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 어느곳도 웃지 못한 미완성 작품
지방소비세는 VAT 5%와 지방교부세 유지
지방소득세는 당분간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
지방소비·소득세, 예민한 쟁점은 3년 뒤로
지난 10년간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 지방소비세·소득세 도입에 대한 실마리가 드디어 풀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방소득세는 당분간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지방소비·소득세 도입으로 지방재정 자립 및 확충을 기대했던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실망감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앙정부로서도 지방소비세·소득세 도입의 전제조건이었던 지방교부세율 인하를 해결하지 못한 채 현재의 지방교부세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어느 하나도 크게 웃을 수만을 없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행정안전부는 16일 내년부터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신설하고, 현재의 소득할 주민세(Sur-tax)를 지방소득세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지방소비세·소득세 신설'이라는 타이틀로 정부의 계획이 결과물로 나타난 모양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쪽 짜리 지방재정방안 확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지방소득세는 현재의 소득할 주민세가 이름만 바뀌는 것 외에 변화가 없다. 지금처럼 부가세(Sur-tax)로 종합소득세액의 10%가 부과된다. 내년 소득세가 추가적으로 인하되면 이에 따라 지방소득세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내년에는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및 세율이 ▲1200만원 이하 6% 변동없음 ▲4600만원 이하 16%→15% ▲8800만원 이하 25%→24% ▲8800만원 초과 35%→33%로 줄어들게 돼 지방소득세 역시 감소할 전망이다.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재정자립을 높이는 '지방소비·소득세 도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당장 내년 국세 감세로 줄어들게 되는 지방소득세 재원 감소를 막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방소득세의 가장 핵심 쟁점인 '독립세 전환' 문제를 정부는 3년 뒤인 2013년으로 미룸으로써 각종 논란을 피해나갔다. 결과적으로 지방소득세는 당분간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재정 확충 방안의 핵심은 '지방소비세' 도입에 국한된 모양새다.
정부는 지역의 재정자립 확충을 위해 민간최종소비지출을 기준으로 지방소비세를 도입하고, 초기단계인 지방소비세를 보전하기 위해 현재의 지방교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즉, 지방재정은 크게 '지방소비세와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포함)' 투 티어(Two-tier) 체제로 가게 된 것.
여기에 지방소비세가 도입됨에 따라 야기될 지방재정 불균형은 수도권, 광역시, 도를 기준으로 민간최종소비지출에 1:2:3으로 가중치를 둠으로써 해결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지방재정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방소비세가 도입됐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가중치를 두어 재정을 배분하기로 한 것은 현재의 지방교부세와 별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재정 확충 방안으로 지방도 크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부가가치세액 5%(2조3000억원)가 이전되지만, 국세 감소에 따라 지방교육교부금 및 지방교부세 등이 약 9000억원 감소함에 따라 지방재정은 총 1조4000억원만 늘어나게 된다. 부동산 교부세 축소 및 국세 감세 등으로 줄어든 지방재정을 확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재은 경기대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축소로 부동산 교부세가 줄었고, 감세로 소득할 주민세(지방소득세) 등이 감소해 1조4000억원의 재정증가로는 지방재정을 확충하기에 부족하다"며 "향후에도 지방재정 부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종합해보면, 이번에 발표된 지방재정 확충 방안은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예민한 쟁점들은 3년 뒤인 2013년으로 미뤄놓은 것이어서 지방재정확충을 위한 작업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라고 봐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