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수드자에 위치한 천연가스 계측소에서 가즈프롬 직원이 수송관 옆을 걷고 있다. <사진 로이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기습공격을 가한 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영토를 경유한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가스 수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유럽 가스관 계측소가 위치한 수드자를 점령하면서 이같은 천연가스 공급 경로를 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수송 허브를 장악한 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2일(현지시간) 메가와시트시(MWh)당 42유로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2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급등은 우크라이나가 지난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공격하고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유입되는 수드자 마을의 가스 계측소를 점거했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약 146억5천만 입방미터(bcm) 규모의 천연가스가 수드자를 통해 유럽에 공급됐는데 이는 유럽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천연가스 양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 내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가스 수출관을 막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가스 가격을 끌어올렸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에도 불구하고 자국을 거친 러시아의 가스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은 2019년 우크라이나와의 계약을 통해 2024년 말까지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해 연간 400억 bcm 이상의 가스를 수출하겠다고 합의했으며 우크라이나 또한 이를 통해 연간 약 70억달러의 수익을 얻고 있다.
다만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자금으로 이어지는 수익원을 끊기 위해 이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으며 게르멘 갈루슈첸코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 또한 EU에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러시아의 가스 운송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갈루슈첸코는 지난해 폴리티코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24년 겨울이 되면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지금 러시아가 가스로 얻은 수익으로 전쟁 비용을 지불한다면 앞으로 그들이 지급해야 할 유일한 것은 배상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천연가스 대란을 겪은 유럽은 2027년까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끊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EU가 에너지 다각화에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센터는 "우크라이나가 운송을 중단할 시 가즈프롬 가스관 공급이 현재 수준의 45~73%로 떨어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2025년 미국과 카타르에서 오는 추가 액화천연가스 용량이 궤도에 오르기 전에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재 유럽의 높은 가스 저장 수준과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가스 수요 감소를 고려할 때 이번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9일 우크라이나가 가스 운송을 중단한다 해도 유럽이 저장량으로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이 같은 저장량이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유럽 가스 소비량의 거의 절반을 충당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한 것으로 인한 가격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NG는 "유럽의 저장고는 86% 이상 채워져 있다. 이는 5년 평균치인 78%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겨울이 오기 전에 저장고가 100% 채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