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계엄 '키맨'들, 군 통제 조짐…野 과반 못 넘게 '조건' 걸 수도"①

"김용현 국장장관 임명…'계엄' 할 수 있는 취약한 시스템·구조 갖춰"
"계엄 발동시 반대 집회·시위 등 반정부활동으로 간주"
"과반 못 넘게 구속 등 '조건' 걸 수도...尹정부 비판그룹, 반국가세력 치부"
"계엄 '키맨'들이 군 통제해 '권력' 쓰려는 조짐 많아져"
"경호처장, 수도권 3사령관과 회동 등…불순한 의도, 합리적 의심"

제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국을 뒤흔든 '윤석열 정부 계엄령 준비설'이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야당의 대정부 공세용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계엄령 공세의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실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계엄 괴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선 의혹 제기를 넘어 계엄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의봄'이라는 팀을 꾸려 계엄법 개정을 검토했다.

그 결과 국방위원회 소속 김민석, 김병주, 박선원, 부승찬 민주당 의원들은 20일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발의한 계엄법 개정안은 전시(戰時)가 아닌 경우에 정부가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사전 동의를 받게 해 대통령의 계엄 선포 권한을 제한한다.

또 계엄이 선포되고 나서도 72시간 이내에 국회 사후 동의(인준)를 얻게 해 계엄을 유지하는 요건을 강화했다. 지난 10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계엄 관련 법 개정 추진에 대해 "국회의원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현행범으로 체포하면 계엄해제 요구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했다.

'계엄령 준비설'의 물꼬를 텄던 김병주 최고위원은 "여당에선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지금 야당 의석이 과반 이상 넘으니 (해제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데, 그것은 이제 무더기로 과반 못 넘게 한 40명 정도 구속을 한다든가 어떤 조건을 걸 수가 있다"고 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지낸 4성 장군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세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계엄을 발의하면서 언론·집회·시위·반정부 활동 금지 등 지침이 내려와 이에 반대하면 반정부 활동이 되니까 현행범으로 구속시킬 수 있는 사항"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이건 제가 만든 시나리오가 아니라 박근혜 탄핵 때 방첩사령부 당시 기무사에서 문건이 만들어졌던 시나리오"라며 박근혜 정부 때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가 비밀리에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재차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군이 탱크 등을 동원해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 등을 진압하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기 위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는 계획 등이 담겼다.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의 촛불 시위와 태극기 집회를 거론하며 "통제가 약간만 약해져도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혼란이 일어나면 거기에 준해서 발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국방·안보라인 인선과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 등에 주목하며 계엄 준비 가능성을 의심하는데, 인선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이 군사 정보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당에서는 계엄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장관에 지명하면서 계엄을 쉽게 할 수 있는 취약한 시스템이나 구조가 됐다"고 크게 우려했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최근 방첩사령관·수방사령관·특전사령관과 회동한 것을 두고 "경호처장이 권한도 없는데 수도권 관련 3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서 비밀회동을 했다. 당연히 큰일"이라며 "신원식 장관은 제가 개인적으로 물었을 때도 잘 모르고 있었고, 허락한 게 어느 시점인지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Q.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 계엄령 '키맨'들이 모두 충암고 출신이라며, 충암고 친정체제 구축으로 '대통령 탄핵 상황이 오면 계엄령 선포가 우려된다'고 했다.

"사실 계엄은 일어나서도 안 되는 것이고, 보통 정부 같으면 그런 우려가 없다.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당에서는 계엄을 얘기한 적이 없다. 근데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장관에 지명하면서 구조가 갖춰졌다. 계엄을 쉽게 할 수 있는 취약한 시스템이나 구조가 됐다."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2명이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다. 두 장관이 건의하면 국무회의를 통한 다음에 대통령이 재가 하면 바로 계엄령이 선포된다. 물론 계엄의 조건이 법에는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인데,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 상황은 보는 관점에서 따라 다르지 않나."

Q. 과거 '하나회'처럼 계엄 준비 가능성이 실재할 수 있다고 보나.

"계엄이 선포되면 국회는 통보만 한다. 승인이 아니다. 그다음 계엄 실시하는 주체의 키는 국방부 장관, 계엄사령관, 방첩사령관 3명이 있다. 방첩사령관은 합동수사본부장을 하기 때문에 검찰도 그 안에 들어가서 검찰까지 통제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국방부 장관, 방첩사령관, 키맨 중 2명이 충암고다. 계엄사령관은 합참 의장으로 지명하든 육군 참모총장으로 하든 할텐데, 사실 계엄사령관 임명도 되게 어렵다. 예전에는 계엄사령관, 합참 차장은 쓰리스타급(3성 장군)을 통상 임명했고, 그동안 딱 한 번 포스타를 임명했다. 합참의장은 평시 작전을 해야 되기 때문에 계엄사령관을 임명하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육군 총장을 많이 검토하는데 육군 총장은 군령권(실제 병력을 움직여 작전 지휘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군정권(군사 조직관리를 위한 행정 업무 지휘할 권한)을 행사하다보니까, 또 계룡대에 있다 보니까 하기가 쉽지 않다. 합참 차장까지 포스타로 됐다. 이런 구조가 되면 그중에 합리적인 사람들이 있으면 그런 상황에서도 '안 됩니다' 할 텐데, 오히려 그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아주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촛불 시위가 일어나 한 100만명 가까이 거리로 나왔고, 태극기 집회도 있었다. 그때 경찰들이 통제를 잘한 면도 있고, 또 촛불 시위하는 분들도 시민의식이 높았기 때문에 괜찮지만, 그런 통제가 약간만 약해져도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윤석열 정권 들어와 이태원 참사 158명 압사가 말이 되나. 이처럼 많이 모이면 통제가 어렵다. 그런 혼란이 일어나면 거기에 준해서 발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한 번 배운 게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박 대통령처럼 탄핵으로 갈 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

