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국세청장이 30일 오후 4시30분 국세청사 2층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19대 국세청장에 취임했습니다. 최악의 컨디션(?)에도 불구,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고비를 넘긴 이 국세청장은 이 날 환한 얼굴이었습니다.
이 날 오후 3시30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이 국세청장은 취임식이 예정된 4시30분을 앞두고 국세청사 1층 기자실을 방문했습니다. 출입기자들과 수인사를 나눈 후 간략한 취임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국세청장은 대뜸 "널뛰기를 아느냐"고 말을 꺼낸 뒤 "널을 뛰는 여인들을 보고 사람들이 감탄하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널판 중앙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이름도 모른다"고 소개했습니다.
널판 중앙을 지키는 사람은 널판을 지지하는, 둘둘 말린 가마니가 풀리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 국세청장은 "그 사람의 이름(명칭)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못 찾았다"고 언급한 뒤 "저는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이 되려고 한다. 우리 직원들이 신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세청장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취임식, 이 국세청장은 딱딱한 '각오'만이 담긴 취임사가 아닌 직원들의 기를 잔뜩 세워주는 내용의 취임사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의 근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업무를 열정적으로 수행한 전국의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국세청의 주인이다"라고 강조하며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 국세청장은 예정된 취임사를 다 읽은 후 '깜짝 제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농담을 섞었다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왠지 '섬뜩함'도 배어있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국세청장은 "일부 직원들이 명절 같은 때 지역특산물 등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있더라. 그 동안은 경황이 없어 성의만 받고 물건은 돌려보냈는데, 앞으로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마음만 주고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앞으로는 선물을 보내오면 성의는 받고 물건은 감찰담당관실로 보낼까 한다"고 농을 던진 뒤 "대신 책 한권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시중의 베스트셀러가 아닌 여러분들이 직접 읽어본 책 중 국세청 발전을 위해 제가 꼭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책 말이다"라고 제안했습니다.
이 국세청장은 "밑줄도 쳐 있고, 여러분의 손 때가 묻은 정성이 담긴 책이라면 제가 받을 수가 있다"라고 전제한 뒤 "제가 있는 동안 이것만은 '무관용의 원칙'으로 꼭 지켜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