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재산가액의 평가는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적용되는 시가는 불특정다수인 사이에 자유로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른 시가는 그동안 평가기준일 전·후 6월(증여는 3월) 이내에 당해 재산과 관련된 매매·감정·공매 등의 사례가액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2004년부터 사례가액의 적용을 당해 재산뿐만 아니라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도 시가로 보도록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 규정의 신설로 납세자가 시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해 재산의 사례가액뿐만 아니라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하고, 그런 사례가액이 확인되지 아니하면 기준시가를 적용하게 된다.
이러한 규정의 신설로 납세자들은 평가대상재산의 종류나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왜냐하면 사례가액은 일반적으로 기준시가보다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평가대상재산이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속해 있는 경우에는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상속·증여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에 규모가 작은 아파트단지나 연립주택, 단독주택, 토지와 같은 재산은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시가를 적용하여 신고할 수 있어서 세금 부담이 적어 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가 범위의 확대로 현명한 납세자는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을 적극적으로 찾아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속이나 증여재산의 규모가 작아서 과세 미달되거나 낮은 단계의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경우에 유사사례가액을 확인하여 신고하면 절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 결정가액이 취득가액으로 되기 때문에 추후에 당해 재산을 양도할 때에는 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고, 양도소득세의 세율도 50~60%의 높은 세율로 과세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상속·증여세의 과세표준은 약간 높아지더라도 추후에 양도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다.
그러나 납세자는 당해 재산과 유사한 다른 재산의 사례가액을 찾는 것은 실무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을 확인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거래를 중개하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 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중개업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 줄 수 없다.
이런 경우에 사례가액을 확인하지 못하는 납세자는 과거의 관행대로 기준시가에 의하여 평가하여 신고하게 되고,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과세관청에서는 사례가액이 확인되기만 하면 그 사례가액을 적용하여 과세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을 피하려고 납세자 중의 일부는 은행이나 부동산중개업소의 인터넷에서 공개하고 있는 시세표를 이용하거나 국토해양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의 가격자료를 조회하여 신고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세표는 세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례가액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관청에서는 자신들만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에 의하여 납세자가 신고한 가액보다 높은 사례가액이 확인되면 그 가액에 의하여 결정하고,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납세자가 불복청구를 하여도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와 같이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에 대한 평가는 당해 재산이거나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거래가액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세법상의 입법 취지는 매우 바람직하다. 이 규정이 입법 취지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납세자가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에 대한 사례가액의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납세자가 당해 재산과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을 확인할 수 있는 최선의 보완책으로 신고기한 전에 상속재산 또는 증여재산과 관련된 유사사례가액에 대하여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납세자가 유사사례가액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과세관청에 조회를 할 수 있게 하고, 과세관청은 이를 신고기한 전에 납세자에게 회신하는 제도가 시급히 필요하다. 그동안 유사사례가액의 적용에 있어서 납세자와 과세관청과의 분쟁은 대부분 납세자가 사례가액을 확인할 수 없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완일 세무사 : 국세청 근무, 국세공무원교육원 비상장주식평가 담당강사, 세무법인 가나 부설 주식평가연구원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