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과세 힘드네…실질과세원칙 적용도 어렵고"
무거운 세금피해 세법상 비거주자 된다면 탈세로 봐야하나?
세법개념의 해석을 위해서 문리해석을 원칙으로 하여야 하지만 입법 취지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법은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된다.
세법이 본래 의도한 것과 달리 일반인으로서 예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세금의 부담을 감소시킨 경우에는 조세회피가 되며, 이는 그것의 내용이 일반적이든 개별적이든 그것을 규제하는 조세회피방지규정에 의해 개별 거래의 내용이 새롭게 구성되어 세법이 적용된다.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부담을 감소시킨 경우에는 탈세행위가 되며 그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소득세법상 거주자 개념은 통상의 세법상 개념처럼 해석되고 적용된다. 해석상 문리에 따라야 하며, 그것의 입법 취지인 과세관할 설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과세대상 소득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불명확한 개념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사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한 경우라도 그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부가 납세자 일반에게 사전에 소상히 알려주는 것이 정도이다.
특히 신고납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소득과세상으로는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것이다.
가. 실질과세원칙
거주자나 주소의 개념을 적용하는 데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는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실질귀속원칙을 규정하면서 과세대상의 귀속에 관한 규정은 명의가 아닌 실질에 따라 그 귀속을 판단하여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누가 거주자인지를 판정하는 규정은 과세대상의 귀속에 관한 규정은 아니며, 존재하는 어느 누구의 과세대상소득의 범주를 판정하는 규정이므로 그에 대해 실질귀속원칙이 적용되기 곤란하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은 과세표준의 계산은 해당 과세대상의 실질에 따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거주자 개념을 적용하는 데 원용될 수 있는 규정은 아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실질과세원칙의 제하에 규정되어 있지만 그 적용에 '조세의 부당한 감소'를 요건 중 하나로 하는 조세회피방지규정이다.
거주자개념을 적용하는 데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여지는 없는 것이다. 다만, 헌법상 실질적 법치주의의 정신에 따라 거주자개념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거주자 개념을 규정한 것은 그 기본목적이 과세관할의 설정에 있으며, 조세회피의 방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조세회피
원래 거주자인 자가 비거주자가 되었다가 다시 거주자가 되는 단계를 거치면서 중간에 비거주자인 시기에 국외에서 과세대상거래를 영위함으로써 거주자 개념의 적용을 회피한 경우 거주자 개념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며 조세회피방지규정인 단계거래원칙에 의해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오랜 논란의 대상이 된 일본의 타케후지사 사건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주관적으로 증여세 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하여도, 객관적인 생활의 실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이러한 원칙을 확인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최고재판소는 결국 일본 내에 과세권이 없다는 판단을 하였다. 일본 세법상으로는 우리의 단계거래원칙과 같은 조세회피방지규정이 없다.
이와 같은 단계를 구성하지 않고 단순하게 국내에서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주지를 국외로 이전한 경우에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실질적으로 국외로 이전한 경우 그 자체만으로 조세회피로 볼 수는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되는 헌법체계 하에서 자기가 사는 곳의 세금이 비싸 다른 지역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제인의 합리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voting by foot).
이러한 한계를 인식한 각국 정부는 이른 바 '출국세(exit tax)'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는 거주지의 국외이전 시 출국세를 부과하는 나라, 거주자지위를 유지하다가 상실할 때 일정 기간 과세권을 유지하는 국가, 거주자지위를 유지하다가 상실할 때 일정 소득에 대해 일정 기간 과세권을 유지하는 국가, 거주자일 당시 부여한 조세특례를 환수하는 국가 및 일시적 비거주자와 같이 국외로 이주하였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에는 부재기간에도 거주자로 보는 국가 등 다양한 프리즘이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 모두 입법부의 합의에 의해 이러한 제도가 법률의 형태로 도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자기 나라를 떠나는 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있는 한편, 자기 나라로 들어오는 자에 대해 세금혜택을 주는 나라가 있다.
