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폐지 등으로 국회 논의 묻힐 공산
금감원, "수정 법안, 입법 청원한다"
한나라, 얼마 전까지 민간기구 통합 주장하더니
한나라당이 재정경제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만들어진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및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위법에 대한 법안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28일 임시국회가 열리게 되면, 금융위법을 비롯한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된 모든 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인수위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개편 관련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일부 폐지' 방안을 두고 여야의원들의 공방이 뜨거워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은 상대적으로 묻힐 공산이 크다. 또한 금융감독기구간의 갈등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흐지부지로 통과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없어지게 될 부처도 있는데 우리의 권한을 저쪽(금융위)으로 빼앗기게 돼서 반발하는 게 다른 부처에서 볼 때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둘러싼 금감원의 반발이 거세다.
지금의 법률안은 재경부 금융정책국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인수위에 제출, 인수위에서 수정한 끝에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감독위원회도 이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감독기구 중 유일하게 민간기구인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창구가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이에따라 금감원 임직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명박 당선인에게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택한 것.
□금감위·금감원 갈등 심화…금감원 수정법안 입법청원=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 통합기구인 금융위 신설로 한 지붕아래에 있던 금감위와 금감원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게 됐다.
금감위는 금융위 신설로 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이 분리돼 관치 폐해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금감원 비대위는 일주일 내로 수정 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용덕 금감위원장 및 금감원장은 금감원의 비대위를 해체하고, 금감위와 금감원의 협동 합의체를 구성하라고 명령했으나, 금감원은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합동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지시했지만, 금감위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법률안이 자기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 (해당조직)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민간조직이다"며 "금감원이 직접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자리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비대위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하게 될 입법청원 내용은 지금의 법률안에서 감독 규정 및 인허가 등의 권한을 금감원으로 이관해 견제와 균형을 살리는 정도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비대위 최용일 수석부위원장은 "공적민간기구로 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하고 맞지만, 당선인 뜻이 그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고집해서 극한대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정책과 감독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내용이 담겨 법사위 등에서 논의될 때 여야 의견이 맞지 않게 되면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법률안 검토 제대로 했나 의심= 불과 몇 년 전까지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금감위와 금감원의 민간기구화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를 통합해 정부조직인 금융위 신설에 관한 법률을 제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인수위가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를 통합해 금융위를 신설하고, 금감원을 그대로 두는 방안을 결정한 것에 집권여당이 될 한나라당이 그냥 그대로 수용했다는 시각이 크다.
한편 한나라당 130명의 의원이 동의해 발의된 법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제출된 것으로 알려져 본질적인 논의 없이 '통일부 폐지'를 거두는 등 다른 법안과의 주고받기식으로 법안이 통과될 우려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2004년 카드사의 유동성 대란으로 금융감독기구 개편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혁신위원회는 금감위로 금융감독과 관련한 의결 안건 상정권한을 일원화하고, 금감위에 법령 제·개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조직을 개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정부혁신위의 조직개편이 졸속으로 이뤄졌고, 금융감독정책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공적 민간기구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2005년 금감위의 사무국을 폐지하고, 금감위원의 공무원 겸직을 금하는 내용의 금감위를 민간기구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 측 관계자는 2005년과 달라진 입장에 대해 "당시 실무진들이 지금 없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가 합해져 금융위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DJ 정부시절에는 정부개입이 심했지만, 참여정부에 와서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위의 민간기구화 법안이 발의된 시기는 2005년으로 참여정부 시절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법 발의에 관여한 한 의원 측 관계자는 "(금융감독설치에 관한 법률 원안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법률안이 한나라당이 검토한 끝에 국회에 제출했냐는 질문에는 "검토했겠어요?"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당의 재경위(금융위법 재경위 소관) 소속 의원 측 관계자도 "법률 원안을 보지 못했다"며 "대표 발의한 의원 측에 물어 보라"고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