 대부분은 아직 기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다. 운용 초기인데다 초기성과(실적레코드)를 살펴보고 투자하려는 보수적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기관 및 개인투자자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헤지펀드의 초기성과가 중요하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이나 최소 투자금액으로 5억원 이상을 걸어야 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초기 성과를 확인한 후 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성과가 성공적이어야 향후 유입도 원활할 터.
2일 증권가에서는 헤지펀드가 아직 출범 초기 단계여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투자 가능액이 최소 5억원 이상인데다 누적된 실적이 없어 투자자들이 망설이고 있다"며 "판매자 입장에서도 자료 없이 적극적으로 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6개월 정도 성과를 살핀 후 투자 유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분간은 투자 자금 유치보다 운용 실적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출시된 한국형헤지펀드들이 후속 펀드 출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적이 중요하다"며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 수익률은 '극과 극' = 전반적으로는 미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일부 상품만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경쟁사에 비해 눈에 띄는 수익률을 올린 반면, 한화자산운용 등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면서 삼성운용처럼 롱(long·매수) 포지션 비중이 높은 상품은 상승장에서 성과를 냈다. 롱 포지션은 증시가 상승을 하는 경우 사들이는 것으로 시장 민감도인 베타를 높게 구축한 펀드일수록 수익률이 좋다.
숏(Shot·매도) 포지션이 큰 펀드는 대차풀의 부족이나 업틱룰(Uptick-rule·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방지) 등으로 인해 숏 포지션 구축이 쉽지 않아 부진한 모습이다. 숏 포지션은 하락을 하면 파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한 달여간 수익률이 가장 좋은 곳은 삼성자산운용(3.8%)이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2%를 넘어서며 2위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3%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동양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등은 0.5~1% 미만, 우리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 KB자산운용은 0.5%를 넘지 못했다. 한화자산운용은 -4%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가장 수익률이 좋은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H클럽에쿼티헤지전문사모투자신탁'으로 3.5% 내외의 수익률을 내고 있으며, 가장 부진한 상품은 신한BNPP의 아시아롱숏 헤지펀드로 0.7% 내외로 떨어지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연초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면서 삼성운용처럼 롱 포지션이 높은 상품은 반응이 좋았지만 숏 포지션이 큰 펀드는 상승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전했다.
■ 헤지펀드, 시장판도 뒤집나 = 업계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안에 5000억원 수준의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우선 헤지펀드 시장은 연초 이후 자금 집행을 시작할 기관투자자들을 고려했을 때 5000억원 규모는 무난히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금액은 헤지펀드가 출범할 당시의 예상치로 지난해 12월 최초 설정규모는 1500억원으로 저조했다. 헤지펀드의 운용과 판매를 돕는 프라임브로커(전담중개업자)가 큰 목돈을 내놓지 않았고 연기금과 개인투자자도 눈치를 보며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11개 운용사가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 설정액은 총 3500억원 규모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다.
국내 자본시장규모가 작아 대다수 한국형헤지펀드는 대차거래(공매도)를 활용한 롱숏전략을 쓰고 있다. 롱숏(long Shot)이란 저평가된 자산을 사고(롱) 고평가된 자산은 공매도(숏)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대차거래는 쉽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국형헤지펀드가 급성장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롱숏전략을 펴려면 매입할 주식과 공매도할 주식의 짝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시장 안에서만 찾기는 힘들어 한 자릿수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저조한데다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정통형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등이 자산관리 수단으로 여전히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헤지펀드가 기존의 대표적 자산관리 수단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주류가 아닌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며 성장하는 판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