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성실납세수준 높다…변호사업계 탈세성행 인식은 잘못
일부 변호사 탈세지적은 그만…변호사 전체가 낸 세금 공개하라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발표가 있을 때마다 '비도덕적인 탈세자'의 대표적 사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문직인 변호사.
국세청이 세원양성이 시급한 것으로 보는 전문직은 늘 '의사와 변호사'로 시작되고 있으며, 세제당국도 의사·변호사의 소득탈루수준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세무검증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해선 특히 ▲현금영수증발급 의무화 ▲사업용계좌 제도 ▲세파라치 제도 등 갖가지 제도가 도입돼 시행되고 있지만, 과세당국은 이들을 여전히 '대표적인 탈세업종'으로 보는 듯 의심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엘리트 집단으로 나아가 법률지식이 없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왜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는커녕 탈세가 의심되는 대표적인 전문직종으로 위상이 떨어지고 있을까.
이미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조세일보가 만나 이에 대한 변호사들의 생각과, 시시각각 그들을 옥죄어 오는 각종 제도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사회의 대표적 엘리트로서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마땅히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헌법'에서 신성한 의무의 하나로 정한 '납세의 의무'와 관련한 존경수위는 매우 낮은 것 같다.
☞ 과거에 자영업자는 과세관청에서 수입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의 경우 관행처럼 과세소득의 상당부분을 누락시켜왔다. 이 점에서는 변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변호사라는 직역은 누구보다도 법을 더 준수해야 하는 직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도덕불감증에 걸려 이러한 관행에 동참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점이며 협회로서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 및 조세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러한 관행은 거의 사라졌으며, 현재를 기준을 말씀드리면 변호사들의 성실납세수준은 그 어느 자영업자보다도 높다고 믿고 있다.
우선 변호사들의 수입은 고객의 종류에 따라 기업고객으로부터의 수입과 개인고객으로부터의 수입, 그리고 일의 성격에 따라 소송수임료와 법률자문료(상담료 포함)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상당수 변호사들, 특히 법무법인들의 경우에는 기업이 주된 고객이다.
그 간의 경제성장 및 사회전반의 인식변화로 인해, 최근 10년간 기업들의 법률서비스 이용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고객의 경우에는 소송수임료가 되었든 자문료가 되었든, 정상적인 경우라면 세금계산서를 수령하지 않고 지급을 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기업고객으로부터의 수입은 누락의 가능성이 없다.
이제는 기업들도 과거와는 달리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여지가 대폭 사라졌기 때문에 회계처리에 아무 문제가 없는 소송수임료나 법률자문료를 지급함에 있어 금액 좀 깎겠다고 세금계산서 없이 지급하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개인고객은 대부분 소송사건을 의뢰하는 경우로 법률자문료를 지급하고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변호사가 소송을 수임하면 위임장을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해서 경유확인을 받은 위임장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또 지방변호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경유명단은 국세청에 통보된다.
따라서, 변호사들의 소송수임건수는 과세관청이 이미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이 자료만으로는 건별 소송수임료의 구체적인 차이까지는 과세관청이 알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균적인 수임료를 적용해서 추계과세를 해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누락시킬 수 있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는 다른 자영업에 비해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성실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적은 금액이라도 누락되는 소득이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고, 그런 점에서는 당연히 변호사들이 성실하게 신고를 해야 하겠지만, 점점 변호사들의 숫자가 이제는 1만명이 넘을 만큼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각 변호사들의 양심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원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과세관청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는 최근 과세관청이 추진하고 있는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나 사업용계좌제, 세파라치제도 등의 제도로 세원양성화 노력은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이 부작용은 없이 본래 의도했던 순기능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시행사항들은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 국세청은 매번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세원양성화를 벼를 때 변호사를 가장 앞선 순위에 두고 있다. 그만큼 국세청은 변호사업종에 대한 세원양성화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는 것 같다.
☞ 변호사들은 자영업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소득군에 속하는 동시에 다른 자영업자들보다 훨씬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업종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보다 따가운 질책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계속해서 도마 위에 제일 먼저 오르는 것 같다.
■ 일부 변호사의 비도덕적인 탈세는 변호사 모두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다. 협회에는 탈세 변호사에 대한 자체 징계규정을 갖고 있는가.
☞ 변호사의 경우에는 자체규정 정도가 아니라 변호사법 제24조가 '품위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세무신고과정에서의 과실이나 착오가 아니라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탈세로 인해 변호사의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현행법에 따라 품위유지의무위반으로 징계가 가능하다.
■ 국민존경은 아니더라도 '탈세업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변호사들 스스로 성실한 납세를 위한 자정노력 등은 이뤄지고 있는가.
☞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세원양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과거처럼 소득을 탈루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그리고, 각 개업변호사 또는 각 법무법인의 세무신고는 협회가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므로, 협회차원에서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어떤 대책을 만든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과거에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인데, 이 점은 언론에서도 적극 협조를 해주면 좋겠다. 현재 변호사가 1만명 가까이 되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터인데, 어느 직역이나 마찬가지로 일탈행동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의 탈세사실을 가지고 마치 변호사 직역에 전반적으로 성행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처럼 보도하는 것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부 변호사들의 탈세사실을 문제삼으려면 오히려 전국의 변호사들과 법무법인들이 신고한 연간 총 소득이 얼마이고, 그래서 이 직역에서 걷힌 연간 총 법인세 및 소득세가 얼마인지도 과세관청에서 함께 공개해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자료는 오히려 변협에서 달라고 해도 과세관청에서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변협 연수원에서는 변호사들의 전문지식 함양을 위한 각 분야별 단기연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세법 분야 단기연수도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현재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세무검증제도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제도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로 세무신고의 검증은 국가의 과세권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권한의 행사를 사인인 세무사 등에게 위탁한다는 것은 국가기관의 권한과 책무를 방기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본다.
나아가, 세무검증을 받은 경우 무작위추출방식의 정기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혜택을 준다는 것이지만 세무대리인의 검증이 남발되면 국가과세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세무대리인의 검증이 제대로 기준을 지켜 행하여지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또 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오히려 적절한 과세가 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런 공권력에 의한 또 다른 검증절차를 둔다면, 옥상옥이 되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반면, 세무검증비용은 납세자에게 전가되므로 납세자입장에서는 비용만 늘어나게 된다.
두 번째로 소득탈루율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높다는 합리적 근거도 없이 세무검증대상 사업자를 특정 직업군 및 소득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평등원칙위배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이미 특정 직업군에 대한 신용카드 가맹의무화, 사업용 계좌개설 의무화, 현금영수증 의무발급제도의 도입, 위반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제도 도입,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의무자 확대 등 전방위적인 규제 도입으로 소득파악율 및 수입금액의 검증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특정 직업군에 대해 세무검증 의무 및 세무검증 불이행 가산세 등을 부담시키는 것은 옥상옥으로 과잉금지원칙 위배의 소지도 있다.
■ 협회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 역시 이번 세제개편안에 반영하는 등 세무검증제도 도입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향후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세무검증제도의 부당성을 부각시켜 제도의 도입을 막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강행한다면 입법청원, 위헌법률심판청구 등을 비롯한 모든 합법적인 저항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제도가 조속히 폐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