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의사, 고유 영역 침범하는 간호사 견제가 문제의 핵심"
김윤 "간호사, 의사·병원 권한 벗어나면 자신의 역량 발휘 못해"
신현영 "지역사회 간호 활성화하려면 협업 시스템으로 가야"
신현영 "밥그릇 지키려고 간호사 인력 추가 배출에는 반대"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인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가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정부를 겨냥해 "의료계 갈등을 만든 근원적인 책임을 가지게 되었는데도 그 책임을 여러 직능단체에 돌리는 일종의 유체이탈 화법을 쓰면서 책임을 덮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16일 MBC '100분 토론'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 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에 대해 토론하면서 "간호법 문제를 계기로 각 의료 인력들이 국민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의료 체제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되는데 이것을 정부가 이쪽 편을 들었다 저쪽 편을 들었다 하는 편가르기 양태의 싸움으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간호법으로 분출된 의료계 갈등의 근원으로 의료인의 업무 범위를 허술하게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을 지목했다. 그는 "이 문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직종 간의 갈등처럼 보이지만, 실은 의료인의 역할을 직종별로 규정하고 있는 법이 의료 직종 간의 역할을 굉장히 허술하게 규정하고 있는 데 근원이 있다"며 "지난 60년 동안 의료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로 방치했고, 그 결과 직종 간의 갈등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고 최근에 간호법 제정을 통해서 폭발적으로 갈등이 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0년 동안 그렇게 허술한 의료인의 역할을 규정하는 법을 방치한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 인력의 업무 범위가 선진국 중에 가장 좁은 나라"라고 지적하면서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법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고 의사들이 힘이 세니 다른 인력들이 자기 역할을 하려고 하면 그게 의사의 업무다 의료법 위반이다 이런 식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배운 것은 많은데 실제로 환자를 보면서 할 수 있는 행위는 대단히 좁다"고 설명했다.
또 "역량을 똑같이 갖춘 간호사인데도 의사·병원이 배후에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의사·병원의 권한을벗어나면 환자를 보는데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게 현재의 시스템"이라며 "법이 허술한 것도 문제지만 사실은 의사가 다른 직종의 업무 범위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게 또 다른 문제의 핵심 중에 하나"라고 직격했다.
김 교수는 각 직역별 위원회를 만들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력의 역할을 정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는 인력의 역할을 정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갖고 있다. 그 법에 의한 위원회 산하에 각 직역별 위원회를 만들어서 투명하게 공정하게 인력의 역할을 정하는 체계를 만들면 지금과 같은 소모적이고 극단적인 직종 간의 갈등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영 의원...의료계 협업 시스템으로 가야 고령 시대 대비
이날 '100분 토론'에는 간호법 제정에 기권표를 던진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출연해 의료계 갈등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신 의원은 "앞으로 의료계가 직능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제도 개선이 아니라 다 같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역사회에서의 간호가 잘 되려면 결국에는 의사가 직접 제대로 판단하고 처방을 해야 간호사들이 방문하면서 따뜻하게 손도 잡아드리고 건강 상담도 해 드릴 수 있다"며 "지역사회 간호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통합적으로 같이 논의되면서 협업 시스템으로 가야 정말 우리가 고령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의료 현장이 준비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간호 인력의 처우 개선으로 정부가 적정한 수가 책정을 통해 간호사의 업무 노동 가치에 맞는 보상 체계가 구축이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업무 강도를 줄이려면 약 10만 명 정도의 간호사를 추가로 늘려서 담당하는 환자의 숫자를 줄여줘야 되는데 밥그릇 지키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인력이 늘어나는 걸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병상이 과잉 공급되어 있고 굳이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까지 입원해 있는 게 현재 상황"이라며 "병상을 줄이는 것도 병행돼야 간호사 업무 범위를 적정한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