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문제 터지면, 미루기 바빠
권한과 책임, 혼선 가중 우려…업무 중복 논란도
금융위 권한 집중…금융선진화 할 수 있나?
지금까지 금융감독조직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세 조직으로 나눠져 있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2003년, 2004년에 일어난 카드회사의 유동성 대란 문제가 대표적이다. 당시 재경부는 감독당국의 감독을, 금감위는 재경부의 법과 제도를 탓하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처벌은 재경부과 금감위는 실제 집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관주의'가, 금감원은 카드감독 업무를 담당했던 부원장 1명을 징계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이렇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세 기관이 서로의 잘못을 탓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식이었고, 그 때마다 금융감독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10년째 이어져왔다.
이번 신설되는 금융위는 10년 간 질질 끌어온 금융감독조직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그러나 과연 금융위법이 얼마나 기존의 금융감독조직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을까는 아직 논의의 대상이다.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가 통합되는 만큼 법률과 감독 정책 사이의 권한과 책임 문제의 혼선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감독 전권이 금융위로 넘어가 실제 집행을 하는 금감원간의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또한 기존까지 세 조직으로 나눠져 심심찮게 제기돼왔던 업무중복 문제가 금융위와 금감원의 두 조직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두 조직간의 효율적인 업무 분담도 짚어봐야 한다.
이와 함께 인수위가 금융위 설치의 목적을 금융선진화로 밝힌 만큼, 금융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감독기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행위 지시자와 행위자의 권한과 책임…과연 일치될까?= 만약 지난 2006년과 같은 외환카드 BIS 부실 감사 논란이 발생하게 되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지게 될까? 지금까지는 재경부 금정국, 금감위, 금감원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에 바빴다.
2006년 외환카드 BIS부실 감사가 발생했을 때 매각 검토를 지시한 주체, 매각 결정의 판단자료인 BIS기준을 작성한 주체, 실제 BIS를 감사한 주체 등에서 세 조직의 책임이 불분명했다.
이런 이유로 인수위는 금융감독조직의 권한과 책임의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사실상 세 조직의 갈등이 두 조직으로 축소돼 일어나게 될 뿐, 권한과 책임이 일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독 규정 등을 비롯해 금감원에 감독 업무 지시에 대한 명령권을 모두 금융위가 갖게 되기 때문에 추후 문제가 빚어졌을 때 행위자의 책임이냐, 행위지시자의 책임이냐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률안에는 금융위 직원이 금감원 직원이 금융회사 검사시 동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알려져 실무에서도 권한과 책임 사이의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짙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 감사를 할 때 3급이라고 판단했는데, 금융위 직원이 옆에서 2급으로 하라고 하면 그냥 그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위의 업무에는 '금융기관 감독 및 검사 제재'항목이, 금감원의 업무에도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업무 및 재산상황 검사 및 제재 등'을 하도록 돼 있어 금감원의 업무를 지시 감독하는데서 빚어질 업무 중복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금융선진국?…글로벌스탠더드와 맞지 않은 조직개편= 지난해 금감위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만들어 발표한 금융감독선진화 로드맵 등 업무추진 방향과 지금의 법률안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즉 업무추진은 '금융허브', '금융선진화', '글로벌'로 가는데, 금융감독조직은 10년 전의 재경원(現 재경부)의 모습과 비슷해지기 때문.
인수위에서도 금융위 설립에 대해 규제개혁을 통해 금융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결국 방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국제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이다.
올해부터 바젤 2가 시행돼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체계화됐고, 내년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금융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이에 따라 보험, 증권 업계가 덩치가 커지고 창의적인 상품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한 2011년에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돼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줄이고, 외국인 투자를 증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예정이다. 또 국제공시기준(IDS)도 같은 시기에 도입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도 국제화에 맞춰 '규정'중심에서 '원칙' 중심의 감독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금융정책과 감독전반을 아우르게 될 금융감독조직만 후퇴했다는 평이 높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금융정책과 감독을 한 곳에서 맡고 있는 곳이 없어 독립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선진국을 봤을 때 금융감독을 민간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정부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며"그러나 어떤 나라를 봐도 감독을 할 때 법률까지 관장하는 나라는 못 봤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굳이 선진국을 따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금융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형태의 금융상품이 나오게 될지 모른다"며 "의사결정의 경직성, 보상시스템의 미미 등으로 관료조직이 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정책에 눈이 밝은 한 외국인금융전문가도 "이번 금융감독조직 개편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