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근, 임환수 국세청 핵심 요직 진출
27회-28회 경쟁구도…"경쟁 통한 성과 극대화" 노림수
백용호 국세청장은 29일 행정고시 28회 출신인 국세청 핵심요직인 조사국장에 김연근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을 임명하고, 또 다른 핵심요직인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엔 임환수 서울청 조사1국장을 배치시켰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사는 아니었지만 현재 국세청 본청 주요 간부들이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짜여져 있는 구도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발탁인사라는 평가.
김 국장과 임 국장의 전진 배치는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행정고시 27회 그룹의 강력한 '대항마'를 배치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주요 간부들에게 백 국세청장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인사에 나타나 있는 것.
행시 28회의 과감한 발탁은 차세대 국세청을 이끌어갈 즉시 전력감 '인재풀'을 강화하는 동시에 행시 27회, 28회들간 무한경쟁 체제를 형성, 경쟁을 통한 성과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행정고시 27회 그룹은 지난해 백용호 국세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 국장급 요직에 대거 배치되며 '전성시대'를 열어 젖혔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경쟁은 조직의 활력을 심어주는 밑거름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다만 좋지않은 국세청 조직문화에 젖은 '어긋난' 경쟁이 될지, 상호 보완적 관계가 형성되는 바람직한 경쟁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대목.
□ 김연근, 임환수 '발탁'의 의미= 김연근 국장과 임환수 국장을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에 전격 발탁한 것은 표면적으로만 따져봐도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당초 국세청 안팎에서는 행시 27회 그룹들을 의식(?), 이번 인사에선 행시 28회 출신들이 주요보직에 포진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인사명단 발표와 함께 완전히 빗나갔음이 증명됐다.
김 국장과 임 국장도 명실상부 미래 국세청을 이끌어갈 리더그룹으로 인정받은 것. 앞서 달려나간 행시 27회 그룹과의 경쟁을 유도,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고 성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인사권자의 복안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김 국장과 임 국장의 발탁배경에 대해 국세청은 "풍부한 조사경험과 함께 업무역량이 탁월하고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을 발탁했다"며 "앞으로 조사행정을 보다 엄격하고 원칙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험난한 여정-서울청장으로 가는 길= 조홍희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의 서울지방국세청장 발탁도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목. 특히 조 국장은 최근 1, 2년 사이 본인의 뜻과는 다른 크고 작은 소란에 휘말려 고초를 겪었던 인물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국세청 내부에서의 조 국장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국세청 밖에서 이뤄지는 인사검증 단계에서 상당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경륜과 조직관리 능력, 나아가 어떤 과제이든 완수할 수 있는 업무능력과 추진력은 조 국장을 기어코 서울국세청장 자리에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 지방국세청장 교체 '최소화'= 당초 지방국세청장 전원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왕기현 중부국세청장, 공용표 대구국세청장, 임성균 광주국세청장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인사 폭이 작아진 것.
국세청 고위직의 지역 및 일반승진 안배와 이현동 국세청 차장의 행시24회 동기들에 대한 인사 형평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측면이 다분하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조직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차단하고 최대한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내려보낸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과거의 예에서 국세청 조사국장은 '1급(고위공무원 가급)'으로 진출해 왔지만, 2급 지방국세청장으로 내려보낸 것은 '좌천'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허병익 前국세청 차장 등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세청 조사국장 직위가 가진 상징성과 뿌리깊은 인사관행을 감안하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송 국장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세청 본부에서 요직만 거쳤던 탓에 세무서장 등 일선경험이 없는 송 국장을 2급 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 일선 기관장 경험을 쌓고 오라는 배려로 봐야한다는 것.
송 국장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기관장을 맡아 '영원한 참모'라는 평가에서 탈피, 일선 야전사령관으로서의 '보스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오른 셈.
박동렬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을 대전국세청장에 임명, 임용구분별 균형을 맞춘 것도 눈에 띄는 대목(행정고시-4명, 일반공채-2명)이다.
일반직원 출신 고위간부의 고갈로 인해 지방국세청 국장에서 지방국세청장으로 곧바로 영전시키는 전례를 또 한번 남겼다는 우려 섞인 평가도 뒤따른다.
□ 사라진 '인사청탁'=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인사과정에서 "인사청탁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인사청탁을 극도로 싫어하는 백용호 국세청장이 국세청 인사문화에 몰고 온 분명한 변화다.
백 국세청장은 주요 핵심포스트에 임명된 일부 간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사에 담긴 자신의 분명한 뜻을 전했다는 후문.
백 국세청장은 "그 동안 익히 듣고 경험한 업무능력과 역량을 믿고 발탁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백 국세청장이 이번 인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인사는 예전과 달리 극도의 보안이 유지되는 가운데서 진행됐다. 인사기준과 원칙, 인사단행 시기를 사전 공지했지만 그 이상은 어떤 조각정보도 흘러나오지 않는 '철통보안'이 유지됐다. 이 같은 지나친 철통보안으로 인해 간부들이 인사소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고위직은 물론 초임세무서장(26명)발령 인사에서 '향피제(鄕避制)'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