거주자의 일정 국외원천소득(배당소득과 유가증권양도소득)에 대해서 면세하는 국가(participation exemption, 경영참여소득면제), 외국인거주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송금된 국외원천소득만 과세하는 국가(remittance basis taxation) 등이 그런 예이다.
우리나라도 영국, 일본의 예에 따라 10년간 5년 미만 우리나라에 거주한 단기 거주 외국인에 대해 송금주의로 과세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 나라 모두에서 단기거주외국인은 세법상 거주자(resident)에 해당한다.
특정인이 어느 나라에서 단기거주 외국인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을 때 그 자는 다른 어느 국가에서는 거주자가 되지 않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그 자가 특정소득에 대해 원천지국의 낮은 세금만 부담하고(원천지국의 낮은 세율 또는 그 원천지국과 거주지국가와의 조세조약 때문에) 거주지국가에서는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현상이 조세회피에 해당하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단기거주 외국인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이러한 유인장치를 보고 자기 나라에 많이 오도록 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하므로 이 현상은 전형적인 '절세'에 해당한다고 볼 일이다.
참고로 미국이 구주국가들이 두고 있는 경영참여소득면제제도를 이용하는 비거주자에 대해 조세조약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OECD재정위원회는 그러한 제도의 이용은 절세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 탈세
전술한 바와 같이 세법상 거주자 개념의 적용을 피하여 비거주자가 되는 행위는 절세의 하나이다.
국외에 거주하는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는 국내에 거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거주자에 관한 조항의 합목적적인 해석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거주자 개념은 그 기본목적이 과세관할을 일률적으로 설정하는 데 있으므로 조세회피를 문제삼아 거주자로 보는 합목적적 해석이라면 그 여지는 넓다고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탈세로 볼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것이다.
탈세가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요건으로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주관적인 요건으로서 '고의'가 존재하여야 한다. 아울러 내야할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것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무신고는 탈세의 요건 중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보지 않는다. 자신이 거주자임에도 비거주자로 생각하는 자가 국외원천소득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탈세행위가 될 수 없다.
자신이 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서 등을 위변조하거나 장부를 허위기장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비거주자인 거짓 외양을 창출하고 국외원천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라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거주성 판단과 관련한 체류, 직업, 가족 및 자산의 요소와 관련하여 문서의 위변조나 장부 허위기장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드물기는 하겠지만 실제 있지도 않은 직업이 있다고 허위문서를 만든 경우라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비거주자가 되어 탈세하는 사례로 볼 여지가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paper company를 만들고 그것의 이사로 등재된 것 자체는 문서의 위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업이 없다고 보면 될 일이다. 자산의 단순한 명의신탁은 문서의 위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사례가 아니라면 종국에는 거주자로 밝혀질 자가 스스로 비거주자로 생각하여 무신고한 경우는 탈세에 해당하지 않는다.
역외탈세도 아니다. 원래 '역외'는 영어로 'offshore'이며 'foreign(국외)'은 아니다. 경제적 실질은 국내에 있는데 외양상의 행위는 국외에서 할 때 그 국외를 의미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의 '국외'인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화폐는 국내외환시장과 국외외환시장에서 24시간 내내(around the clock) 매매되는데 이 때 국외외환시장을 역외시장이라고 한다. 미국 채권이 런던에서 거래될 때 미국인들은 그 런던시장을 역외채권시장이라고 한다.
과세와 관련하여 '역외'를 논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국내에서 거주자가 벌어들인 돈을 마치 비거주자가 버는 것과 같은 외양을 갖추는 행위 또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세금 없이 해외로 빼돌리는 행위를 의미할 것이다.
순수하게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인데 자신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의 판단을 그르쳐 신고하지 않은 것을 역외탈세나 역외조세회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본 기고는 조세일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약력]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경영학 석사, 미국 코넬대학교 법학석사, 국민대학교 법학박사, 국세청 사무관, 재정부 세제실 서기관 근무,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조교수, 한양대학교 법과대학(로스쿨) 교수(現). ▲세무조사제도 개혁방안 ▲공격적 조세회피(ATP)에 대한 대응방안 연구 ▲외국펀드와 조세회피 등 저서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