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매장된 푸들' '안구 파열된 비숑'...잔혹 학대 증가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증가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독일은 동물보호법 "동물과 인간은 동등한 창조물"
강호순·유영철·조두순·이영학...'개 도살로 시작"
◆…자료사진:로이터통신
#.생후 3개월 된 비숑 프리제종(種)의 강아지가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계단에서 발견됐다. 당시 강아지는 온몸에 피멍 자국이 들어 있었고 왼쪽 갈비뼈 여러 개가 부러진 채 유기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비숑 프리제를 지속적으로 학대한 의혹을 받는 견주와 그의 여자친구를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발했다. 구조된 강아지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심한 파열로 안구를 적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몸통에 70㎝짜리 화살이 관통된 채 최소 6시간 동안 돌아다니던 개가 발견됐다. 개는 구조되자마자 동물병원에서 화살 제거 수술을 받아 현재 건강을 되찾은 뒤 새 주인에게 입양됐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제주시 내도동 도근천 인근 공터 땅에 묻혔던 개 사진:연합뉴스
#.제주시 내도동 공터에서 코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파묻힌 개(푸들)가 지난 4월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푸들이 묻힌 땅 위에는 돌까지 얹어져 있었다. 구조된 개는 매우 야위어 뼈가 드러나 있었으며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 벌벌 떨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푸들은 동물보호센터에 보호 중이며 개를 생매장한 범인은 견주와 그의 친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견주와 그의 친구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동물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 등에 따르면 2011년 98건에 불과했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지난해 1072건으로 10년 동안 11배 가까이 폭증했다.
해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증가하고 있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 4221명 중 2.9%에 해당한 122명만 정식 재판으로 넘겨졌다. 이중 구속된 피의자는 단 4명(0.1%)뿐이다. 1372명(32.5%)은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고, 1965명(46.6%)은 불기소 의견으로 처리됐다.
정식재판을 통해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346명 중 19명(5.5%)에 불과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벌금형(56.9%), 벌금형 집행유예(3.2%)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의 최대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동물 학대자에 대해서는 최대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 명령 또는 상담, 교육 등의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내려진다.
문제는 동물 학대 행위자의 ‘피학대 동물 압수’와 ‘동물 학대자 소유권 제한’ 법 조항은 관철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동물복지종합계획을 통해 동물 학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소유권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정 논의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저질렀다고 자동차 소유권을 박탈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소유권 박탈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더 잔혹해진 동물 범죄에도 대법원의 양형 기준이 없다보니 보통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반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동물학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엄격하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 남성이 반려견 학대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마이애미 로컬 방송국 WPLG뉴스 화면 캡처
미국의 경우 동물 학대를 살인 사건과 동등한 중범죄로 분류해 처벌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학대·살해할 경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이 내려진다. 독일은 동물보호법 1조 1항에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라고 명시돼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 보호법을 가진 나라다.
영국은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나가며 동물 학대를 엄중히 제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동물학대근절법’에 따라 최대 5년의 징역형과 벌금 7만5000유로(약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대개의 유럽 국가들은 동물 학대죄에 징역 5년을 규정하고 있으며 학대행위자에 대한 동물 사육 금지처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가 살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포포스가 ‘동물학대와 인간의 폭력성과의 관계' 자료에서 아동학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80%가 동물을 학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세미 변호사는 7월 6일 YTN 라디오 '이승우 변호사의 사건파일'에 출연해 "우리나라 연쇄 살인범 중에는 대표적으로 도축장을 운영하며 개를 학대하여 죽음을 이르게 한 강호순, 살인하기 전 개를 상대로 연습한 유영철, 개를 벽에 던져 죽인 조두순, 개 6마리를 둔기로 내리친 이영학 등이 있다"며 "동물 학대는 생명경시행위이며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내지 차별, 폭력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법원도 이를 적극 반영하여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