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은 없었다...투기판 IPO 시장, 제자리 찾을까

상장 직후 사서 장기보유할 경우 수익률 -43.5%

스팩 240% 치솟기도...결국 정상 수준 회귀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달성한 기업은 아직 없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는 뜨겁다. 기업가치와 무관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주가까지 치솟으면서 투기판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따따블 기대감이 식으며 시장은 점차 정상화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상장한 8개사(스팩, 코넥스, 재상장 제외)의 공모가 대비 월말 주가 평균 수익률은 8.1%로 저조했다.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119.2%로 높게 형성됐지만 주가가 계속 조정을 받으며 하락세를 보였다.

전날 종가 기준 필에너지(+90%), 파로스아이바이오(+35.1%)를 제외한 6개사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노시뮬레이션(-6.8%), 센서뷰(-10.1%), 와이랩(-5.4%), 뷰티스킨(-16.7%), 버넥트(-30.3%), 에이엘티(-11.6%) 등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를 받아 첫날 시초가로 매도할 경우 119.2%의 높은 수익률을, 월말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8.1%의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며 "시초가에 매수해 월말까지 보유했다면 43.5%의 손실을 보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종목에는 새로운 가격 변동폭이 적용됐다. 공모가가 1만원이라면 6300원~2만6000원(63~260%) 이내에서 거래됐는데 6월 26일부터는 6000원~4만원(60~400%)까지 폭이 넓어졌다. '따상'을 넘어 '따따블'을 노리게 된 것이다.

IPO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공모가 버블도 나타났다. 신규상장 8개사 중 6개사(75%)가 희망공모가 밴드의 상단을 초과했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상단에, 파로스아이바이오는 하단에 확정됐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요건은 점차 완화되고 시장의 유동성도 좋아서 기업들이 상장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며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올리는 기업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박종선 연구원은 "일부 종목에 관심이 몰리면서 높은 공모가로 확정됐다"며 "이러한 현상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종목 선별과 함께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다.
금감원은 "스팩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는 통념과 달리, 공모가 대비 주가가 높은 스팩에 투자할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2000원 현금과 같은 스팩을 7~8000원에 사는 건 과열을 넘어 비정상"이라며 "다른 종목은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있다보니 구주물량이 없는 스팩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폭탄 돌리기 끝에 결국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도 개선 이후 단기 변동성은 심해졌지만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경준 대표는 "초반에는 투기가 좀 있었는데 슬슬 꺼지는 단계"라며 "이달 상장하는 종목들도 (따따블을 달성할 수 있을지) 간당간당하다"고 봤다.

거래소 관계자 역시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따따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변동성이 커진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시장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상장 당일 가격변동 제한폭을 확대한 조치는 성공적이었다 평가한다"며 "시장 논리에 의해 빠르게 적정한 기업가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선 연구원은 "시초가가 당일 높게 형성되는 것은 긍정적이나, 단기간에 주가 조정 폭이 크게 나타나는 만큼 투자자들은 현명한 선택으로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