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3명을 수사한 유일무이한 평검사, '특수통' 역사의 서막을 열다 '좌천' 되풀이
뼛속까지 검사 '변호사 윤석열', 의뢰인에게 "그런 일 하면 안 되잖아요!" 호통쳐 동료들 당황
돌아온 검사 윤석열, 노무현 대통령 측근 안희정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까지 구속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중 국감 폭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평검사로 좌천된 윤석열, 박근혜 텃밭 대구에서 '혼밥' 유배생활… 박영수 특검의 부름을 받다
9수(九修)한 尹,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까지 단박에 … 文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
전현직 대통령 3명을 수사한 유일무이한 평검사, '특수통' 역사의 서막을 열다 '좌천'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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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35세 초임검사 윤석열은 대구지방검찰청에 발령받았다. 79학번 동기들은 이미 고참 평검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늦깎이 초임검사가 대한민국 검찰에 파란을 일으키고 전·현직 대통령 3명과 관련된 수사를 하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999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 소속 검사였던 그는 당시 김대중 정부의 경찰 실세였던 박희원 경찰청 정보국장(치안감) 뇌물수수사건을 맡았다. 박 치안감은 한 아파트 관리 업체로부터 경찰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2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인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일 때라 경찰은 수사권 독립 요구에 대한 검찰의 '보복수사'이자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여권 실세들의 외압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6년 차 검사 윤석열은 소환 하루 만에 박 치안감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박 치안감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고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2013년 주간조선은 익명의 한 검찰 인사가 "(당시) 청와대 하명사건을 담당했던 사직동팀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정보를 좌지우지하는 정보국장의 구속은 엄청난 일이었다. 30대 후반 검사의 강단에 선배들이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부산지방검찰청으로 발령받았다. 최고권력에 맞서 경찰청 정보국장을 구속한 대가로 인사 때마다 돌려지다 서울중앙지검 공판부를 거쳐 부산까지 내려가게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뼛속까지 검사 '변호사 윤석열', 의뢰인에게 "그런 일 하면 안 되잖아요!" 호통쳐 동료들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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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윤석열은 2002년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 수사에서 기업인을 대리했다. '구수한 윤석열'(김연우 지음, 리딩라이프북스)에 따르면,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부실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로 삼성경제연구소 논문을 인용해 기업인들의 구속을 막았다.
그러나 변호사 생활이 영 적성에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우성 로펌 머스트노우(mustknow) 대표 변호사는 지난 2016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태평양에서 그와 같이 근무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밝혔다.
조 변호사는 "(윤석열이) '의뢰인에게 그런 일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호통쳐서 다른 변호사들이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형! 형 이제 검사가 아니고 변호사야!'라고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를 여러 번 알려줘야 했다"며 "제가 볼 때 윤 검사님은 굳이 구분하자면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그냥 '검사'이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결국 검찰 복귀를 결심했다. "검찰청을 들렀을 때 자장면 냄새를 맡고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검찰 조사실이라고 생각했다"는 '자장면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돌아온 검사 윤석열, 노무현 대통령 측근 안희정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까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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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로 돌아왔다. 재임용되자마자 전라남도 정무부지사를 수사하고 기초단체장 친인척들의 금품수수사건을 파헤쳤다. 그러다 안대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이끄는 '불법 대선자금 비리 의혹' 수사팀에 합류해 주요 대기업이 여야 대선후보 캠프에 불법자금을 건넨 의혹을 파헤쳤다.
그는 삼성·한화·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을 모두 구속기소 했다. 1등 선거공신인 이상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2002년 대선 선거대책본부장)부터 '좌(左)희정 우(右)광재'라 불리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까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이 삼성·SK 등 대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 수백억 원이 실린 차량 키를 넘겨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으로 불리게 된다.
그의 측근인 한 검사는 2019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은)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위를 방치하면 결국 대통령에게 독이 된다. (측근 비리) 단서가 확인됐을 때는 검찰이 제대로 규명하는 게 궁극적으로 국가의 발전이 된다'는 얘기를 저희한테도 자주 한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안희정 씨를 구속한 사례를 얘기하면서"라고 말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 조사반'에 합류해 수사하던 2005년 갑자기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으로 복귀했다.
'구수한 윤석열'(김연우 지음, 리딩라이프북스)에 서술된 동기들의 회고에 따르면, 김승규 당시 법무부장관이 고양지청장에게 전화해 "윤석열에게는 특수사건 같은 거 주지 마라. 경찰한테서 넘어온 사건만 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동기들은 김 장관이 2003년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을 윤 후보가 전관예우 없이 실형을 때렸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던 2006년 그의 '특수통'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사건이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한 퇴직임원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비자금 파일을 들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그 퇴직임원은 현대자동차의 회계자료를 보이며 비자금 조성이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고 제보했다.