Q.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 다수 의석인 민주당이 계엄 해제를 할 수 있어 계엄 선포는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이 있는데.

"여당에선 지금 야당이 과반 이상 넘지 않느냐 하는데, 그것은 이제 무더기로 과반 못 넘게 한 40명 정도 구속을 한다든가 어떤 조건을 걸 수가 있다. 계엄을 발의하면서 언론·집회·시위·반정부 활동 금지 이런 지침이 내려간다. 당연히 그런 게 나올 거다."

"계엄령이 발동되면 우리 깨어 있는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나. 거리로 쏟아져서 반대를 할 것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당연히 시민의 앞에 앞장서고 또 계엄이 부당하다는 걸 언론이든 기자회견이든 유튜브에서 얘기할 거고, 그럼 다 반정부 활동이 되니까 현행범으로 구속시킬 수 있는 사항이다."

"이건 제가 만든 시나리오가 아니라 박근혜 탄핵 때 방첩사령부 당시는 기무사에서 이 문건이 만들어졌던 시나리오다. 단지 실행 목적보다는 훈련 목적이라는 걸 (군사법원에서) 인정받아서 1심에서 무죄도 됐는데,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태도가 어떤가. 지금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 해서 갈라치기 하면서 마치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그룹을 반국가 세력으로 치부하지 않나."

Q. 김용현 경호처장 당시 한남동 공관에 수도권의 세 사령관인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고, 야당에선 이를 '계엄모의 정황'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경호처장이 권한도 없는데 수도권 관련 3사령관인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서 비밀회동을 했는데, 당연히 이건 큰일이다. 물론 신원식 당시 장관은 자기가 허락했다는데 아닌 것 같다. 제가 개인적으로 물었을 때도 잘 모르고 있었고, 허락한 게 어느 시점인지 잘 모르고 있다."

"경호처장은 경호 목적상 토의했다고 하는데 그런 토의를 하려면 왜 공관에서 하나, 경호처에서 해야 한다. 그런 토의를 하려면 국방부를 통해서 지시가 내려가서 세 명 사령관만 가는 게 아니라 합참, 국방부 참모들이 같이 가야 된다. 왜냐하면 거기에 대해 또 명령을 내려야 되기 때문이다."

"계엄을 할 수 있는 핵심 인원들이 자꾸 군을 통제해서 권력을 쓰려고 하는 조짐들이 많이 일어났다. 김용현 장관은 경호처장 당시에 일부 군의 부대들을 경호처장이 통제하게 하는 시행령을 바꾸려고 하다가 국민적 저항을 받고 그 뒤로 후퇴했다."

"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작년 방첩사령부를 방문해서 보고를 받고 방첩사령관과 충암고 출신 장성(중령, 대령 2명)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당연히 여기에서는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이다."

Q. 윤석열 정부 '군사·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특히 군사, 국방·안보 분야가 가장 못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본다. 외교 참사와 안보 참사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남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강대강으로 치달아 지금 어느 때보다도 전쟁의 위기가 많이 고조되고, 지금 당장 무력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상황까지 갔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었던 9.19 남북군사합의조차도 효력 정지시켜서 안전판을 빼버렸다. 지금 남북한 연결망도 없다. 우발적인 충돌이 나도 국지전으로까지 확대가 될 수가 있는 상황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한테 오고 있다. 지금 오물풍선이 5월 28일부터 3개월 넘게 계속 넘어오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오물 풍선 발견하면 신고해 주세요 외에는 없다."

Q.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공격에 별다른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대책이 있을까.

"오물 풍선을 북한이 왜 보내는지를 분석하고 대응해야 되는데 그런 걸 전혀 못 한다. 먼저 그 요인 중 하나인 탈북 단체들이 보내는 대북 전단 이것도 통제를 안 한다. 그건 분명히 국내법을 위반하고 유엔 제재에 위반될 소지가 많다. 역대 진보·보수 정부 할 것 없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안전'이 상충될 땐 '국민의 안전'을 택했다.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도 국민의 안전을 택해서 통제했는데 그런 것조차도 안 하고 있다."

"두 번째 오물 풍선들이 타이머라든가 기폭 장치라든가 발열 장치들이 있어서 지금 화재까지 났지 않나. 김포 파주 일대에서 화재가 나서 2~3억까지 피해액이 속출했다. 만약 김포 쪽에 오다가 항공기와 충돌이 된다든가 엉키면 어떻겠나.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