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포함 9000명 인력 감축도 문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조직은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10월말에 출범할 예정이지만, 국회 통과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공·토공 통합 문제는 15년 이상 끌어오면서 재차 제기됐지만, 결국 통합되지 못하고 늘 '기능조정'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통합 조직의 탄생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동안 수 차례 통합 이슈가 제기됐음에도 실현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다는 점과 '통합된 조직'의 모습이 지금보다 나으리라는 공감대나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과연 '통합'만이 정답이냐는 의문도 있다.
업무중복, 방만경영 등의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하지만, 그 해결 방법이 되는 통합조직은 약 67조원(2007년 기준)의 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거대한 공공기관의 탄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합조직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작년 국토연구원에서 주최한 주공·토공 통합관련 토론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비등하게 나왔을 정도.
통합에 긍정적인 전문가들은 양 공사의 중복 기능을 해소하고, 주택공급과 택지개발 기능을 일원화해 재정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합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양 공사의 설립 목적이 다르고,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일원화했을 경우 따르는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 통합조직의 모습은?‥"택지개발 이익으로 임대주택 짓는다"= 양 공사가 통합되면 우선 번번이 문제로 제기돼오던 '업무중복'에서는 최소한 탈피할 수 있게 된다.
택지개발, 도시개발사업, 주거환경정비사업, 주택공급, 남북경제협력사업, 토지매매 및 관리 수탁, 주거복지사업 등을 통합된 하나의 기구에서 담당하게 된다.
통합조직의 재무구조는 어떻게 될까?
사실상의 정부 법안인 '한국토지주택공사법(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발의)'에 따르면 통합조직의 법정자본금은 현재 주공과 토공의 법정자본금, 각각 15조원씩을 합한 30조원으로 지금과 변화가 없다.
실제 납입자본금은 현재 주공이 8조5000억원, 토공이 5조원으로 양 공사가 통합하게 되면 납입자본금은 13조5000억원이 된다. 통합조직 설립을 위해 정부가 추가로 자본금을 납입할 필요가 없다는 게 홍준표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납입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10배를 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운영할 수 있는 자금한도는 130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금융기관 차입금, 자산운용수익금 등도 재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김근용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양 공사가 통합해 경쟁요인이 없어지면 사업확장의 필요성이 줄어 자산, 부채 등 재무지표가 안정된다"며 "택지개발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거복지에 집중 재투자해 국민임대주택건설 등 재정지원 부담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재원 등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 연간 1조원 수준의 재정을 주공에 지원하고 있으며, 토공은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2007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9692억원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토공은 2005년부터 정부지원이 전무한 상태다.
통합조직은 택지개발 이익으로 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의미가 된다. 정부가 주공에 지원하고 있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재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주공에 2007년 출자금과 보조금을 통해 총 1조2246억원을 지원했으며, 작년에는 1조3291만원을 지원해 매년 지원 규모가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양 공사가 통합할 경우 토목공사 비용 등이 절감돼 아파트 분양원가가 3.5%p 인하되고, 아파트 건설사업 기간도 1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토공노조는 늘어난 부채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분양가격에 전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부 지원 없이 자생 불가 우려"= 일부에서는 양 공사를 통합하게 되면 과다한 부채로 인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양 공사가 통합하게 되면 2007년말 기준으로 총자산 84조원, 부채 67조원의 거대 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공은 39조8736억원, 토공은 27조353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으며, 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은 각각 357%, 429%로 양 공사 모두 자기자본에 3~4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작년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차입자금 증가로 주공의 부채가 2016년에는 14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토공 역시 2003년말 부채가 10조2255억원으로 지난 5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은 "우리 사회가 조직·인력 등에 대해 스마트하게 운영하는 능력이 부족한데, 부채 64조원의 통합조직을 과연 효과적으로 운용할 능력이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 수준으로 하락해 정부지원 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 유지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0 수준 이하로 하락한다는 것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익금 모두를 이자로 내도 모자란다는 얘기다.
국토연구원은 이자보상배율이 2012년에 주공은 2.08, 토공은 0.97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정부가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주공에 지원하는 자금은 줄어들지 몰라도, 통합공사의 이자비용으로 자금을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 통합을 해도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 인력 감축, 9000명의 밥줄은?…"일자리 창출에 역행"= 또한 양 공사가 통합되면 인력 및 조직 감축은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주공은 작년 정원 기준으로 임직원 수가 4384명이고, 비정규직도 961명에 달하며, 토공 역시 임직원이 2982명, 비정규직 503명이다. 1464명의 비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7366명의 정원이 중복된 업무를 갖고 생존게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얼마나 인력을 감축해야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법이 통과된 이후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보다 14~16% 가량 정원을 축소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력 감축은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잡쉐어링(일자리 나누기) 개념을 도입한다고 해도 거대 인력을 구조조정 하는데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토부가 보금자리 주택에 대해 직할시공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과 관련 주공의 인력을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할시공제는 '주공-종합건설업체-전문건설업체'로 돼 있는 3단계 공사체계를 '주공-전문건설업체' 2단계로 축소하는 것으로 분양가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15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 주공 인원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 공기업 구조조정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공이 전문건설업체에서 하던 일을 직접 하겠다는 것으로 현장 인력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된 조직 내의 인원에서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직할시공제 도입과 관련된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