2006년 3월 말 일요일 오전 7시30분 대검찰청 수사진 40여 명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와 현대글로비스 원효동 사옥, 현대오토넷 이천 사옥을 덮쳤다. 회장실과 비서실 사이 벽을 망치로 내려쳐 비밀금고 속 장부를 압수하자 현대차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가 정 회장의 구속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자, 그는 자신의 직을 거는 '강공법'을 택했다. 그는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을 찾아가 "수사한 결과 정몽구 회장을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보고서와 사직서를 동시에 내밀었다. 2006년 6월 정몽구 회장은 결국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중 국감 폭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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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미스터 윤'은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3년 10월 21일 또 한 번 태풍 속으로 돌진한다. 국회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 윗선의 외압과 수사방해가 있다고 핵폭탄급 폭로를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18대 대선기간 국가정보원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국정원 지시로 인터넷 댓글작업을 하며 대선에 개입한 사건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인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국기문란이며 국헌 문란, 헌법위반이었다.
그는 수사기밀이 국정원 측에 누설될 우려가 있다며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보고도 없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혐의자를 체포했다. 그러자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이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국정감사에서 그는 "영장청구와 공소장 변경에 대해 말씀을 드리니 조영곤 지검장께서 처음에 격노하셨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야당이 이걸 가지고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 내면 해라. 우리 국정원 사건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냐' 이런 말씀을 하시기에 저는 더 이상 지검장님 모시고 이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세간의 조폭보다 못한 조직처럼 이것이 무슨 꼴이냐. 윤 지청장 일어서 보라. 불러내기도 싫다... 윤 지청장은 사람에 충성하는 게 아니냐"고 압박했다.
그러자 윤석열 지청장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맞받았다. 그날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나아가 현재의 대권주자 윤석열을 상징하는 화두가 됐다.
당시 서울대학교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이 두고두고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 주세요. 사표 내면 안 됩니다. 굴하지 않고 검찰을 지켜 주세요"라고 응원했다.
평검사로 좌천된 윤석열, 박근혜 텃밭 대구에서 '혼밥' 유배생활… 박영수 특검의 부름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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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검사들은 인사 불이익을 우려해 그의 전화를 끊어버렸고, 맞은편에서 그를 알아보고 외면하곤 했다. 점심도 혼자 먹어야 했을 정도로 '왕따'였다.
그는 대법원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 '내 소임은 여지까지'라며 사표를 쓰고 나올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는 바람에 윤 후보는 검찰에 남게 됐다.
그러던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최서원) 특별검사팀'을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영입 1호 대상자로 윤석열 검사를 지명했다.
처음에는 '보복성 수사'로 비칠 것을 우려해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 언론에 "비록 지금 지방 고검을 전전하고 있지만, 정권의 힘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또 같은 대상을 놓고 칼을 든다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박영수 특검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인 그는 특검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SNS를 통해 환영과 응원을 보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녹슨 칼 다시 벼려 환부 과감히 도려내기를", 이석현 의원은 "윤석열 검사는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하려던 정의파! 명검 휘둘러 정의 세우길!",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 그가 돌아온다. 복수가 아닌 정의의 칼을 들고..."라고 적었다.
그는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0명의 파견검사와 검찰, 경찰, 국세청 파견공무원 40명을 이끌고 14개 대상을 수사하고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추가 인지수사를 했다.
당시 그는 삼성수사를 지휘했다.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해 3일 만에 구속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일가에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윤 후보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을 포착해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특검 수사를 이어받아 2017년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9수(九修)한 尹,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까지 단박에... 文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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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승리와 거의 동시에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지명했다. 청와대는 윤 검사를 임명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장 직급을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내렸다. 기수로 치면 5기나 낮춘 것이다.
윗 기수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그만둔 검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에 출근한 5월 22일 검사들이 도열해 그를 맞이했고, 특히 검찰 2년 선배인 노승권 1차장이 90도로 그를 맞이하는 장면은 시민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그날 부부장급 이상 검사들이 참석한 비공식 상견례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있어서 더 정의로워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검찰은 중추적 법집행기구이므로 검찰의 사건처리는 국민이 생각하기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정의로운가에 대한 척도가 된다.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고 위축되기만 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적폐청산 TF팀'을 구성해 국정원 정치개입 진상조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국정교과서 진상조사 등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다. 윤석열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은 다스(DAS) 의혹,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 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을 수사했다.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중앙지검장은 '이명박·박근혜정권 수사'의 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윤 총장에게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며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신임 검찰총장은 "우리 검찰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할 가치는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다. 권력기관의 정치와 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윤석열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23차례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행사하는 형사 법집행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서, 법집행의 범위와 방식, 지향점 모두 국민을 위하고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한다"며 "여러분에게 경청하고 살피며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자고 강력히 제안한다. 그리고 저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힘차게 걸어가는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