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의 분산을 통한 상속세 절세

상속세의 과세유형은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과세형과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중에서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인별로 과세하는 취득과세형으로 구분된다.

유산과세형은 상속인 각자의 지분으로 분할하기 전의 유산총액을 과세베이스(tax base)로 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므로 상속인이 다수인으로 구성되더라도 공동상속하거나 단독상속에 관계없이 상속세액이 거의 같게 된다.

이에 반하여 취득과세형은 상속인이 여러 사람인 경우에 유산을 먼저 각자의 상속분으로 분할하고, 이 분할된 각자의 지분에 대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므로 재산 분배의 내용에 따라 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세 총액은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상속과세가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유산과세형을 채택하고 있다. 이 유형은 상속세가 소득세의 보완세로서 피상속인이 생전에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누락된 소득세 과세누락분을 청산하다는 평생소득정산설의 입장과 세무행정상 과세의 편의성에 의하여 이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생전에 성실하게 소득세를 납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소득세의 누락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되는 이중과세의 측면이 있다. 또한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상속인이나 수유자 등이 다수인이거나 재산 분산의 정도에 관계없이 상속세를 부담함으로써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할이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유산과세형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재산상속을 받지 아니한 것만 못한 경우도 발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속인들이 생존배우자에게 최대한 많은 지분을 상속하면서 배우자공제를 받고, 그 상속재산으로 자녀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는 방식으로 절세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이와는 반대로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상속을 받고 나서 상속인 중에 누군가가 상속세를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다른 상속인이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고,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이나 유증에 의하여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경우에는 상속인들이 세법에서 의도하는 세율보다 높은 한계세율에 의하여 과세되어 사전에 의도하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창업자금이나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특정한 상속인에게 자금이나 주식을 증여함으로써 원활한 창업이나 가업의 승계를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그러나 자금이나 주식의 증여를 통하여 사전상속을 받더라도 유산과세형에 의한 상속세 과세는 조세지원제도의 실효성을 거두는 데는 미흡하다.

주요외국의 상속세 과세유형은 대부분은 취득과세형을 시행하고 있다. 유산과세형을 적용하고 있던 국가 중 우리나라의 상속과세제도와 유사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변형된 취득과세형으로 개정하였다. 미국은 2010년부터 상속과세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입법하였고, 캐나다는 오래전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속세제가 도입된 이래 계속하여 유산과세형을 시행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징세행정이 간편하고 조세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납세환경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고 있어서 차명거래나 명의신탁에 대하여 엄격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고, 과세자료의 수집 및 피상속인의 금융재산에 대하여 일괄조회 할 수 있는 법률까지 정비되어 있다.

특히 IT산업의 강국임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세통합시스템(TIS)의 완벽한 구축으로 유산의 위장 분산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가산세가 대폭 강화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성실한 납세의무이행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납세환경의 급격한 개선으로 과세행정의 집행이 용이하게 되었고, 상속세 과세경향도 세수의 증대보다는 상속과세를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하기 위하여 국민의 경제적 기회균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속재산의 분산을 유도하기 위하여 취득과세형의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취득과세형의 도입은 과세관청의 업무량이 증가할 수 있으나 현재 상속세·증여세의 과세는 정부부과과세제도에서 신고납세제도로 전환의 검토가 필요하고, 세수의 감소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각종 상속공제와 세율의 조정에 의하여 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취득과세형의 도입이 가능한 과세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그 동안 정부에서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 사회 구성원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상속과세에 있어서도 응능부담의 원리와 부의 재분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취득과세형의 도입으로 조세정책방향을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