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들고 여행하는 대한민국 국민들-②

그동안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해온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여행객의 편리"를 강조해 왔다. 국민의 여행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수 차례 설치가 무산되면서까지 입국장 면세점 설치주장은 계속되고 있고, 입법발의도 이어지고 있는 것. 18대 국회에서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한나라

당 이명규 의원실 관계자는 "그대로 갖고 들어올 물건을 싸들고 다니게 되는 너무나 비실용적인 현행규정을 바꾸자는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여행객들이 편리해지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공감여론과 지지 속에서도 입국장 면세점이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그 까닭이 있을 터, 그동안 수 차례 무산됐던 근거가 된 반대이유 또한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 관리감독 어렵고 과소비만 조장한다(?)= 입국장 면세점의 설치를 반대하는 한 쪽에는 감독당국인 관세청과 법무부 등이 자리해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우범여행자의 추적감시가 어려워지고, 휴대품 검사를 위해 추가인력이 배치돼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함께 마약, 총기류에 대한 탐색도 힘들어지고 대신 휴대품 검사 강화에 따른 민원제기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여행자가 입국장에 도착해 기탁수하물을 수취하지 않고 면세점을 이용할 경우 수하물이 방치돼 혼잡, 도난 등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여행객들이 공항에 도착하면 일률적으로 나오게 되고, 세관이나 법무부의 검색도 일률적으로 한번에 진행될 수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여행객들이 나와야할 시간에 나오지 않고 쇼핑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에 일괄적인 검색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것.

관세청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 주변에 인파가 늘어나게 되면 세관의 동태추적감시가 어려워지고, 밀수 및 테러와 관련한 우범여행자들의 면세점 도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입국장 면세점 설치의 반대 근거로 제시되는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과소비의 조장'이다.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이 기본적으로 시중가에 비해 저렴하고, 또한 출국장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고 훨씬 가벼워진 양손으로 입국한 여행객들은 입국시에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

관세청 관계자는 "양주 등 주류의 가격은 시중가격과 2∼4배나 차이가 나고, 면세한도인 400불과 별도로 주류 1병, 담배1보루, 향수 2온스 등을 구매하는 소비도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 이용은 한도액내에서만 이뤄짐

◆‥출국장 면세점에 설치된 면세점 이용 관련       안내문

으로 실질적인 소비증가는 미미할 것"이라며 "과소비 문제는 국민소득이나 해외여행시 소비성향에 연계되는 것이지 어차피 구매한도가 있는 입국장 면세점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들고다닐 것을 불편해하는 소비자들이 해외 현지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경우 해외에서 쓸 돈을 국내 입국시에 쓰게 된다면 외화반출을 줄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또한 보안문제에 대해서도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보안시설과 시스템을 자랑한다"며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될 예상구역은 공항세관의 감시업무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매장규모가 크거나 세관근무자가 적어서 위법이 조장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설치 어렵다면 '픽업포인트'라도 만들자= 결국 입국장 면세점 문제는 감독당국의 행정처리와 국민 편의의 상충문제로 볼 수 있다.

관세청 등 감독당국이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관세청은 넘쳐나는 여행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력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5%이내의 우범자 위주의 검색만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입국장 면세점 설치로 검색대상이 불규칙적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범죄자에 대한 동태추적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공항공사측도 감독당국의 이런 입장을 감안해 면세점 설치 지역을 조절하고 검색관리부분을 조율할 수 있다고 다소 폭넓은 제안을 해 놓고 있다.

또한 결국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지 않는다면 출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입국시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픽업 서비스'라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해외여행 내내 양손 가득히 면세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만이라도 없애자는 것.

공항공사 관계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내국인들도 면세물품을 1회에 300불 상당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어 입국시 면세품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인천국제공항도 관련법 개정으로 적극 추진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입국장 면세점의 찬성론자들은 이미 호주의 시드니나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해외사례들을 거울 삼아 보완할 것은 보완해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신중히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행객의 편리라는 간단하고도 분명한 요구를 두고도 행정상의 불편 등 이런저런 이유로 10년째 계속 되고 있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 공방이 18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